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내하청 2년 이상 되면 정규직"
    현대차 원청 사용자성 인정한 것
    By 나난
        2010년 07월 25일 10: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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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인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라도 2년 이상 근무했다면 원청회사인 현대차가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향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에 따르면 현대차에서만 7,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후폭풍 거셀 것

    25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22일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최병승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현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국장)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6월 24일 김호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원청사용자성 쟁취’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그 동안 사내하청을 ‘도급’으로 보고 파견법에 적용받지 않던 관행에 제동을 걸고, 이를 ‘파견’으로 간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또 당시 제조업의 경우 ‘파견’이 불법이라도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사내하청업체들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더라도 도급인(본사)이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도급인에 의해 통제됐으면 파견”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07년 6월까지 시행된 옛 파견법은 파견 형태로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정규직으로 자동 간주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법에 따라 “최병승 씨는 2004년 3월 13일부터 현대자동차에 의해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근거로 △현대자동차와 도급계약이 체결된 사내하청노동자의 생산작업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는 점 △현대차 소유 시설 및 부품을 사용해 현대자동차가 교부한 각종 작업지시서에 의해 업무를 수행한 점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작업매치와 변경결정권을 갖고 있는 점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태 및 인원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불법파견도 기간 지나면 정규직돼야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완성차 제조업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는 물론 원청 사용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에 따라 현대차를 상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특별교섭을 요구하는 한편 그간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내기로 했다.

    이번 판결은 완성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물론 컨베이어벨트 즉, 자동완성흐름 방식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다시 한 번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노조의 직접 교섭을 거부하는 원청사들을 압박할 수 있는 유력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0년 2월 현재 현대차에 근무 중인 사내하청 노동자 수자는 8,000여 명으로, 한시계약직 등을 포함할 경우 그 수는 1만 여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이 가운데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는 2년 이상 근무 노동자들은 7,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GM대우, 쌍용차 등 완성차업체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회사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도 현대차와 같은 방식으로 컨베이어 벨트 작업을 하고 있는 곳으로, 금속노조는 이들을 대상으로도 소송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금속노조, 집단 소송 계획

    이번 판결에 앞서 지난 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맺은 127개 하청업체 소속 9,122명에 대해 불법 파견 판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노동부의 고발로 불법파견 혐의를 수사한 검찰은 지난 2006년 12월 현대차를 무혐의 처리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당시 9,12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 2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중노위 별관 앞.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사진=금속노조)

    이번 재판의 원고인 최병승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국장은 “이번 판결은 현대차의 하도급 업체가 최소한 파견업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며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사업장의 대부분이 파견업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판결로 하도급 구조의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을 담당한 고재환 변호사는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생산라인의 조립 업무가 도급이 될 수는 없다”며 “현대-기아차는 물론 자동차 생산라인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견법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기에, 자동차 업체들은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안 따를 가능성도"

    하지만 그는 “비용적인 측면 등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어 업계도 나름의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판결의 컨베이어벨트와 공정이 다르다는 등의 내용으로 대법원의 취지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원청회사에 의해 직접 노무지휘를 받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유의미한 판례”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 인정과 임금 차익금 지급을 위해 특별교섭과 집단소송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최병승 국장은 지난 2002년 3월 13일 현대차 울산공장의 한 사내하청 업체에 입사한 뒤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2005년 2월 2일 업체로부터 해고됐다. 이에 그는 그해 5월부터 “원청인 현대차가 직접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하며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 등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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