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없는 탄압, 쉼없는 투쟁으로 맞서"
By 나난
    2010년 08월 06일 05: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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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일상에 지친 노동자들이 잠깐의 쉼을 위해 휴가를 떠난다. 그런데 그 잠시의 휴식도 허락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와 자본으로부터의 탄압이 휴식이 없으니, 노동자들의 투쟁도 쉴 새가 없다. 노동자 목 자른 것에 항의하는 생존권 투쟁, 노조를 없애려는 책동에 맞선 조직 보존 투쟁 등 원초적 기본권과 관련된 싸움들이다.

이제 갓 투쟁을 시작한 파업 4일차 ‘병아리’ 후배 사업장에서부터 농성 1,000일째 장기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투쟁의 ‘원로’ 선배 사업장까지, 직종과 지역, 상황과 여건은 다 달라도 그들이 파업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비슷비슷하다. 

언론에서 연일 ‘폭염’에 관한 보도를 숨가쁘게 내보내는 8월. 35도를 육박한 무더위 속에서, 휴가 떠난 도심의 상대적으로 한가한 곳에서 투쟁하는 현장과 사람들의 모습을 정리해봤다.

‘타임오프’ 희생양 KEC

금속노조 KEC지회의 파업이 51일째 지속되며 장기화되고 있다. 전임자 처우 보장 등 임금 및 단체협상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시작된 노조의 파업에 회사는 “불법파업”이라며 직장폐쇄로 맞불을 놓았다. 그리고관리직과 일부 복귀한 노동자만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400여 명에 달하는 KEC지회 조합원들은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노조는 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 측은 이를 거부한 상태다.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게 업무복귀 명령도 내렸다. 이미 지난 7월 10일부터 급여 지급은 중단된 상태며, 농성 조합원들의 목을 추겨주던 식수도 회사에 의해 끊겼다. 노조는 "전임자 문제는 잠시 미루더라도 임단협이라도 진행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무더위는 어느 샌가 사라지겠지만, 이번 기회에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회사의 ‘전투성’은 더위보다 더 오래갈지도 모른다. 노동자들이 바위덩어리 같은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휴가 대신 투쟁을 선택한 이유이다.  

대구탁주 “작업장 곰팡이균, 노동자 피부질환”

지난 6월 16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 대구탁주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대구지방 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고발 사유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노동관계법 위반 등이다. 노조는 “탁주를 생산하는 작업장에 대한 위생상태가 극도로 불량하다”며 “비위생적 환경에서 탁주를 제조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노조는 이어 “고온 다습한 환경임에도 제대로 된 배기 장치가 없고 작업장 전반에 곰팡이균이 퍼져 있어 노동자들이 화상과 피부 질환에 시달리는 등 크고 작은 산업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측은 산업재해의 위험을 방치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면서 소속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 67개 양조장이 조합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구탁주 노조는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15만1,000원 인상과 정년 2년 연장 등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파업에 들어갔고, 대구탁주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 62시간 만에 기다렸다는 듯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다. 이에 노조는 52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무연대노조 유니레버코리아지부가 회사 측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대하며 4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사진=사무연대노조)

유니레버코리아 “구조조정 반대, 파업이다”

유니레버코리아 노조(사무연대노조 유니레버코리아지부)가 지난 3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인력 구조조정과 판매권 매각 저지가 이유다. 회사는 글로벌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의 모든 제품에 대한 판매독점을 유한킴벌리에 매각하고 영업인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이 시행될 경우 영업직과 영업 유관부서 직원 등 총 70여 명이 직장을 떠나야 한다. 이에 회사는 최근 영업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전환배치와 재취업 지원 등을 제안한 상태다. 노조는 “일방적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서울 한남동 유니레버코리아 본점을 점거하며 “고용안정이 보장되면 회사의 회생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겠다”며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는 현재 노조의 요구를 심도 있게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오는 11일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노조에 전달했다. 이에 조는 “노조의 요구에 부응하는 안이 제시된다면 노조 역시 자구노력에 적극 나서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투쟁의 수위를 높인다”는 입장이다.

익산병원 “전임자 활동, 일과 후 봉사차원에서 해”

익산병원은 노조의 파업이 38일차에 접어들며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노동조합을 불인정하며 방관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2010 임단협 교섭과 함께 시작된 익산병원 노사 갈등은 노동조합의 최소한의 활동까지 차단되며 악화되고 있다.

병원 측은 “노조 활동을 하려면 병원 밖에서 하라”며 노조 사무실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또 “병원은 개인재산”이라며 “휴게(점심)시간도 홍보물 배포는 안 된다”며 노동조합의 기본활동인 홍보활동 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

전임자 활동과 관련해서도 병원은 “병원장도 전임을 못하고 진료를 마친 후 일과시간 외에 (병원장) 업무를 하고 있다”며 “직원고충을 해소하는 것은 병원이나 노동조합 모두 일과시간 후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진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병원을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의 권리는 물론 전임자 처우와 관련해서는 법에 따라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병원 야외주차장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화물연대 “노사합의 이행하라”

화물연대 경남지부 LG분회 조합원들은 LG전자 물류자회사인 (주)하이로지스틱에 2008년 노사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라며 47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충처리위원회를 재개설하고, 운송사 변동시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조합원 5명에게 장기화된 파업의 책임을 질 때만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1년 단위 계약’ 등의 조건을 담을 개별합의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노사가 합의한 사항에 대해 지킬 것을 요구하며 조합원 모두가 파업에 나선 상황에서 특정 몇몇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계약해지 되도록 할 수는 없다”며 “모두가 그대로 복직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한다.

   
  ▲ GM대우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농성이 지난달 25일 1,000일을 맞았다.(사진=금속노조)

화물연대 LG분회 조합원은 오는 9일부터 한 달간 LG본사인 서울 여의도 LG트윈스 앞에 집회신고를 낸 상태다. 회사 측이 2008년 합의 사항을 이행하고, 책임자 처벌 입장을 철회하기 전까지 “한 달이건, 두 달이건 파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 “단체협약 체결하자”

국민연금공단 노조(공공노조 사회연대연금)가 지난달 15일부터 파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체결하기 못한 단체협약이 불시가 됐다.

노사는 지난해 4월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하며 12월 잠정합의안을 도출해지만, 공단에 취임한 전광우 신임 이사장은 ‘연봉제 확대와 전임자수 축소’를 주장하며 합의안을 번복했다.

이어 지난 3월 15일 공단 측은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공단은 △3급 이상 연봉제 시행 후 전 직원 도입 △구조조정시 노조 협조 △고용보장 조항의 임의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조건 없는 대표자 협상을 진행하자는 입장을 공단에 전달했으나, 공단 측은 이렇다 할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외주화 반대”

IT(Information Technology) 분야 아웃소싱 문제를 놓고 우리투자증권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노조(사무금융연맹 우리투자증권지부)가 서울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본점 앞에서 65일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회사가 ‘우리투자증권 IT인프라 통합운영 방안’에 따라 장비·유지보수부문을 우리금융그룹 내 IT자회사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에 외주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미 우리금융 은행 계열사들이 아웃소싱을 실시하고 있지만, 예상만큼 비용 절감의 효과가 없었다”며 “개발과 운용 파트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장애가 발생했을 때 대처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3일 회사 측 용역업체 직원이 노조 조합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컨테이너 문을 부수고 진입해 노조 간부 등 5명을 폭행하는 등 폭력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희오토 농성 26일 째

지난 2004년 노조 설립 이후 계속된 노조 탄압과 해고 등으로 거리에 내몰린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6일 현재 26일째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농성을 펼치고 있다. 원청이 기아차가 직접 나서 노조와 교섭을 재개하고, 해고자를 복직시키라는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2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불법파견”이라며 “제조업체 근무 2년 이상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아차는 자신들의 노동자인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GM대우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1,000일 투쟁

2007년 노조 설립 이후 경영난을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시작한 GM대우차는 2010년 현재까지 약 1,5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공장 밖으로 내쫓았다. 이에 GM대우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은 “해고자를 복직시키고, 노조를 인정하라”며 GM대우 부평공장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지난 7월 25일 ‘농성 1,000일’을 맞았다.

지난 3년간 165일간의 고공농성과 1인 시위, 단식, 각종 집회 등을 펼치며 “교섭”을 요구해 왔지만, 노조의 투쟁이 1,000일 지나도록 회사는 “비정규직 문제는 하청업체 소관”이라며 이를 회피했다. 지난 2006년 정규직 정리해고자 1,609명에 대해서는 전원 원직복직을 시킨 바 있는 회사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만은 ‘모르는 일’이라며 외면하고 있다.

현재까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19명의 GM대우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부평공장 앞을 지키며 공장으로 돌아갈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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