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구, 판은 이미 뒤집혔다”
        2010년 07월 25일 09: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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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8 재보궐선거에서 이명박 정권 심판을 중심으로 보면 ‘은평을’이 중요하다. 하지만 진보진영에겐 ‘광주 남구’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에서 진보정치가 두 곳(창원, 사천)의 깃발을 꽂고 지역의 제1야당으로 입지를 굳힌데 이어 호남에서도 진보정치가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면 민주당 텃밭인 호남 정치 지형에 일대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호남 진보야당 탄생되나

    구도는 간단히 민주당 장병완 후보와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의 2파전이다. 여기에 오병윤 후보는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오병윤 후보를 중심으로 ‘반 민주당 연합’이 형성된 것이며, 이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모두 민주당의 호남 기득권을 깨야 한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오병윤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민주노동당 이정희 신임대표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사진=오병윤 후보 선본) 
       
      ▲진원동 농협 앞,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 집중유세(사진=정상근 기자) 

    24일, 장대비가 쏟아진 광주에서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와 이를 빼앗으려는 자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양 측 모두 비와는 상관없이 총력 유세를 펼치며 표심을 공략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세 속에 벌어지는 양 측에 대한 비판도 날카로웠다.

    쫒기는 자. 민주당은 “힘 있는 정당이 광주 남구의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 봉선동 이마트 앞에서 집중유세를 벌였다.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시민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당원 및 지지자 100여명이 모여있다.

    위기감 느끼는 민주당

    이 자리에서 장 후보 측 연설원은 ‘반한나라당’을 주장하면서도 연설시간의 대부분을 민주노동당 공격에 할애했다. “국회에 교섭단체가 구성되어야 광주 남구 발전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며 “교섭단체도 없는 정당에 남구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는 이어 “광주 시장도, 남구청장도 광주의 남은 국회의원 7명도 모두 민주당”이라며 “오병윤 후보가 당선되면 남구가 소외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재보궐선거가 운동권 후보에게 벼슬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터져나왔다. 서울에서의 반MB 파트너가 광주에서는 “힘없는 운동권 정당”이 된 셈이다.

    지역 여당의 이 같은 ‘무리한 연설’은 민주당 후보 측의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 ‘총동원령’을 내린 민주당은 이날 이낙연, 조영택, 이용섭 의원 등이 유세에 참여했으며 이보다 앞서 박지원 원내대표, 정동영 의원도 광주에 가세했다.

    현재 두 후보가 ‘박빙’이라는 것이 정설. 장 후보 측 관계자는 “오 후보 측이 4개 정당이 모여 바람몰이를 하고 있지만 크게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제대로 견제하고 정권을 찾아오기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민주당 측으로 표를 몰아줄 것”이라며 기대섞인 예측을 했다.

    반면 오병윤 후보 측은 선거를 치를수록 자신감이 넘치는 모양새다. 이날 온 몸에 비를 맞으며 종일 광주 유세에 나선 이정희 신임대표는 “지난 주에 비해 이번 주 유권자들의 표심은 확실히 다르다”며 “광주 남구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강력한 진보정당, 광주에서 만들어달라"

    이날 오병윤 후보 측의 집중유세는 4시 봉선동 쌍용아파트 앞 4거리와 6시 30분 진월동 농협 앞이었다. 민주노동당은 특유의 학생당원들의 자원봉사로, 역동적인 율동 중심의 유세를 펼쳤다. 특히 4시 집중유세에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윤난실 전 광주광역시장 후보가 참석해 진보진영의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이날 노 대표는 연설을 통해 “오병윤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당선되어 정권교체를 위한 원동력을 창출함은 물론, 강력하고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 나가는 크나큰 계기를 광주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 후보 측은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2012년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자신의 기득권에 안주하며 야권과 시민사회 진영의 열망을 무시하고 이곳에 알려지지 않은 후보를 일방적으로 공천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이미 승기는 우리가 잡았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는 “광주의 민심은 민주당이 서울에서 한나라당과 싸워야 한다는 것인데 은평에서 기득권을 포기하지도 않고 자신의 텃밭에서 몽니를 부리는 모양새라 광주 시민들이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곽근영 오병윤 후보 측 홍보담당 역시 “바뀌지 않는 민주당의 행태에 너무하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민주당을 정신차리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는 판이 뒤집혔다고 보고 이제 지지자들을 투표장까지 어떻게 이끄느냐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남구의 유권자 중 40대가 20%를 넘는다”며 “20~40대에서 오병윤 후보가 유리하고 50대에서도 그 격차를 많이 줄였다”며 “자체 여론조사를 해 보면 오히려 적극적 투표 층에서 우리의 지지가 높다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양 측이 공중전과 물량전을 통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광주 유권자들은 아직 선거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지역에서 민주당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광주-호남 유권자들은 ‘역동적인 선거’를 치러 본 경험이 없다. 최근 이 지역에서 낮은 투표율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봉선동 0마트 앞, 민주당 장병완 후보 집중유세(사진=정상근 기자) 

    "미워도 민주당" vs "이번엔 바꾼다"

    이날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도 선거에 무관심했다. 후보의 이름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유권자도 있을 정도. 무등시장에서 만난 50대 여성 상인은 “주변에서 선거이야기도 잘 안들려오고 나 역시 이번 선거에 딱히 관심이 없다”며 “특히나 이 동네(광주-호남) 사람들은 투표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여론의 풍향계’라는 택시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봉선동에서 만난 40대 남성 택시기사는 “손님들 중에서도 선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선거 얘기한 것은 오히려 손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래도 이번 선거 역시 표심은 민주당으로 쏠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물론 민주노동당의 우세를 점치는 시민도 있었다. 진월동에서 만난 30대 남성 유권자는 “민주노동당이 진정성을 갖고 오랫동안 광주에서 활동을 해 왔고 이번에도 야권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느냐, 시민들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광주시민들이 민주당에 대한 염증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바꿔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전의 시간은 3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후보 간 지지율의 차이가 줄어들며 모처럼 ‘역동적인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가능성에 놓인 광주 남구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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