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 끌려다닌 '진보' 무능 드러내
        2010년 07월 29일 02: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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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의 압승은 곧 야당의 참패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었던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를 당했다. 그런데 민주당 하나의 참패로 파장은 멈추지 않을 듯하다. 서울 은평을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처럼 야권단일화를 이루었지만 ‘정권 실세’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에 20%포인트 가까이 밀렸다.

    "정권 레임덕 가속화 막을 수 없을 것"

    지난 2008년 총선 이후 연이은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를 맛봤던 한나라당에게는 오랜만의 승전보이자 ‘반MB연대’가 마치 당의 유일한 회생 방안처럼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왔던 민주당의 패배다. 진보진영 역시 좋지 않다. 민주노동당이 자신감을 드러냈던 광주 남구에서 오병윤 후보는 선전했지만 패배했다. 은평의 금민 사회당 후보는 0.5%에 그쳤다.

    무엇보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이재오 후보의 귀환이 눈에 띈다. 친이계통의 안상수 대표 체제가 출범했지만 강력한 카리스마의 부재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인 이재오 후보의 화려한 귀환은 당의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재오 후보의 선거전략이 한나라당과 철저히 괴리된 ‘바닥 행보’에 가까울 만큼 대중과 이명박 정부의 괴리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인데다, 이미 한 차례 지방선거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시험대에 오른 만큼 이재오의 귀환도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 가속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한국정치는 선거의 결과가 갖는 정치적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것 같지 않다”며 “양극화된 구도에서 한쪽이 잘되면 반작용이 빠르게 조직되는 형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겼다고 국정운영 주도권이 완전히 한나라당쪽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미 지방선거로 레임덕이 시작된 셈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성과를 내었다고 해도 이미 들어선 제도적 레임덕을 회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대안부재 한국정치 현실 드러나

    하지만 이번 선거로 인해 ‘대안부재’라는 한국정치의 현실이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의 자당 이기주의와 민심과 괴리된 퇴행적 공천에 대한 평가가 당 내부는 물론 타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변화와 혁신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야당 지지층의 결집력보다 한나라당 지지층 응집력이 훨씬 더 강했다”고 말했다. 장상 민주당 은평을 후보는 “야권단일화가 너무 늦게 이뤄져 야권 지지층 결집에 실패했고, 한나라당의 조직적인 동원선거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반성’이 보이지 않으니 ‘변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같은 평가는 인물과 정책이 받쳐주지 못하는, 내용 없는 ‘공학적 단일화’의 한계에 대한 성찰 부족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일화 성공 신화’에 빠져있던 야권의 안일함을 향해 유권자들이 회초리를 들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공학적 평가’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진보진영의 성적표도 결국 ‘패배’로 찍혔다. 은평을에서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를 하며 또 다시 후보를 사퇴했지만 선거패배를 막지 못했고 사회당 금민 후보는 진보신당의 지지를 받아놓고도 1%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했다.

    광주 남구에서 44%의 지지를 얻어내는 선전을 이뤘지만 공공연히 “승기를 잡아왔다”고 기대를 걸어온 만큼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광주 남구가 민주노동당의 열세지역으로 꼽히지만 민주당을 제외한 타 야당과 시민단체의 지지를 얻어냈다. 여기에 ‘우군’인 민주당의 광주 지역 의원들이 민주노동당을 향해 색깔공세를 펼쳤다는 상처도 남았다.

    진보연합 목소리 힘 얻을 가능성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진보진영의 정국을 주도할 주요한 계기를 눈 앞에서 놓친 셈이다. 당 내에서는 “광주 남구에서 당선되면 오히려 당의 역량 강화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통합’이라도 “민주노동당 중심의 통합” 목소리가 높아졌을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광주에서 민주노동당이 석패하고 은평을에서 반MB연대가 실패함으로서 ‘진보연합’의 목소리도 일부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정성희 최고위원은 “은평을 패배의 1차적 책임은 민주당의 잘못된 공천에 있지만 민주노동당이 비민주 진보대연합에 대한 노력 없이 ‘이재오 심판’만을 외치며 민주당과의 연대로 가버린 것이 지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당은 일방적으로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한 사퇴를 요구했고 국민참여당도 자당 중심의 후보단일화를 원했지만 민주노동당이 진보대연합을 위해 보다 적극 노력했어야 했다”며 “은평을 결과와 광주에서의 민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 행태는 진보진영이 ‘반MB 범야권연대’의 일면에만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더 심각한 타격은 사회당이다. 사회당은 당의 대표 주자인 금민 후보를 출마시켰고 진보진영 인사들을 조직하는 한편, 진보신당의 지지까지 받아내며 선거에 전력으로 임했지만 1%의 벽도 넘지 못했다. 서울에서 진보신당의 지지가 3%를 오르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보신당 지지율만큼도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는 진보신당 지지자들이 금민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진보신당 장석준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광주 남구에 대해 “안타깝지만 투표율이 낮았고 재보선이라는 특성도 있는 만큼, 진보정당운동이 일대일 구도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것도 과도하다”며 “나름대로 악조건에서 대의를 갖고 싸운 것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정치 진로 합의 부족이 문제

    은평을 역시 “우리 입장에서 이재오 후보나 장상 후보에 차이를 찾을 수는 없다”며 “금민 후보가 어느 정도 득표를 해 낼지 상관없이 지지를 선언한 것이기 때문에 득표율이 적게 나왔다고 해서 금민 후보를 선택에 대해 비판적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박상훈 대표는 “진보의 문제는 표가 많이 나오냐 안나오냐가 아니라 진보정치의 진로에 대한 일정한 합의적 시각이 부족한 것”이라며 “이번 재보선 역시 진보진영은 늘 상황논리에 끌려다녔다는 느낌이 들면서 진보정치가 더욱 편협하게 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진보진영이 과감하게 정치적 상황을 개척하는데 무능력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진보정치가 여론조사에 휘둘리는 이상, 한국정치의 종속변수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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