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명 목숨 내놓으면, 합의해주지"
    By 나난
        2010년 08월 05일 05: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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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40여 명의 화물 운송 노동자가 서울 여의도 LG트윈스 빌딩 앞에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사 합의서 이행 등을 요구하며 46일째 파업을 진행 중인 LG전자 물류자회사인 (주)하이로지스틱의 화물노동자, 즉 화물연대 경남지부 LG분회 조합원들이다.

    "합의서 도장 찍고 부정"

    하이로지스틱과 LG분회는 지난 4월부터 2010년 노사 이행합의서를 작성하기 위해 교섭을 시작했다. 당시 노조는 유류비 인상분 반영, 2008년 합의한 고충처리위원회 재개설, 운송사 변동시 고용 보장 등을 요구안으로 제출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당시 회사는 운송료 3.3% 인상 외 그 어떤 것도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작성한 노사 합의서마저도 부정하며 "서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노조의 주장은 다르다.정영정 화물연대 LG분회 1분회장은 “지난해에도 화물연대 경남지부 LG분회장의 이름으로 노사는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말한다.

       
      ▲ 화물연대 LG분회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LG트윈스 빌딩 앞에서 ‘2008년 합의서 이행과 전원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2박 3일간의 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지난 3일 열린 교섭에서 회사 측은 개별 합의서 작성과 운송 책임에 합의할 경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이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5명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아직 5명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조에서는 분회장 등 노조 간부가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합의를 해주겠다는, 노골적인 노조 무력화 의도다.

    회사가 제시한 개별합의서에 따르면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되, 계약 종료 시점으로부터 한 달 전에 회사 측에서 서면으로 계약해지 여부를 통보한다’는 내용이다. 아무런 통보가 없을시 계약은 자동 승계된다. 개인 금융거래에 따른 체불상황 등도 계약해지의 사유가 된다.

    운송 책임과 관련해서는, 화물 노동자들의 경우 화물수송센터에 적재물을 운반하고 송장 사인을 받으면 그 책임은 끝이 남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가정에 배달이 된 상황에서 확인된 하자에 대해서도 화물 노동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회사가 원하는 건 노조 문 닫는 것"

    심용격 화물연대 경남지부 사무부장은 이는 “받을 수 없는 안”이라며 잘라 말한다. 그는 “개인의 금융거래 등을 이유로 계약 여부를 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동안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경우 계약이 자동갱신되던 걸 무조건 1년 계약으로 바꾸고, 회사 입맛에 따라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조는 “회사가 진짜 원하는 것은 노조 말살”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나 회사 측이 협상안을 제시하며 5명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노조 간부 등을 해고해 노조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술수”라고 말한다.

       
      ▲ LG분회 조합원들은 회사 측의 책임자처벌을 전제로 한 노사합의를 거부하며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실제로 노조에 따르면 2008년 노사 합의에 따라 설립한 고충처리위원회는 2009년 초까지 열리며 노사 간 갈등을 푸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경 창원영업소에 새로운 소장이 부임하며 7개월 가량 열리던 고충처리위원회도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새 소장은 공공연히 “나는 노조를 깨려고 왔다. 노조를 탈퇴하라”고 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회사 측은 노조의 조끼 착용에 대해서도 거부 반응을 보이며 회사 출입을 막는 가하면, 배차를 거부했다. 화물연대 조끼에 새겨진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문구가 “너무 선정적”이라는 게 이유다.

    심 사무부장은 “조끼는 평소에는 거의 입지 않는데다, 교섭시 회사 측이 요구할 경우 벗기도 했다”며 “갑자기 노조 조끼를 문제 삼으며 배차를 거부하는 행위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노조 깨러왔다"

    회사의 노조 탄압은 파업이 진행되며 더욱 노골화됐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파업 대오에서 나와서 복귀할 경우 조건없이 복직시켜주겠다”, “화물차주님은 개인사업자로서 쟁의행위의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노조는 “회사가 노조와의 합의서를 부정하는 것을 넘어 조합원들의 탈퇴까지 종용하며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하지만 조합원들은 5명의 책임자 처벌을 거부하며, 전원 원직복직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시준 화물연대 경남지부장 등 6명은 LG전자 창원 1, 2공장 정문 앞에서 공장을 드나드는 화물차에 계란을 투척하는 등 물류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이, 또 다른 12명의 조합원은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소환장이 발부된 상태다.

    정 분회장은 “몇 사람에게 이번 파업의 모든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며 “5명에 대한 계약해지 요구가 철회되지 않는 한 파업 철회는 없다”고 말했다.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결국 회사는 화물연대의 명칭을 부정하고 화물조직을 와해하겠다는 목적”이라며 “8월 중순부터 전국의 LG전자 판매점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그 이후에도 회사 측이 변화된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LG전자 제품 불매 운동 등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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