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밖에 복지동맹 '빅텐트' 쳐라"
    2010년 08월 04일 08: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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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그동안 소위 진보정당들을 수평적으로 통합하는 ‘진보정당 합치기’는 실무적으로 구현 불가능한 그림이라는 판단을 해 왔습니다. 모든 당에 당내 사수파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실물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생각이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득 불가능한 다른 주체를 타도할 것인지, 관리 할 것인지를 처음부터 고민의 범위에 넣고 시작해야 합니다. 나 하나만의 일방향적 주체성을 설정하는 것은 주체사상파의 정신입니다.

합당 노선은 분당 노선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수파의 동의가 불가능한 합당 추구는 합당 노선이라기보다는 ‘내부 분당’을 감수하는 분당 노선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이 논쟁은 당의 존립과 관련된 논쟁이라 서로를 설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결국 별다른 성과를 내기 힘든 의미없는 논쟁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 지난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상근 기자)

저는 지금까지 진보신당 안에서 제기되어 온 ‘합당론’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당내 파트너’를 부정하고 누가 될지도 모르는 미확인 ‘당외 파트너’를 찾아 떠나는 불안한 여행 같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한 여행은 잘못할 경우 모두를 ‘세력 소멸의 늪’에 빠트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지점에서 합당정치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실현가능하고 효과적인 합당의 전략을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2.

제가 생각하는 실현 가능한 합당 방법은 이른바 ‘하향식 방법’입니다. 제가 그동안 ‘진보정당 합치기’가 실무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본 이유는 여러 개 정당들이 각자 내부 논쟁을 통해 합당 결의를 이끌어 내고, 각자 내부의 사수파들과 결별하고, 투쟁하고…

그렇게 해서 결국 소위 진보연합당을 만든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그럴 경우 얼마나 오랜 시간낭비를 참아야 하는가? 또 그렇게 만들어진 ‘또 하나의 당’을 과연 우리는 ‘진보연합’당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그럴 경우 그 지지율이라는 것이 합친다고 합쳐지겠는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상향식 합당 실현 불가능한 프로그램

진보신당 내에 ‘복지국가 노선으로 진보연합’을 주장하는 정파가 있고 저도 그 정파의 회원입니다만, 레고 장난감 조립하듯이 할 경우 그게 과연 ‘복지국가’라는 단일강령체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잡탕이 모이면 강령도 잡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에 모 인사는 자주 평등 복지를 주장하더군요. 왜 자주 평등 복지 생태 평화 연대 자유 통일을 주장하지 않는지 궁금하긴 합니다만…

하여튼 이렇게 진보정당들이 아래로부터 각자 결의해서 또 하나의 당을 만들어내는 상향식 합당은 어차피 실현 불가능하고 의미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현실론에 대해 의미있는 반론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3.

그러나 제가 지금 제안 드리는 하향식 프로그램은 실현 가능하고 의미있는 합당 프로그램입니다. 이 방식은 그러니까 각 개별정당 차원의 논쟁을 아예 무시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하나의 가상정당’을 설정해놓고 구체적인 창당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노선입니다.

시나리오를 예시하면 이렇습니다. 복지국가 노선으로의 진보재구성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느 날 갑자기 가칭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초정당 단일강령체(약칭 복지동맹)’를 출범시킵니다.

여기에는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심지어는 한나라당도 오겠다는 사람은 받습니다) 등 복지국가 노선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입니다. 일단은 주로 명망가들이 모일 것입니다. 각 정당의 명망가뿐 아니라 시민단체 차원의 결합도 있을 것입니다.

당 밖의 정당 ‘복지동맹’

물론 ‘복지동맹’은 일단 선관위에 등록한 합법당은 아닙니다. 선관위에 등록한 합법정당이 되는 순간 참가자들이 각자 자기가 속한 정당에서 탈당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당분간 합법당이 아닌 법외정당체 성격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명망가들이 일정한 가상정당체의 우산 아래 모여들었다는 사실 자체로 이것은 뉴스의 초점이 됩니다. 이 ‘복지동맹’이 향후 선거 연합을 주도적으로 설계해 각 당 내부에서 관철시키고 정책생산을 주도합니다. 각 당의 주요 주체들이 참여한다면 이 복지동맹이 주도하는 선거연합이 가능할 것 입니다.

이 과정에서 ‘복지동맹’이라는 가상 정당이 대중의 인지를 얻고 지지를 획득합니다. 이렇게 일정하게 대중의 지지와 인지가 형성되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복지동맹’ 중심부는 소속 조직원들에게 ‘탈당명령’을 내립니다.

각각의 정당에 속해있던 회원들은 그 시점에서 탈당하고 싶은 사람은 탈당하고 하기 싫은 사람은 원래의 자기 당에 남습니다. 아마 경우에 따라서는 당에서 출당징계를 받은 사람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복지동맹은 탈당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새로운 당을 창당하고 이를 선관위에 신고합니다.

이로서 복지동맹은 ‘초정당 단일 강령체’가 아니라 ‘단일강령을 갖는 합법정당’으로 전환 됩니다. 피 한방을 흘리지 않고 신속하게 새로운 정당이 창당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하향식 합당 프로그램입니다.

당내 불필요한 논쟁 피할 수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우선 실현 가능합니다. 어차피 ‘진보정당 합치기’ 같은 상향식 합당은 절대로 온전한 합당이 될 수 없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진보대연합의 실제 내용은 ‘합당’이 아니라 ‘창당’입니다. 이 하향식 방법은 각당의 대의원 2/3의 동의를 얻는 등 ‘불필요한 합당 과정’을 전혀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불필요한 절차를 다 건너뛰고 곧바로 창당으로 직행하는 노선입니다.

2. 이 때문에 각 당 내부의 불필요한 논쟁을 피해갈 수 있습니다. 별다른 논쟁이 필요 없습니다. 일단 가상 정당을 창당하고 곧바로 개인의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에 모든 일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진보의 재구성으로 가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효율적입니다.

3. 이 노선은 단순히 진보4당의 연합에 만족하지 않아도 됩니다. 복지국가 건설은 단순히 진보진영의 고유한 목표가 아닙니다. ‘복지’ 자체는 비스마르크가 개량주의 노선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인데, ‘복지’의 방식으로 ‘보편주의’를 도입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향후 저 같은 개량주의자들의 주요 목표가 된 것입니다.

최근에 이재오도 복지에 관심이 많아서 보건복지위를 자처한다고 하는데, 복지국가 건설을 굳이 진보4당의 통합으로 제한해서 풀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감세와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기꾼들을 포함시키면 안 되겠지만 ‘필연적으로 증세를 동반하는 보편적 복지’ 원칙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을 범위에 넣고 ‘단일 강령’을 통해 이를 보장 받아야 합니다.

4. 합당이냐 독자생존이냐의 논쟁은 사실 그 자체로 탁상공론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독자성 유지의 실제 중요한 관건은 ‘독자적 차별성’이고 ‘콘텐츠’입니다

진보신당이 한국민중으로부터 어떤 차별성과 존재 의의를 확인 받으면 외부의 합당 압력을 받을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연합정치에 대한 외부의 압박은 진보신당이 그동안 존재 의미를 확인 받을 만큼 뭔가 뚜렷한 자기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실패해도 생산적일 수 있어

합당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그램의 성사 여부는 표면상의 명분보다는 결국 얼마나 내용을 갖추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즉 연합이니 합당이니 하는 정당형식에 관해 논쟁을 벌이다가 역량을 모두 소진하느니, 먼저 가치를 제시해 ‘가상의 합당체=복지동맹’을 건설해놓고 하향식으로 실제 당을 구축해 나가는 방식이 훨씬 대중의 검증을 받기 쉽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하향식 합당노선이 일정한 정치적 자산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동력과 주체세력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복지동맹’이라는 구호에 걸맞는 컨텐츠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 방식의 합당노선도 실패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실패는 당내 사수파와의 불필요한 논쟁에서 비롯된 실패가 아니라 대중노선의 실패일 것이기 때문에 매우 생산적인 실패가 될 것입니다. 저는 진보신당이 불필요한 논쟁 속에서 세력소멸의 위기에 봉착하지 않도록 서로의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는가하는 맥락에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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