• 한미 공동군사훈련, 국제적 관심 집중
        2010년 08월 07일 10:26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지난 8월5일 원수폭금지세계대회와 그 관련 행사가 개최되고 있는 히로시마시 츠루가쿠엔(鶴學園)에서 <비핵평화의 아시아를-아시아 운동의 교류와 연대>라는 제하의 국제워크숍이 열렸다. 이 워크숍은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 주최 행사의 일환이었다.

    패널로는 미국의 조셉 거슨(미국 친우봉사회 프로그램 디렉터), 중국의 니우 취엔(중국 인민평화군축협회 사무총장), 일본의 츠치다 야요이(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 사무차장), 그리고 한국에서는 조승수 의원과 필자 두 사람이 참가했다.

       
      ▲국제워크숍 모습. 

    최근의 한미공동군사훈련과 중미 간의 신경전 등으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는 동아시의 정세를 반영한 듯, 회의장에는 통로에 앉아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점심 휴식 시간을 빼고 4시간 이상 진행된 워크숍은 ‘천안함 사건’과 한미 공동군사훈련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 북한 핵문제의 향후 전망, 미중 관계, 일본과 한국에 제공되고 있는 핵우산의 문제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관심이 집중된 한미 공동군사훈련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용’으로 진행된 한미 공동군사훈련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게다가, 8월5일 워크숍이 열린 날은 서해에서 한국군의 대규모 군사훈련이 실시되고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논의의 핵심은 한미 공동군사훈련이 동북아시아 긴장고조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참가한 패널리스트들의 경우도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미국과 일본 측의 참석자들도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일본측 패널리스트와 청중들(대부분 일본인들)은 한미 공동군사훈련에 자위대가 옵저버로 참가함으로써 사실상 ‘한미일 공동훈련’의 성격을 띠는 것, 그리고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삼고 있는 원자력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공동군사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부분을 주목했다.

    우선 이런 양상은 냉전시기의 전통적인 대립구도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미(일)의 공동군사훈련에 대해서는 이미 훈련 이전부터 중국이 반발을 해왔고, 실제로 훈련 기간 중에 서해 내륙부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신냉전이 오고 있다, 냉전구도의 부활이다’ 등등의 표현까지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급증하는 경제적․인적 교류와 상호의존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측면에 정치적, 군사적 갈등의 요소들이 온존하고 있는 것이 현재 동북아의 현실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당일 워크숍에 참석한 패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두 번째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틀 복원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는 핵무기 철폐라는 세계적 과제의 실현을 위해 피해갈 수 없는 과제 중의 하나가 난관에 봉착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6자회담은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가을 정도에는 재개의 움직임이 있지 않겠는가라는 ‘낙관적’ 전망을 하기도 하지만, 현재는 그러한 전만에 기대 숨을 돌리고 있을 여유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군사훈련을 계기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

    뿐만아니라, 군사력에 기반 한 억지력 확보의 문제가 전면에 부상하는 경우 핵무기 감축 혹은 철폐는 점점 요원한 과제로 밀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진 배치된 미국의 핵전력에 대응해 중국이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전단의 개발, 증강 배치 등을 단행한다면 동북아시아가 군비확장 경쟁의 길로 내달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와같은 군사적 억지력 확보 논리의 정점에 놓여 있는 것이 핵무기이다. 결국, 억지력 확보를 위해 군사력 증강이 필요하고, 억지력 확보에 있어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하 방법이 핵무기라는 논리의 연쇄 구조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 핵무기 철폐는 물론, 핵무기 감축조차도 요원해지는 셈이다.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 본다면, 한반도 정세가 동북아시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바로 동북아시아의 긴장 고조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크숍 모두의 발언에서 조승수 의원은 “북한의 핵문제가 일본 군사력 증강의 명분이 되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청중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북한의 핵문제가 한국의 군비증강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질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능력 개량에 대응해, 한국군은 요격 능력의 개선과 증강, 정밀타격 능력의 첨단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동북아시아의 군비확대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이지스함, 독도함 등의 개발과 배치에 나선 적도 있다. 한국은 일종의 ‘대응행동’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지만, 주변국들은 그러한 한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또다시 그러한 움직임에 대한 대응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연속성

    한미 공동군사훈련에 참가한 미국의 속내에 대해, 미국패널 조셉 거슨은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을 내놓아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미국이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후 ‘강대국 협조 노선’을 내세우는 등 중국과의 협조 구도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부시행정부 시기의 대중 정책과 연속성도 간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부시행정부 시기 미국의 대중 정책은 ‘콘게이지먼트(congagement)’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봉쇄적 포용’ 혹은 ‘봉쇄적 개입’으로 번역되곤 하는 이 표현은, ‘containment(봉쇄)’와 ‘engagement(포용 혹은 개입)’의 합성어이다. 이 합성어가 보여 주고 있는 것처럼, 봉쇄와 개입 혹은 포용 정책이 공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점에 관한 한,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가 다르지 않다는 점이 조셉 거슨의 지적인 것이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중국 측의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었던 것은 패널들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청중들도 중국 측의 현 동북아 정세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민간차원의 국제회의에서 언제나 느끼는 한계, 즉 ‘민간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 그 이상을 듣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미국의 협력과 갈등의 이중적 관계가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동북아시아 정세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임을 분명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선택은 중미관계의 협력적 측면을 강화할 수도, 혹은 갈등적 측면을 강화할 수도 있다.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강대국에 의해 구조가 결정되고 약소국들은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곤 한다. 그러나, 냉전의 역사를 다시 되돌아보면 그 논리가 반드시 진리는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 미국의 주류학계에서조차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약소국’의 선택이 정세변화의 변수로 작용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동북아시아 정세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한미(+일) “공동군사훈련이 중미 양국의 갈등적 측면을 강화하고 동아시아 정세의 긴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워크숍에 참석한 한국, 일본 패널의 공통된 지적이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은 약소국도 아니다.

    물론, 한국의 경우,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상대적 약소국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의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와는 달리 우리의 선택이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평화질서 도래의 기회를 제공한 역사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핵우산 의존하며 핵무기 철폐 주장은 모순”

    일본 패널 츠치다 야요이씨는, 올해 5월 뉴욕에서 개최된 NPT재검토회의를 기해 뉴욕 유엔본부와 그 인근에서 대규모의 국제공동행동 기획위원회을 조직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었다. 그의 뉴욕에서의 경험담 중에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기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일본 정부는 ‘피폭국 일본’을 일종의 국제적 브랜드로 삼아왔다. 실제로 하토야마 전 수상은, 작년 가을에 개최된 유엔정상회의에서 ‘피폭국 일본’으로서 핵무기 철폐의 선두에 서겠다는 결의를 밝힌 바 있다. 올해 NPT재검토회의에서도 일본정부 대표는 하토야마 전 수상의 연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NPT재검토회의 리브란 카박툴란(필리핀 대사) 의장이 일본 정부 대표에게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으면서 핵무기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라는 ‘지적’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카박툴란 의장의 지적은 미군의 핵무기를 비핵3원칙(핵무기를 만들지 않고, 갖지 않고, 반입하지 않는다) 중 ‘반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의 예외로 인정한 ‘핵 밀약’의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반론은 인도가 핵실험을 했을 당시 유엔에서 일본 정부가 항의성 발언을 하자, 인도 대표가 그에 대한 반박했을 때의 내용과 같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박툴란 의장과 인도의 지적은 그대로 한국에도 적용되는 문제이다. 한국도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핵우산의 강화와 명문화를 미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백보양보해서 그런 과정은 북한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할지라도, 북한의 핵폐기를 요구하면서도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재검토 혹은 철거의 의사도 표명하고 있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점이다.

    현재, 세계적 차원의 핵무기 철폐 ‘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는 ‘핵무기에는 핵무기로 대항한다’, 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핵무기에 의존한다’는 핵억지의 논리이다. 핵억지론은 핵확산(핵개발과 핵무장에 대한 유혹이라는 측면에서)의 근저에서 작동하고 있는 논리이기도 하다. 즉, 핵억지론의 논리구조를 타파하지 않는 한 핵군축도 핵확산 저지도 요원한 과제인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