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도급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해야"
By 나난
    2010년 08월 02일 0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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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이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현대차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므로, 2년 이상 근무시 원청의 정규직으로 봐야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노동계는 6년간의 투쟁의 결과라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과제가 앞에 놓였다. 대법원 판결이 저절로 정규직화를 가져다 주진 않는다. 오히려 그 동안 불법을 시정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회사쪽은 도리어 구타와 해고로 대응해왔다.

<레디앙>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가능했던 배경, 의미, 그리고 전망 등에 대해 세 차례 걸쳐 연재를 한다. <편집자 주>

우경화 대법원의 중대한 판결

지난 7월 22일,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기나긴 투쟁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판결이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의 아성으로 우경화돼가던 대법원에서 이뤄졌다. 도급을 위장한 불법 파견이냐, 합법 진성도급이냐를 놓고 숱한 논란을 벌여온 역사에 한 종지부를 찍는 중요한 판례가 마침내 등장한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제조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판결인 만큼 그 파장의 폭과 깊이가 얼마만큼이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 판결은 그간 판례로 축적되어온 불법 파견 사내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간주 적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파견법 제정 이후 이미 만연된 제조업 직접 공정에서의 불법 파견 관행에 쐐기를 박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 현대기아차그룹 로고.

그 동안 불법 파견 사내하청 신분이 족쇄가 되어 정당한 노조 활동 과정에서 살인적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도 있고, 부당해고에 대한 아무런 법적 구제나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사업장에서 쫓겨난 숱한 노동자들이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범법 기업으로서 자신이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했어야 마땅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도의적, 사회적, 경제적 책임을 우선 감당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이 당장 해야 할 일

현대기아차그룹은 가장 먼저 파기환송 후 다시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 판결이 나기 전에라도 이미 불법으로 판명 난 사내하청 고용에 대한 사회적, 법적 책임을 통감하고, 머뭇거림 없이 최소한 2년 이상 근속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선 예외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마땅하다.

즉 2년 이상 근속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동종 유사 업무의 정규직과 동일한 고용보장과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 다른 완성차 업체와 대형 부품사들, 유사한 일관공정을 가진 전자업계 등도 2년 이상 근속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물론 판결대로라면 우선 개정 전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 적용을 받는 2005년 7월 1일 입사자까지만 해당되지만, 개정 파견법의 고용의무 조항도 실질적으론 직접고용 정규직화라는 의미에선 그 입법 취지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입사 시점과 관계없이 2년 이상 근속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예외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2년 미만인 경우에도 불법파견이라면 사용사업주에게 원천적 책임이 있으므로 최소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법을 저지르면서 간접고용 양산을 통해 엄청난 이윤을 축적하고, 지금도 동희오토 등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당한 노조 활동마저 전면적으로 탄압해온 현대기아차그룹인 만큼 불법파견 판정에 따른 사용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더 이상 회피해선 안 된다. 제조업 대표재벌로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 착취에 대한 정당한 경제적 보상과 대국민 사과는 당연한 것이다.

이번 판결의 한계와 근본적인 함의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 운동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역사적 판결이긴 하지만 한계 또한 분명하다. 대부분의 사내하청업체가 위장도급이며 따라서 사용사업주인 원청업체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애초 법원과 노동부의 관점이 원청기업이 사용자로서 하청노동자에 대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여 지배력을 형성하는 사용관계의 성립 여부라는 노동자 파견관계를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인인 하청기업이 사용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지 여부만을 주목한 결과이다.

이런 법률의 맹점을 악용하여 하청업체가 현장대리인 등을 세우는 방식으로 고도의 법적 위장을 시도하여 ‘노무관리의 독립성’과 ‘사업경영의 독립성’ 요건을 형식적으로 갖추는 것이 수월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파견대상 업종이 아닌 제조업 직접공정이 사내하청 방식을 통해 불법파견의 온상이 돼버렸다.

이런 과거의 어두운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번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정을 분기점으로 삼아 기존 파견법의 문제점과 폐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입법안을 검토해야 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금년 3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가장 심각한 문제로 드러난 것이 임금 차별 심화와 간접고용 노동자의 증가이다. 전체 비정규직 규모는 조금 줄어든 반면 정규-비정규직 고용형태 간 임금 차별과 고용의 질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불법 파견업무 종사자 100만 명 이상

그런데 대표적인 간접고용 형태인 파견과 용역을 합해 76만 명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제조업 사내하청 노동자는 어디에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조차 없다. 법으로 금지된 제조업 파견 업무를 실제 시행하고 있는 파견업체 현황으로 짐작해도 최소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통계에서 0%로 잡히는 보건업의 간접고용 숫자도 보건의료노조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13%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파견법 재개정 이후 만연된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등의 불법 변칙 간접고용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와있다.

잘못된 통계로 인해 심각한 간접고용 규제의 절박성이 희석될 뿐만 아니라, 부당한 인건비 절감책으로 외부 노동력을 활용하는 기업들의 불법 관행을 고용유연화라는 미명으로 묵인, 방조하고 있는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문어발처럼 급속히 양산되고 있는 간접고용을 제어하기 위해선 불법파견 실태 파악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애초 파견법 자체가 고용과 사용을 분리시켜 노동력 매매를 통한 중간착취를 가능하게 한 것인 만큼 원점에서 법안 개폐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때다.

   
  ▲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외주하청업체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사진=금속노조)

현대기아차 그룹, 불법 온상

돌아보면 1961년 ‘직업안정법’에서 노동자 공급사업을 금지해왔고 근로기준법도 이런 전근대적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중간착취 금지 규정을 두고 직접고용 원칙을 촉진해왔다. 1998년 간접고용 형태의 근로자들을 보호한다는 미명으로 사용자들의 이해를 반영하여 제정된 ‘근로자파견법’은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형태의 불법, 편법적인 노동자파견을 급속히 확산시켜 법제정 이유가 곧바로 무색하게 됐다.

이 불법, 편법적 노동자파견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동차업종의 사내하청이다. 세계적 규모의 거대자본인 현대기아차그룹에서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일하고 있는 사실에서 보이듯 한국의 제조업 대자본은 근본적인 반성 속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가야 할 사회적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저임금으로 활용하면서도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까지 간단하게 회피할 수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사용자들이 불법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려면 위장도급 자체에 대해 형사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직업안정법은 사용사업주의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조차 없고 파견법도 사용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이므로 아예 파견노동을 근절하는 입법을 새로 추진하든지, 아니면 사용사업주에게 무거운 민형사 책임을 지우고 불법 간접고용 사용시 퇴출될 수밖에 없도록 제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불법파견 여부를 떠나 한국의 제조업 내 만연하고 있는 사내하청 전반에 대한 규제 또한 절실하다. 원청 자본이 필요 노동력을 사내하청 노동 형태로 조달하는 이러한 시스템은 원청 자본에 의해 구조적으로 확산, 남용될 개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은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제조업 사업장내 사내하청 노동자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여실히 증명되어 왔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러한 부당한 원청 자본의 비열한 행태에 저항하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조합 결성과 임단협 요구가 ‘하도급’이라는 이유로 원청 자본에 의해 간단히 무시되어 왔던 현실이다. 이미 2008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한국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할 것과 무분별한 하청 구조 남용을 제한하는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도록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 어떤 규제도 작업장 내 노동자의 자주적 결사체인 노동조합을 통한 규제보다 강력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의 제조업 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노동 3권을 보장함과 아울러 이러한 사내하청 구조의 남용방지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국제적 망신인 역주행은 이제 그만

   
  ▲사진=금속노조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이번 판결을 오히려 파견업종 확대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정부와 사용자들의 적반하장식 발상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특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사용자들의 이해를 대변하여 지속적으로 파견업종 확대를 꾀해온 만큼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사실 예전에도 이런 사례가 많았다.

투쟁을 통해 일정 기간 근속 후 정규직화 합의를 한 사업장에서 초단기 계약이 횡행하면서 합의 정신을 뒤집어버리거나 기간제법 정규직화 조항의 회피를 위해 외주화와 계약해지를 단행한 사례가 그것들이다.

단협 합의나 법제도 제정 취지와 정반대로 역주행한 경우처럼 이번 판결을 불법파견 근절과 간접고용형태 자체의 폐해를 예방하는 근원적 대책 마련의 계기로 삼지 않고, 오히려 파견불가업종인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까지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호기로 여기고 있는 세력이 있음은 불문가지이다.

법원과 정부의 위신이 심각하게 실추될 수밖에 없음에도 대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묻지마 방식의 파견업종 확대 시도는 최근 노동계를 배제한 채 당정청 중심으로 인력파견회사 연합체까지 참석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는 민간고용서비스산업 육성 방안과 직결돼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가 언제 휴지조각이 될지 모를 일이다. 노동계와 양심적 지식인들, 그리고 당사자들인 사내하청을 위시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면서 이 역주행을 막을 투쟁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늦었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부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위장도급=불법파견=사내하청=간접고용의 무차별 확산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면서 불법, 탈법을 밥먹듯이 해온 사용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데 앞장서온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적으로 이번 판결의 취지를 무위로 돌릴 뿐만 아니라 유연착취를 극대화할 민간고용서비스산업 육성 시도를 중단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불법·편법이 횡행하는 제조업 현장의 그릇된 고용 관행과 구조를 바로잡을 구체적 방침을 마련해서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조업을 넘어서서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사내하청·하도급 구조에 대한 전면적이면서도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진행시켜야 하며,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작업장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이는 지난 참여정부 시기 때부터 진행되어 온 사내하청 구조개선 노력이 여전히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가 정확한 실태 파악에서부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제조업을 넘어서서 여타 업종에까지 확산돼 있는 간접고용형태(파견/용역/도급/위탁/사내하청 등)의 폐해를 개선·해소하기 위한 제반의 법·제도적, 행정적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는 앞서 강조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이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피 눈물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투를 밑거름으로 최종심인 대법원에서까지 진실이 명백하게 드러난 마당에 이번만큼은 정부가 사회양극화를 개선시킬 중요한 계기로 삼아 친자본-친부자 부도덕 정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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