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은 계급 투표를 원한다"
        2010년 08월 06일 01: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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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28 보궐선거는 한나라당의 대승과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8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보궐선거에서 이재오 후보를 포함하여 5명의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었으며 3명의 민주당 후보가 국회에 진출하는 야권의 참담한 패배로 끝났다.

    28일 당선이 확정된 뒤 이명박 대통령의 오른팔인 이재오 후보는 당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는 집권 여당이 다시 힘을 갖고 일을 해달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이라고 말하였다.

    만일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였던 민심이 이제 이명박 정권 신뢰로 돌아섰단 말인가? 그래서 7.28 보궐선거 결과를 민심의 변화로 보아야 하는지 생각하고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7.28보궐, 선택권 없는 민심의 불만 표출"

    결론부터 먼저 말한다면, 이러한 그의 판단은 전적으로 자기 중심의 아전인수격 오판이다.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 영일대군 이상득과 이명박 정권의 사조직 ‘영포회’ 사건… 한나라당이 성나라당이 되어버린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사건… 유명환 장관의 ‘북으로 가라’ 망말 사건… 지난 지방선거 이후, 이같은 주요한 큰 사건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 전혀 변화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민심이 하루 아침에 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현실은 이재오를 비롯한 절대 다수의 한나라당 후보들이 국회에 입성한 것이며 이같은 현상은 시스템적 모순에 의한 것으로 민심은 이러한 시스템적 모순을 지적하였던 것이다. 민중은 자격을 갖추지 못한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에 대하여 반대편에 있는 이재오 후보와 한나라 후보들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민중은 두 후보 이외에 어떠한 다른 선택권을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서 표를 던진 것이다.

    민심은 표로서 미국식 ‘양당 정치의 모순’을 따라하는 한국정치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증명하는 사례가 강원 태백, 영월,평창, 정선 지역구에 출마한 연극인 출신의 최종원 후보의 당선이다. 정치와 무관하던 최종원 후보는 이명박 정권의 행동대장 유인촌 장관에게 “만나면 일단 한대 맞아야겠다”는 단 한가지 이슈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유인촌 장관을 혼내줌으로써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라고 최종원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였던 것으로 이는 민중이 한나라당에 대해 무엇을 바라는지 분명히 보여주는 예이다.

       
      ▲ 최종원 민주당 의원(왼쪽)유인촌 문화부 장관.

    한편 민주당에 대해서 민심은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의 대항마로 민주당 당 차원에서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 전략 공천한 장상 후보를 낙선시킴으로써 자격 미달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의 우둔함을 지적하였던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중들이 민주당에 표를 던진 것은 민주당을 신뢰하여 준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민주당에 전달한 것이다.

    "최종원-이재오-오병윤의 의미"

    그 단적인 예로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 남구에서 민노당의 오병윤 후보가 이 지역에서 타당 후보로서는 전례가 없는 44%를 득표한 사실이 그것이다. 더 이상 전라도 지역이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인 것이다.

    이념 및 정책으로 볼 때, 사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다 똑같은 보수 정당이다. ‘주주의 최대 이익’을 위해 신자유주의를 도입한 김대중 정권과 ‘한미 FTA’ 논의를 시작한 좌파 신자유주의 노무현 정권의 민주당은 명백히 보수 정당이다. IMF사태를 일으킨 김영삼 정권 그리고 현재의 이명박 극우 보수 정권의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정책 또는 이념상 어떠한 차이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양 정당의 이념과 정책 모두는 ‘가진 자를 위한 정당’이며 두 정당의 정권 모두는 노동자 민중을 핍박하였다.

    민중들은 아직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현재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 또는 투표 시스템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는 중이다. 이 당 후보도 싫고 저 당 후보도 싫지만 선거에서 어떠한 다른 대안을 제공치 않는 현재의 선거 시스템 즉 양당 체제의 모순을 지적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현재 갖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 이번 보궐 선거의 결과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진보정당 구성원들은 이러한 양당 정치의 모순을 민중들에게 알리며 그 대안을 찾자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지난 2007 대선 당시 필자는 ‘계급 문제’를 민중들에게 인식시키고 이슈화하는 대선 전략을 도입하자고 주장하였다.

    1830년대 초 , 앤드류 잭슨 대통령 이후 미국에 양당정치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였다. 당시 미국은 기득권자 즉 세금을 내는 부자들만 투표할 자격이 주어졌다. 그러다 일반 서민 즉 모든 백인 성인 남성들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참정권 확대가 결정되자 각 정당들은 선거 기간 동안 만이라도 서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던 것이다.

    "진보정당, 계급 투표 이슈화해야"

    그럼에도 기득권 계급들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할 노동자 계급의 정치세력화는 결사적으로 억지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 선거에서 노동자들의 선택권을 축소시키는 양당정치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 정치권에서 ‘계급’이라는 단어가 서서히 금기시되는 단어가 되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날에는 미국의 어느 정치인도 ‘계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는 어떠한 유망 정치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정치를 최고의 선으로 따라 가는 대한민국에서도 이제 ‘계급’이라는 단어를 보수 정치인 어느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 한나라 수구 정권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고, 민주당 정권 역시 ‘계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계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정권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정권도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정치를 펼치면서도 입으로만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라 입에 발린 소리를 하였던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보수 정치인 어느 누구도 ‘계급’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결과 한반도 대다수 민중들은 노동자 계급이면서도 자신의 계급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을 기피하고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래서 1400만 노동자와 민중들에게 자신의 계급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하여 우리 진보정당은 바로 이러한 ‘계급 문제’를 부각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계급을 분명하게 인식하였을 때 민중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가 자신의 적대 계급인 보수 정당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번 보궐 선거에서 민중들은 제한된 후보 선택권에 분노하였던 것이며, 자신의 계급을 분명히 인식하였을 때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 사이에서 표를 던지는 정당 투표로 이어질 것이다. 계급을 바탕으로 한 정당 투표로 이어질 때 진보정당의 허약한 부분인 인지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당장 나의 이익과 나의 성공이 아닌 내일 우리의 후배 후손들이 올바른 정치 시스템을 갖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계급 투표’ 문제를 이슈화하여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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