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MB, 진보 수명 단축시킬 수 있다"
        2010년 08월 02일 08:11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6.2지방선거와 7.28재보선 결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6.2지방선거는 승자가 없었던 반면, 7.28재보선에서는 승자가 분명했다는 것이다.

    결과론적이지만,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6.2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유권자의 투표행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7.28재보선 결과를 예시하고 있었다. 여론조사를 조롱하며 6.2지방선거에 요동쳤던 밑바닥 민심은 ‘반MB연대’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기보다는 ‘반MB’ 그 자체에 있었던 것이다.

    반MB, 진보 수명 재촉할 수도

    ‘반MB연대’, 더 정확히 말하면 ‘묻지마 반MB연대’의 진정한 실력과 유권자들의 기대지수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났다. 이는 말과는 달리 지방선거 결과를 오판하고 있었던 민주당 지도부와 다른 반MB 야당에 대한 ‘인내심 많은’ 유권자들의 ‘경고’다.

    예컨대 총리실 민간인 사찰,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등 가공할 만한 정부여당의 악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참패했다는 것은 민주당의 선거대응이 얼마나 허술하고 안이한 것이었는가를 보여준다. 물론 전국선거와 재보궐선거를 동등한 수위에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강조할수록 이들의 무능력만이 선명하게 드러날 뿐이다.

    그럼 두 번의 선거과정과 결과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에 주는 함의는 뭘까? 반MB연대는 ‘응급처방전’일 수는 있어도, 진보진영의 정치적 성장을 위한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잘못된 응급처방은 환자를 수술대에 오르기 전에 명을 재촉할 수도 있다.

       
      ▲ 민주노동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정희 의원 (사진=진보정치)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은 이들을 한껏 고무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본다. 또한 누차 강조했듯이 민주노동당의 선거평가서는 ‘이정희 대표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충분하다. 그가 말하는 ‘유연한 진보’의 ‘유연함’은 그가 공언했듯이 2012년까지 계속될 것이다. 진보대통합과 반MB 연대의 공존이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새 지도부가 자신있게 공언한 이상 지켜볼 따름이다.

    한 가지만 덧붙인다면, 민주당과의 반MB연대가 “묻지마 연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려면, 선거에서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민주당과의 연대가 ‘진보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4대강 예산을 담보로 한 민주당의 복지예산 증대 공약은 이들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슬로건이다. 4대강 예산 집행을 저지하는 것과 복지예산을 증대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위축돼 있는 진보신당

    9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진보신당은 상대적으로 매우 위축되어 있는 듯 보인다. 당 내부적으로는 진로를 놓고 각급 ‘토론회’에서부터 ‘1당원 1의견 내기’까지 다양한 참여기제가 가동되고 있으나,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우선 노회찬 대표가 지방선거 후 “민주노동당과의 진보대연합 불가피론”과 같은 발언은 부적절한 것이었다. 진보대연합 주체 구성은 당위성보다는 한국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위한 주요 의제들을 중심으로 진보정당의 지지층 구성과 성격, 대안적 진보의 담론-이것은 수권정당뿐만 아니라 대안야당에 대한 전망과도 연결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을 실사구시의 자세로 연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당 및 세력연합은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인격적이고 정치적 표현일 뿐이다.

    무엇보다 진보신당이 당의 진로와 관련되어 숙고해야 할 것은 권력과 집권에 대한 조급함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어떤 이는 ‘권력의지의 부족’을 지적한다. 그런데 지금 진보신당에서 권력의지를 불태운다면, 그건 ‘권력욕’에 가까울 것이다.

       
      ▲ 진보신당 당발특위 모습 (사진=진보신당)

    비전도, 지지층 확대의 전망도, 리더십과 충원구조에 대한 대안도 없는 정당의 ‘권력의지’의 말로를 멀리 갈 것도 없이 열린우리당 4년의 역사에서 잘 목도하지 않았는가. 또한 노 대표의 발언은 당노선 논쟁에 있어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는 당 대표와 생각이 다른 당원의 참여를 막는 바리케이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물론 당대표로서 당의 노선을 놓고 책임성의 차원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어쩌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것이 대표로서의 당연한 의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방선거에 대해 책임에 따른 지도부 교체를 앞에 두고 있고, 당 노선 및 연합정치에 대한 매우 ‘창조적인 상상력’이 동원되어야 할 시점에서 당 대표의 위와 같은 행태는 진보신당의 그토록 강조하는 당원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보신당 출범은 10년의  반성문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분리된 이유는 종북주의나 패권주의와 같은 당 내부의 사정으로부터 연유된 것이기는 하나, 그것이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표방하며 하나의 독자적 정당으로-진보정당의 과도기적 성격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지만-출범한 것은 진보정당 10년의 ‘반성문’이기도 한 것이다.

    그 반성의 결과가-이것저것 다른 이유가 붙지만-결국 “도로 민주노동당”이라는 데는 “내 탓이오”가 아니라면, 좀 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것 아닌가. 분당의 이유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했으면서, 통합의 이유도 매우 구차해 보이는 것이 지금 진보신당을 ‘관심있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