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신냉전시대 오나?
    2010년 07월 28일 04: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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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핵 시설을 30분 만에 초토화할 수 있는 랩터의 출격. 전투준비를 마친 f-22 전투기가 격납고에서 위용을 드러냅니다” – KBS 9시 뉴스

“바다 위의 지휘 본부 ‘조지워싱턴호’, 전투력 과시”, “최강 전투기 ‘F-22’ 韓영공 첫선” – MBC 뉴스데스크

“‘하늘에서 바다에서’…한미 연합군 전투력 과시” – SBS 8시 뉴스

지난 일요일(7월 25일)부터 진행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방송3사의 보도는 흡사 실시간 ‘스포츠 중계’를 보는 듯했다. 매일매일 국방부와 군이 제공한 언론홍보자료를 그대로 옮기고 있는 앵커와 기자들의 멘트를 듣고 있노라면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영변 핵 시설을 30분 만에 초토화” 운운하는 부분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벌써 꽤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예비군 훈련 중의 안보교육용 비디오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국방부 홍보뉴스로 전락한 방송3사 뉴스

1991년, 우연히 TV뉴스에서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당시 뉴스화면의 영상을 오락실의 게임 보듯 했던 느낌이다. CNN의 ‘전쟁 중계’를 그대로 방영하던 뉴스의 탓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먼 나라의 일이었기에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전쟁 구경’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한미 연합훈련 3일째인 27일 한국형 구축함 최영함(DDH-Ⅱ)에서 경어뢰 `청상어’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물론, 지금의 한반도가 전쟁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1976년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이후 최대 규모 장비와 무기가 동원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라고도 하고, 서해 일부분을 제외한 한반도 주변 거의 전 해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군사훈련을 스포츠 중계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76년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은 한반도가 핵전쟁의 위기로 치달았던 사건이다.

무엇보다도,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최악의 대치상태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의 연장선상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은 ‘보복성전’을 공언하고 나섰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미국의 가중되는 핵위협에 대처하여 우리는 새롭게 발전된 방법으로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6자회담의 재개가 요원한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 정세가 더욱 악화될 수도 있음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그동안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면 한반도 정세는 당사자들의(어느 일방의 벼랑끝 전술이 아니라) ‘벼랑끝 대치’ 상황 후에 극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관찰자적 입장에서 상황을 조망하고 있기에는 과정에서 치룰 비용과 그 후과가 만만치 않다.

나선형 군비경쟁 촉진하는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는 그 계획이 알려졌을 때부터, 특히 중국의 반발을 불러왔었다. 애초 서해에서 실시하려고 했던 훈련 장소를 변경한 것도 그러한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중국 관영 CCTV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서해 부근 내륙에서 신형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발사훈련을 포함한 대규모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누가 봐도 인민해방군의 이번 훈련은 한미 양국의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맞대응이다.

뿐만아니라,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는 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직전인 22일 ‘항모에 맞서는 중국의 3대 병기를 공개한다’는 제목의 장문 기사를 실었다. 여기서 3대 병기라 함은 항모킬러미사일, 잠수함함대, 해안의 입체적 화력망을 일컫는다. 이들은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핵전력과 미군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전진배치와 미국의 아태지역 군비증강에 편승한 일본의 움직임에 대응해, 잠수함 전력의 현대화와 증강에 전념해왔다.

중국이 핵잠수함을 잠수함 함대의 주력으로 삼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2008년 진급(晉級)094 핵잠수함을 개발한 데 이어 앞으로 5척의 핵잠수함을 보유할 계획이다. 핵 잠수함에 비행거리 8천㎞급의 잠수함 탑재형 장거리 탄도미사일(SLBM)을 실전배치할 계획도 갖고 있다. 8천km라면 미국 본토 일부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비행거리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항모전단은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군사력이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 시절 양안 위기가 고조되자 항모를 타이완 인근까지 전진배치하면서, 중국에 대한 무력시위를 통해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를 전개했다. 당시는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강압외교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압외교가 대치하다가 극적으로 타결점을 찾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잊지 못할 학습과정이 되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태지역에 전진배치되어 있는 미국의 항모전단은 중국의 해상교통로(sealane) 확보에 있어서도 ‘위협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경제성장을 위한 안정적 환경의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이 에너지 자원의 확보와 무역 등을 위한 해상교통로를 확보하는 것은 사활적 이익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협조 없이 안정적인 해상교통로를 확보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중국이 갖고 있는 결정적 취약성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제7함대 거의 전체 전력과 그 작전지역 안에 들어 있는 한국군, 게다가 일본 자위대의 참관단까지 포함하는 한미(+일)의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은 이미 방어훈련을 넘어선 무력시위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방어훈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오히려 한국의 언론들이 ‘무력시위’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 무력시위는 북한에 대한 시그널에 그치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은 그에 대한 대항행동을 시작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훈련이 있었고, 러시아와의 공동군사훈련, 혹은 상하이협력기구(SCO) 국가들의 공동군사훈련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미 중국은 러시아, 상하이협력기구 국가들과 수차례에 걸친 대규모 군사훈련을 단행한 바 있다. ‘양 진영’의 군비증강과 공동군사훈련의 주고받기, 그야말로 나선형 군비경쟁(상대방의 군비확대에 대응하여 서로 주고받으며 군비를 확대하는 것-편집자 주)의 전형적 양상인 것이다.

동북아 신냉전, 카산드라의 예언이 될 것인가

사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 강경정책에 호락호락 호응하지 않는 중국에 대한 불만이 정책결정자들과 보수적 전문가들 사이에서 높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2002년~2003년을 경과하면서, 북한에 대한 강경압박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일본이 ‘중국 때문에 될 일도 안 된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흐름이다.

여기에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하면서도, 정치군사적 견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가 이번 대규모 군사훈련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의 언론들이 그 ‘위용’에 감탄사를 헌사하고 있는 미국의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지워싱턴호가 이끄는 항모전단은 미 태평양 함대의 핵심전력이다. 또한, 조지워싱턴이라는 핵항공모함의 일본 배치(조지워싱턴호는 일본의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삼고 있다)는 아태지역과 동아시아 전역의 군사력 구조에 격동을 초래할 불씨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의 총리 안보 자문기구가 “(일본 내 핵무기 보유를 금지하는) 묵계가 올해 미국 핵항공모함이 일본 영해로 진입하면서 달라졌다”며 “일본이 스스로 방어계획을 세우고 동맹국에 원조를 약속하기 위해 헌법 구조의 융통성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아사히신문 7월27일). ‘천안함 사건’과 북중러, 한미일 대립구도의 재현, 그리고 한미(+일)의 대규모 군사훈련이 실시되는 와중에 드러난 보고서의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강대국 협조체제(헨리 키신저의 표현)”라는 기조와 금융위기 속에서 중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이 오바마 행정부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중국을 너무 키워 준 것이 아닌가’라는 대내외의 비판에 직면했던 것도 사실이다.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미국이 남사군도 문제에 끼어들기를 시도하면서 중국과 벌인 신경전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해 보면,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는 ‘미-일-한 vs 중-북-러’의 구도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 미-일-한의 군사동맹을 기축으로 삼아 이 지역에서의 헤게모니 유지, 강화를 추구하는 것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냉전적 유산과 그 유산에 기생하는 세력들에게 힘을 실어 줄 뿐이다.

동북아 신냉전의 도래를 단언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신냉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북-중-러, 한-미-일로 이어지는 대립구도의 확대재생산은 동북아시아 지역에 냉전적 지정학의 망령을 되불러 올 뿐이다. 카산드라의 예언을 미친 여자의 헛소리 취급했던 트로이는 결국 멸망의 길을 걸었다.

동북아시아 지역은 탈냉전기 가장 뚜렷한 군비증강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이다. 게다가, 역사적 구원(舊怨)의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남겨져 있기도 하다. 언제든 ‘동북아 신냉전’이라는 말이 카산드라의 예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촉매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다.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연합군사훈련이 정기화되기까지 한다면 그 가능성은 점점 현실로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전쟁이 두렵지 않다는 MB, 그가 두렵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는 한국은 미국과 일본 만을 쳐다보고,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 미국은 한반도의 정세를 지렛대 삼아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지속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강대국의 이전투구 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한국 정부가 ‘천안함 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친 유엔과 ARF 등의 외교무대에서 그와 같은 양상을 확인한 바 있다. 달리 말하면, 한반도의 남북관계에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면 할수록 강대국들의 한반도 개입의 여지를 확장시켜 줄 뿐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히 민족주의적 ‘열정’에 기반한 문제제기가 아니다. 오히려, 한반도에 살고 있는 민중들의 평화적 생존권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전쟁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는 이명박 대통령.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젊은이들의 영전 앞에서 복수를 다짐했던 해군참모총장. 그들이 유일하게 ‘성과’로서 붙들고 있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한반도 민중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담보로 삼았다.

그러나 그것도 언젠가 한반도 정세의 출구가 보이고 6자회담이 재개되면 ‘역사적 희극’으로 기억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들의 희극에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그 희극의 과정에서 치룬 비용, 그리고 그 후과는 누가 지불했고 누가 감당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한번 상기해 두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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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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