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훼손 보상돼도, 우리는 안돼"
By 나난
    2010년 08월 04일 02:52 오후

Print Friendly

최근 한 대리운전 기사의 비극적 죽음 이후 특수고용 노동자의 근로조건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아졌으나, 그것도 잠시, 언제나처럼 문제 제기는 많으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 대리운전, 퀵서비스, 화물운전 등은 여전히 특수고용직종으로서 노동자성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험도 안 받아줘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을 물론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퀵서비스 노동조합 양용민 위원장은 “퀵서비스는 무법천지를 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1만 원짜리 퀵 주문을 수행해도 유류비, 감가상각비 등 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제외하면 퀵서비스 노동자가 손에 쥐는 돈은 4,700원”이라며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산재 적용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양 위원장은 “직업이 ‘퀵서비스’라고 하면 민간보험사에서는 보험 가입도 안 된다”며 그나마 “퀵서비스 전용보험의 경우 40만 원에서 69만 원으로 가입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에 그는 “사고가 나도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높은 수수료와 저임금에 시달리는 퀵서비스 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노동자성 인정은 물론 산재보험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지난 3일 진행된 양용민 퀵서비스 노조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 * *

– 지난 7월 30일 노조 개소식 했다. 어렵게 얻은 자리일 텐데 감회는?

= 그간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다 정식으로 사무실을 얻고 개소식을 했다. 만감이 교차한다. 처음 52명의 발기인으로 시작한 열악한 조직에서 조합원 350명까지 늘리며 정식으로 사무실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 양용민 퀵서비스 노동조합 위원장.(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 현재 국내 퀵서비스 노동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조사 결과 지난 2008년 전국적으로 17만 명에 달했다. 이 중 절반 가량인 8만 명 정도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금은 더 늘었을 것이다. 경제위기 등으로 비정규직이 계속 양산되면서 특수고용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4대 보험이 적용 안 된다. 노동법 적용도 되지 않는다. 

=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니 4대 보험 적용도 안 된다. 퀵서비스는 무법이다. 예전에 퀵서비스 관련해 산재를 인정받은 경우가 한 차례 있었지만, 그 경우 한 사용자와의 종속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가능했지, 지금처럼 여러 업체가 (주문) 프로그램 안에 주문 상황을 올리고 이를 퀵서비스 노동자가 오더를 받는 경우엔 사용자와의 종속성이 떨어져 산재 인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수수방관

– 퀵서비스 업체 내 영세업체 난립은 결국 과열경쟁을 야기시키고, 노동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 맞다. 때문에 노조에서는 신고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거다. 지금은 어느 누구나 신고만 하면 사업자 등록증을 받을 수 있다. 또 사업장 등록도 내지 않고 영업하는 곳도 많은 게 현실이다.

등록제로 간다는 것은, 제도권에서 관심을 가지고 퀵서비스 직종을 법제화한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은 물론 권리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방관적 자세다. 때문에 우리는 우선 산재라도 사회보장제도의 개념으로써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레미콘, 보험, 학습지, 골프 등 4개 직종에 대해 산재보험을 법제화했지만 이 역시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퀵서비스 분야 등 특수고용 직종 모두에 산재보험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경우 1만 원짜리 주문을 수행해도 유류비, 감가상각비 등 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제외하면 딱 4,700원 순수하게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산재보험 적용은 절실한 상황이다.

– 민간 보험 가입은 어떤가?

= 직업이 ‘퀵서비스’라고 하면 보험 가입도 안 된다. ‘퀵을 안 한다’고 해야지 보험이라도 드는 상황이다. 심지어 생명보험도 직업이 퀵서비스라고 하면 거절 사유가 된다. 현재 손보사가 담합해서 가정용, 사업용, 비사업용, 배달용, 퀵용 등으로 보험 상품을 나눴다.

현재 퀵서비스용 손해보험의 경우 S화재가 69만 원으로 제일 비싸다. 이거는 ‘큰돈으로 보험을 들려면 들고 없으면 들지 말라’는 심보나 다름없다. 다른 손해보험사도 보험료가 40만 원선이다. 여기에 퀵서비스 전용보험도 종합보험이 아닌 책임보험인데다, 자차, 자손 보상이 아닌 대인, 대물 보상만 적용된다.

퀵서비스는 그 자체로서 인정되지 않는 직업이다. 택시와 화물, 버스 등이 노란색 번호판, 즉 영업용으로 허가가 났지만 퀵서비스 오토바이 번호판은 일반 차량과 똑같다. 결국 오토바이 뒤에 짐칸을 달면 퀵서비스가 되는 거고, 달지 않으면 출퇴근용 오토바이인 것이다.

물건 훼손은 보상받지만, 사람은 안돼

– 업무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처리는 어떻게 하나.

= 그나마 상대방의 과실이 클 경우에는 상대방 보험회사에서 어느 정도 보상을 해주지만, 퀵서비스 노동자의 과실이 클 경우에는 문제가 커진다. 민간보험회사에 책임보험을 가입했다 하더라도 금액이 클 경우 보험회사에서 구상권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야간 운행이나 우천시, 혼자 전복돼서 사고가 날 경우 모든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그 어떤 보상금도 지급하지 않는다. 지난해 한 퀵서비스 노동자는 사고로 머리 절반이 함몰됐다. 수술을 대여섯 번을 했지만 본인의 과실이 커 실질적인 보상도 얼마 받지 못했다. 기껏해야 차상위계층 보조금 정도가 정부에서 나올 뿐이다.

업주들은 적재물 보상보험만 가입할 뿐이다. 배달 제품의 파손에 대해서만 보험을 들지 분실이나 도난은 해당 안 된다. 하지만 적재물을 받기 위해 잠시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자리를 비운 사이 도난당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파손은 거의 없다. 때문에 적재물을 도난당했을 때도 모든 책임은 노동자에게 돌아온다. 공정거래위원회 개정 약관에도 업주가 책임져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업주들은 무조건 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결국 견디지 못하는 기사는 일을 그만두거나 잠수 타는 수밖에. 없다.

–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어느 정도 되나.

= 산정할 수가 없다.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출퇴근 장소가 없다. 자기 집이 출근 장소다. 아침 밥 먹고 옷 챙겨 입고 PDA나 무전기로 콜을 찍으면 일을 시작하는 거다. 새벽 1시까지 일하는 사람도 있다. 밤 늦은 시간에는 오더가 많진 않지만 심야 할증이 붙기 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사람도 꽤 된다. 보통 주 40시간 하루 8시간 근무를 이야기하지만, 퀵서비스 노동자들에게 하루 8시간 근무는 없다.

30만원 벌금에 자살 시도한 사람도

–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근무조건 향상을 위해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할 것은 무엇인가.

= 산재보험 적용이다. 물론 4대 보험이 모두 적용돼야 한다. 퀵서비스 노동자 중에는 국민연금은 말할 것도 없고, 의료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때문에 산재보험만이라도 적용해 최소한의 삶은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저임금은 생활고로 이어지고 있다.

= 기초적인 생활 자체가 안 되는 곳이 많다. 38살의 한 퀵서비스 노동자는 주문을 보다 빨리 처리하기 위해 오토바이의 통행이 금지된 노들길을 이용했다가 경찰 단속에 걸렸다. 벌금만도 30만 원으로, 생활고를 겪던 그는 그날 밤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아들이 발견해 끔찍한 일은 면했지만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퀵서비스 노동자에게 30만 원의 벌금은 엄청난 금액이다.

현재 노들길은 물론 한남고가, 남부순환로 등의 자동차 전용로는 오토바이 통행이 금지돼 있다. 퀵은 빠른 시간 내에 적재물을 전달하는 게 일이다. 그런데 빠른 길을 두고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 사진=퀵서비스 노동조합

경찰에서는 자동차 전용로기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하지만, 오토바이 사고는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나 폭주족에 의한 것이지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의한 것은 극소수임에도 불구하고 퀵서비스 노동자에게는 권리보다는 의무만을 강요하고 있다.

–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근무 중 가장 힘든 것은.

= 높은 수수료에 낮은 수입이다. 하루살이처럼 매일을 살아간다. 또 매시간 도로를 달리다 보니 아침에 출근하며 ‘저녁에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을까’란 강박관념처럼 사로잡혀 있는데다, 매일 마셔야 하는 매연으로 인해 호흡기 질환은 물론 안구건조증, 폐렴 등을 앓는 사람들도 있다.

무사 귀가, 강박관념

– 노조 재정사업과 퀵서비스 노동자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조에서 홍익퀵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퀵서비스 노조에서 비영리 사업장을 만든 게 홍익퀵서비스(1599-1252)다. 우리나라 퀵서비스 업계는 서너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세하다. 또 근무계약서가 아닌 업체의 일방적 근무수칙만 존재해 고용관계 역시 영구적이지 않다.

특히 요즘은 (주문을 올리고 체크하는) 프로그램에 300~400개의 퀵서비스 업체가 등록돼 각 업체에서 처리하지 못한 주문은 건당 수수료 25%를 받고 다른 업체에 넘겨주는 기형적인 행태도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기사들은 주문 확인 등에 필요한 PDA를 2개 내지 많게는 5개씩 가지고, 프로그램별 주문 상황을 체크하고 주문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열악한 상황과 잘못된 관행들을 고치고자 노조에서 홍익퀵서비스를 만들어 수수료 15%로,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한 만큼 대가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향후에는 사납금 형태로 35만 원만 내면 이후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일한 금액을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홍익 같은 경우 또 PDA 보다는 무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PDA는 굉장히 위험하다. 보통 오토바이 위에 PDA를 장착하고 운행 중에도 수시로 주문을 확인하는데, 그러다 사고 나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해 수원에서 PDA의 주문 상황을 확인하며 운행하던 퀵서비스 노동자가 버스 뒤를 받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때문에 홍익은 보다 안전한 무전을 통해 주문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퀵서비스 주문시 주는 쿠폰판 역시 업체가 아닌 퀵서비스 기사들이 주문을 더 받고,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 제공하고 있기에 이러한 나쁜 관행 역시 근절하고 있다.

– 향후 퀵서비스 노동조합의 계획은 무엇인가.

= 조직화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홍익퀵서비스를 알려내고, 산재보험 적용을 쟁취할 수 있도록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역량이 필요하다. 아직은 퀵서비스 노조가 조직이 작아 힘이 부족하지만 역량을 키워 싸워야 한다. 또 이 같은 요구를 알려내기 위해 하반기에는 출근시간에 조합원들과 준법은행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