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노위, 1141명 한날 한시 심문?
    By 나난
        2010년 08월 02일 05: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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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을 의자는 줘야 할 것 아니냐.”
    “우리가 짐짝도 아니고, 복도 바닥에 앉아서 대기하는 게 말이 되냐.”
    “부당징계에 대해 얘기하러 왔지, 우리가 군사재판 받으러 왔나.”

    서울지노위 17층 아수라장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17층은 아수라장이 됐다. 심문 회의가 열릴 제2심판정은 물론 두 세 명이 나란히 걸어가면 꽉 찰 복도에서도 밀려난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앞에 신문을 깔고 앉았다. 점거 아닌 점거가 된 것이다.

    이 같은 혼란이 발생한 이유는 서울지노위가 철도노조 징계자 1,141명에 대한 심문회의를 이날 오후 2시에 한 번에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1,141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도 없거니와 무더기로 심문회의를 개최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소명기회도 박탈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신속, 공정한 조정과 판정으로 (국민의) 힘이 되겠다는 서울지노위가 철도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 해고가 정당한지 엄중히 따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통과 의례식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지노위가 2일 철도노조 징계자 1,141명에 대한 심문회의를 개최해, 서울지노위가 아수라장이 됐다.(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서울지노위는 지난달 8일에도 철도노조 해고자 75명을 한꺼번에 심문했다. 부당징계 구제를 신청한 75명의 노조 조합원에게 주어진 개인별 소명시간은 단 4분에 불과했다. 그리고 서울지노위는 그들 중 71명에 대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이는 서울지법이 지난 달 2일 작년 철도파업과 관련해 안전운행 투쟁 및 9월 8일과 16일 파업에 대해 합법파업이라 판결한 것과는 배치되는 심문 결과다. 현재 서울지노위에 계류 중인 철도공사 부당징계 구제사건은 총3,357건이다. 서울지노위는 2일과 오는 5, 6, 9일 나흘간 심문회의를 열어 사건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3일 동안 3,357건 처리

    노조는 서울지노위가 “법도 없고 원칙도 없이 오직 노동자 죽이기만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더군다나 심문회의 관련 서울지노위의 공익위원 배정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2일부터 9일까지 서울지노위 심문회의에 배정된 공익위원은 철도공사(코레일)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배정됐다는 게 철도노조의 주장이다.

    서울지노위 공익위원 배정에는 경총 추천 공익위원은 매 사건마다 배정된 반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추천한 공익위원은 단 한 명도 배정되지 않았다. 특히 서울지노위는 철도노조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철도공사 손해배상청구소송 법정 대리인 변호사까지 한 때 심판회의 공익위원으로 배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변호사는 지난해 5~6월 철도노조의 태업 및 9월 8일 운전분야 하루 경고파업, 그리고 지난 11월 5~6일 지역순환 파업 및 같은 달 26일부터 9일간 진행된 노조 파업과 관련해 철도공사가 제기한 각각 9억 5,900만 원과 87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서울지노위는 2일 해당 변호사를 공익위원회에서 배제시키며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심문회의에 앞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갖고 서울지노위에 "진술권을 요구하는 한편, 공익위원 편파배정을 규탄"했다.(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노조는 서울지노위에 대해 “노동자의 구제기관이라는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고 노동자 살인기관으로 둔갑했다”며 “서울지노위 위원은 70여 명임에도 철도파업의 경우 네 명의 인사에게 집중적으로 배정돼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청구한 사건 중 대부분은 이기권, 최선애, 최수영, 신기창 위원에게 배정됐다”며 “그 중 이기권 지노위원장은 청와대 이영호 비서관이 물러난 후 그 후임으로 발탁됐다”며 말했다.

    소명권 박탈 규탄

    이에 노조는 이날 심문회의가 열리기 전인 오후 1시 서울지노위 앞에서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고 “서울지노위의 소명권 박탈을 규탄”하며 “철도파업 부당징계에 대한 공정심판”을 요구했다.

    김도환 공공운수노조준비위 위원장은 “지방노동위원회는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호하는 것이 입법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주성을 상실하고 정권과 자본의 입맛에 맞게 심판하고 있다”며 “민주노총과 함께 대책위를 꾸려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운수노조 위원장은 “오늘 서울지노위의 심판 결론은 이미 나와 있는 것 같다”며 “해고는 살인이고, 징계는 생존권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공익위원의 편파구성은 물론 신청자들에게 충분한 소명권 역시 부여하지 않는 것을 볼 때 지노위 심문회의는 요식행위에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철도공사는 지난해 단체협상 체결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을 벌인 것과 관련해, 노조 간부 등 169명을 해고하고, 599명을 정직처분하는 등 1만1,500여 명을 징계처분했다. 이에 현재 전국 10개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철도노조가 신청한 165명의 배제징계(파면, 해임)와 약 1만 명에 대한 중징계처분 사건이 처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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