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세 없는 보편복지, 국민 사기극
    복지담론 중심 합당론 '황당'하다"
    By mywank
        2010년 08월 06일 1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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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즈음 보편적 복지론이 대세인 것 같다. 복지를 반대하는 사람은 정말로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복지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데 왜 도대체 복지는 제 자리 걸음인가?

    필자가 보기에 복지가 제자리인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보편적 복지론이 조세에 대한 아무런 인식이 없다는 것과 복지는 투쟁과 타협을 통한 제도화라는 정치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2.

    당연히 복지에는 재원이 필요하고 그 재원 중 거의 대부분은 현대사회에서는 세금일 수 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론을 주장하고 있는 분들이 염두해 두고 있는 나라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인데 이나라의 조세부담률은 GDP 평균 40%대이고, 복지 선진국이라고 하는 스웨덴은 50%에 육박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유럽 수준으로 세금을 걷으려도 한다면 1년에 최소한 100조 이상은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재원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복지로 다 뭉치자고 하면 아마 보편적 복지의 여왕은 박근혜씨가 될 것이다. 박근혜씨는 작년 10. 26 때 사실 자신의 아버지가 바랬던 것은 복지국가였다고 했다. 혹자는 박근혜는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잔여적 복지를 주장한다고 하는데 이는 말장난이다.

    재원 문제 없으면 보편복지 여왕은 박근혜

    재원이 조세로 조달되면 보편적 복지에 근접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잔여적 복지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것이고 그러한 기준으로 하면 김대중이나 노무현이나 여전히 잔여적 복지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고, 그들의 뒤를 잇는 정치세력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어떠한 세력도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략적 방향조차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4대강 예산이 전액 삭감된다고 해도 그 돈으로는 보편적 복지를 하기는 어림도 없다.

    그렇다면 증세를 하여야 한다. 실제로 많은 여론조사는 복지에 쓰인다고 하면 증세에 찬성하는 조건부 증세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세금은 결국 개인들의 가처분소득을 줄이기 때문에 증세는 지난한 설득과 고도의 정치적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일본 민주당도 복지를 하겠다고 하여 집권했지만 소비세를 증세하겠다고 하여 역풍을 맞고 있다. 그러나 영국 보수당은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안으로 부가가치세 인상안을 제안하기는 했지만, 그와 아울러 소득세 최고세율을 50%로 인상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안을 제시하여 부유층에 유리하다는 비판을 피해가고 있다.

    3.

    증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특히 정치집단의 경우에는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 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사기행위는 전 정권에서부터 광범위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일종의 복지프로그램인 ‘비전 2030’이라는 것이 있는데 재원 분야를 보면 정말로 실소를 금치 못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재원 마련을 조세방식, 국채방식, 조세+국채방식 중 하나로 하여야 하는데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국채라는 것이 국가의 빚인데 결국에는 국민세금으로 다 갚아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이 말은 거의 말장난에 불과한 이야기인데 6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정부 보고서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코미디이다.

    노무현 정부 ‘비전 2030’은 코미디

    문제는 이러한 기조가 현재에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4대강 예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거의 명백한데도 거의 모든 집단이 4대강 예산만 지적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중단되어야 하지만 복지재정은 4대강과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 현재는 마치 4대강 사업만 중단하면 모든 복지가 될 것 같이 이야기하는 마술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유럽수준의 증세가 되기 위해서는 고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의 경우에도 상당한 수준의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정치적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도 당연히 상당수 포함될 수 밖에 없다.

    4.

    정치과정에 대한 몰이해도 큰 문제이다. 예를 들어 현재 유럽의 세금-복지제도는 계급투쟁의 결과, 타협의 산물이 제도화된 것이다. 따라서 부가가치세 세율도 높을 뿐만 아니라(우리나라가 10%인데 일부 유럽국가는 거의 20%에 달한다) 소득세 면세점도 낮고, 누진적 부담이 되지 않는 사회보험료 비중도 상당하다.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애초에 유럽에서 좌파정당들이 이러한 안을 주장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9세기 후반 독일사민당은 모든 세금을 없애고 소득세를 걷자고 하였다. 이 주장을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하자면 소득세액수는 지금의 3배 이상이 되어야 하고, 고소득 층의 실효세율은 아마 70~80%에 달할 것이다.

    이처럼 원칙적인 주장이 있고 이에 따른 투쟁이 선행하였기 때문에 그나마 지금의 유럽 조세-복지제도가 성립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지금의 논의를 보면 "좋은 것인 좋은 것이다"는 식으로 되고 있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수세적

    건강보험 하나로의 경우 누진적이지 않은 현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비례로 부과하고, 노동자 사용자 부담 1: 1)을 그대로 두고 1인당 11,000원씩 더 내자는 것인데, 이 내용을 보면 결국 건강보험료를 인상하자는 이야기인 것 같다.

    초기 독일사민당 정도는 아니더라도 유럽의 경우 사회보험료가 노동자 대 사용자 부담이 1:2에 이르는 국가도 많은데 이처럼 수세적으로 주장해서 과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성과가 무엇일지는 모르겠다.

    현재의 보편적 복지론은 지배층이 가장 민감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금문제를 간과한 채 매우 기이하게 논의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지가 계급, 계층간의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 간과하고 매우 비정치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이러한 허술한 복지담론을 중심으로 합당까지 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더욱 황당할 따름이다. 

    5.

    보편적 복지는 세금과 정치 없이 불가능하다. 심하게 말하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식의 현재의 무개념한 보편적 복지 개념은 필연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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