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장 전임 아니라, 노조전임도 안돼"
    By 나난
        2010년 07월 30일 02: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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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전북 익산병원 노조(보건의료노조 익산병원지부)의 파업이 31일째로 접어들었다. 2010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충돌하고 있는 노사는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교섭이 병원 측의 불참과 협상 중 일방적 퇴장 등으로 교섭이 진전되지 않아 익산병원 노사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타임오프, 2천 시간 보장에 96시간만 

       
      ▲31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익산병원지부 조합원이 촛불을 켜고 있다.(사진=보건의료노조)

    여기에 최근 병원 측과 노조가 언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반박하며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맞서고 있는데다, 병원 측이 14명의 노조 간부에 대한 고소와 야외 주차장 천막 철거 등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여서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익산병원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진행하며 노조 전임자의 처우와 임금 인상 등에서도 부딪치고 있다. 현행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에 따르더라도 2,000시간의 유급 전임활동 시간이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은 96시간만을 허용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여기에 노조의 파업이 길어지자 병원 측은 기본적인 노조활동까지 막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은 개인재산”이라며 “휴게(점심) 시간에도 홍보물 배포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익산병원지부에 따르면 병원 측은 노조 사무실 역시 노조가 알아서 병원 밖에 만들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 측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조 탈퇴도 종용하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최 아무개 부장은 자신의 집무실로 조합원을 호출해 노조 탈퇴서를 건네며 “잘 생각하라”고 말하는 가하면, 근무현장에서도 “탈퇴서는 이렇게 쓰는 것”이라고 알리기도 했다.

    지부는 “(병원의 이 같은 행동은) 결국 병원에서는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말로는 노동조합을 인정한다고 하는 등 앞뒤가 전혀 다른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 탈퇴 종용

    최근 병원 측은 언론을 통해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있으며, 병원장 역시 전임이 아니어서 일과 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병원장 업무를 볼 정도”라며 “지원체계가 좋은 대형병원들과 똑같이 비교해 노조 전임자나 노조사무실을 기본으로 요구하는 것은 익산병원의 형편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부는 “종합병원이나 대형병원의 경우도 병원장이 전임하고 있지 않으나, 노동조합의 전임은 인정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고 반박했다.

    지부는 “노조는 노조법의 재개정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신규노조라는 점을 감안해 노동부가 제시한 타임오프 고시 한도 내의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행법의 범위 내에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 익산병원지부가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병원 주차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보건의료노조)

    익산병원의 경우 근로조건 역시 열악한 수준이다. 노조는 야간 근무 간호사 1명당 50명의 환자 차트를 관리하고, 1명당 100명의 환자를 직접 처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8년차 직원의 실제 임금 수령액은 120만 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부는 이 같은 열악한 상황이 노조 결성과 파업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익산병원 노사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자 보건의료노조는 “상식적 수준에서 문제를 풀라”고 주문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조합을 인정한다’는 병원 측의 말이 진심이라면 노동조합이 숨 쉴 수 있도록 여지를 주어야 한다”며 “사무실, 홍보활동 보장, 일정 수준의 전임활동이 바로 노동조합을 숨 쉬게 하는 최소한의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병원 야외주차장서 땡볕 아래 농성 중

    노조는 “하지만 병원 측은 ‘아무 것도 못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사실상 노동조합을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노조는 병원 측에 공개토론을 제한한 상태다. 노사합의로 사회자를 추천하고, 노사 양측과 각각이 추천하는 2~3명의 토론자를 참여해 양 측의 입장을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노조는 “병원 측은 하루빨리 성실교섭으로 파업 사태를 마무리하는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조의 최소한의 요구에 병원 측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산병원지부는 지난 3월 열악한 근무조건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임단협 교섭을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교섭 거부 △병원장 불참 △자료제출 거부 △노조 측 교섭위원 교섭장 출입 봉쇄 △교섭 도중 일방 퇴직 등을 계속해 왔다.

    이에 지부는 지난 6월 30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환자 보호자의 불편을 감안해 병원 로비가 아닌 병원 야외주차장에서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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