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장을 세워야, 그들을 끌어낸다"
    By 나난
        2010년 07월 30일 06: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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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희오토 노동자들.(사진=이은영)

    “정규직과 비정규직 하나로 만드는 투쟁을 시작하자.”

    최악의 노동 조건에서, 외로운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동희오토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모처럼 힘을 얻은 모습이다. 29일, 18일째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상경농성투쟁을 하고 있는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태줄 ‘동지’들이 몰려왔다.

    2004년 노동조합을 결성한 뒤 진행된 해고로 결국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겐 기다리던 ‘반가운 사람’들이다. 

    이날 금속노조는 수도권과 충청권 간부 및 조합원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노동기본권 사수대회’를 열었다. 동희오토 비정규직 탄압과 원청사용자성 쟁취,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를 통한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투쟁 정당성 확인, 승리 전망 높아져

    이날 집회 참석자들의 얼굴은 다른 집회 때와는 달리 ‘희망’의 기운들이 도는 듯했다. 지난 22일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표정이 밝아보였다. 이번 판결이 당장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투쟁의 정당성’이 확인됐고, ‘승리의 전망’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사용자를 무릎을 꿇릴 수 있는 길은 오로지 공장을 세우는 것 뿐”이라며 “오늘의 이 자리는 현대기아차가 무너질 수 있는 투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희망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백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장은 “(투쟁하는 동희오토 노동자 수는) 몇 안 되지만, 이번 투쟁에서 파견법을 막아내지 못하면 제조업 전체로 파견이 확대될 것이라는 위기의식 아래 금속노조가 우리의 투쟁을 받아 안았다”며 “이런 측면에서 오늘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물론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기대감에) 들떠있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그간 비정규직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투쟁에 대해 ‘비정규직이 불쌍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철폐’라는 구호적 투쟁에 머물러왔다”며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비정규직 투쟁이 금속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앞 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예상은 여전히 유효하다. 회사는 ‘노조 인정, 해고자 복직’ 요구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고, 밤샘 물뿌리기, 경적 울리기로 대응했다. 비를 피하게 위한 천막도 강제로 철거하고 가져갔다. 대화는 없다는 회사의 입장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 금속노조는 29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앞에서 ‘노동기본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사진=이은영 기자)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발언을 통해 ‘단결 투쟁’을 강조했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이날부터 다음 주 휴가기간 내내 동희오토 조합원들과 함께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김성락 기아차지부장은 “동희오토가 현장에 돌아가는 날까지 연대하겠다”고 발표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장인호 충남지부장은 “자본과의 줄다리기에서 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밀리고 있는데 우리는 뭉치지 못하고 있다”며 “하나로 뭉쳐서 자본과의 줄다리기에서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아차지부 부지부장 역시 “20년간 탄압 받을 만큼 받았다”며 “이제는 투쟁을 즐길 때가 됐다. 즐기면서 끝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재벌이 우리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박유기 위원장은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물론 타임오프를 빌미로 한 노조탄압에 대해 설명하며 “금속노조 내 110개 사업장이 ‘노동기본권 현행 유지’에 뜻을 모으며 합의했다”며 “하지만 SNT, 거성 등 재벌집단이 여전히 노조의 깃발을 내리라며 우리의 앞을 가로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3년간 투쟁해 오며 느낀 것은 사용자를 교섭장으로 끌어내고, 무릎을 꿇릴 수 있는 길은 오로지 공장을 세우는 것 뿐”이라며 “그 길 외엔 사용자를 굴복시킨 역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의 이 자리는 현대기아차가 무너질 수 있는 투쟁의 시작”이라며 투쟁의 결의를 모았다.  

    현재 타임오프로 인해 노사관계 파행을 겪고 있는 김성락 지부장 역시 “기아차는 지난 19년간 파업을 이어왔다”며 “올해 20년째 되는 파업은 보다 완숙한 투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아차 측에 “노조말살 정책을 중단하지 않으면 8월 이후 투쟁은 피할 수 없다‘며 ”이제 투쟁은 말보다는 가슴으로, 가슴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불법파견’, ‘노조탄압’, ‘타임오프’가 세겨진 얼음을 깨며 사용자 측에 "노사관계 파국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이날 현대기아차그룹에 △위법적 타임오프 매뉴얼 실행 중단 △노사 자율교섭에 따른 단협 이행 △불법파견 노동자 즉각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불법파견’, ‘노조탄압’, ‘타임오프’가 세겨진 얼음을 깨며 사용자 측에 "노사관계 파국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 이날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앞에는 1,000여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모여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뜻을 밝히는 한편, 노동기본권 사수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사진=이은영 기자)
       
      ▲ 현대기아차그룹 앞에 걸린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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