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쇼 vs 보수식 친서민 정책
    By mywank
        2010년 08월 02일 05: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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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대기업 때리기’와 ‘친서민 행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기업 프렌들리’를 강조하며 대기업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상생 문제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 “대기업은 미소금융과 같은 서민정책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대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변죽만 울리다 끝날 것"

    정부여당은 이러한 친서민 행보가 ‘말 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이달 말 ‘대기업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종합대책’을 비롯해, 다음달까지 ‘국가고용 전략안’, ‘청년실업 종합대책’, ‘물가안정 종합대책’ 등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또 한나라당은 7.28 재보궐선거 직후 ‘서민정책특별위원회(위원장 홍준표)’를 출범시키고 서민 생활 개선을 위한 정책을 내놓은다는 계획이다.

    그야말로 ‘부자 정부(정당)’에서 ‘서민 정부(정당)’으로 탈바꿈하려는 이들의 행보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가 ‘중소기업 문제’를 화두로 친서민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우선 진보정당들은 근본적인 제도개선 없는 추진되고 있는 ‘말 뿐인’ 친서민정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 지난 달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 회의 모습 (사진=청와대)

    장석준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임기 후반 레임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구조 개혁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포퓰리즘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본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전환된 게 아니라, 일부 문제점을 보완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의엽 민주노동당 정책위 부의장은 “영포회 사건 등이 터지면서 발생된 권력 누수 현상과 당내 내분을 최소화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해진 현 정국을 다른 의제로 전환하기 위한 ‘모면책’에 불과하다”며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으로 SSM 및 대형마트를 규제를 꼽을 수 있는데, 이명박 정권은 이런 의지가 전혀 없다. 말로만 하는 친서민정책은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가 서민의 살림살이와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부의 친서민 행보가 뭔가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국민은 거의 없다”라며 “작년 연말의 ‘친서민 떡볶이’처럼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다가 끝날 것이라고 보는 국민이 더 많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 쇼로 폄하할 행보 아니다"

    반면 이 대통령의 ‘대기업 때리기’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전환하려는 시도 또는 ‘보수식 친서민정책’의 연장선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또 이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정치 쇼’로 규정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는 진보개혁진영의 태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시민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기본적으로 ‘정치 쇼’로 폄하할 행보는 아니다. 그동안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은 ‘낙수 효과’에 의거한 게 사실이다. 대기업과 수도권을 지원하면, 그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지방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낙수 효과가 더 이상 한국경제에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팩트’로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써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겨냥한 정책 추진에 나선 것”이라며 “이는 지금까지의 경제정책 기조와는 사뭇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중소기업 활성화’는 진보나 보수의 이념의 문제를 뛰어넘는 한국경제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하지만 이에 대해 진보개혁진영은 ‘정치 쇼 하지 말라’는 태도가 강하다. 중소기업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저항을 돌파해야 한다. 물론 이 대통령의 성공이 달갑지 않더라도 진보개혁진영은 대기업 비판, 현 정부를 견인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라며 “실효성 문제는 이번 달에 나올 ‘중소기업 종합대책’의 내용과 집행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겠다”라고 밝혔다.

    레임덕 벗어나려는 시도 측면도

    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은 “이 대통령의 ‘대기업 때리기’는 느닷없이 나온 게 아니다. ‘보수식 친서민정책’의 연장선으로, 치밀하고 일관되게 준비된 정책”이라며 “청와대 쪽 분위기를 보면 의지가 분명한 것 같다. 레임덕이 우려되는 집권 후반기 정국 안정화를 꾀하려는 측면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현 정권 집권 초반에 감세나 규제완화를 통해 대기업들이 알아서 잘해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것에 대한 ‘불만’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보수 역시 친서민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진보개혁진영이 이를 지나치게 평가절하하는 데만 매달리면 안 된다. 나중에 그쪽에서 성과가 나오면 어떻게 대처할 건지 우려가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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