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 여성운동가의 문제 제기
    By 나난
        2010년 07월 24일 01: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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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페미니즘’은 사실 여성운동이라기보다 ‘인간해방운동’이다. 양성 대립적 관점으로 페미니즘 혁명은 불가능하며 ‘인간’에 대한 접근 없이 페미니즘이 갖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흑인 페미니스트 벨 훅스는 초기 백인여성이 주축을 이루던 페미니즘 운동에 문제를 제기하며 등장했다. 그는 특권층 여성이 제공하는 페미니즘 운동을 비판하고 민중기반운동에 필요한 사상과 전략을 세울 수 있는 페미니즘 이론을 제공한다.

    『페미니즘, 주변에서 중심으로』(벨 훅스, 모티브북, 15,000원)은 그의 이론을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은 페미니즘에 대해서 그동안 남성과 여성 간의 폭력이라든지 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페미니즘은 ‘인간해방운동’이라는 시각에서 차근차근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페미니즘의 이론과 실천에서 새롭게 살펴봐야 할 12가지 이슈들을 제시하고 기존 중심부 페미니즘 이론을 극복해 낸다. 그의 이론은 기존 페미니즘이 주변부의 삶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거의 없어 총체성이 부족했고, 다양한 인간존재를 포괄한 폭넓은 분석이 부족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가 제기하는 첫 번째 이슈는 ‘흑인여성’이다. 그는 “백인이 주를 이루는 페미니스트들은 성, 인종, 계급의 억압이 서로 밀접한 관계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런 밀접한 관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다양한 집단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말하거나 대화하거나 그들을 대변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면 주변부에 위치한 흑인/유색인 여성들은 주변부와 중심부를 모두 알 수 있는 유리한 지점에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들의 시각을 이용해서 지배적인 인종-계급-성차별적 헤게모니를 비판하고 대항 헤게모니를 만들어야 하며, 독특하고 가치 있는 페미니즘 이론을 만드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이슈는 ‘페미니즘’으로 그는 “여성해방은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동등해지려는 운동이라고 정의해서는 안 되며 성차별적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변혁운동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 번째는 ‘페미니즘의 중요성’으로 “이 운동이 여성에게 뿐 아니라 억압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모든 집단 및 개인에게 의미 있는 운동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네 번째 이슈는 ‘자매애’, 그는 “연대감을 느끼려고 굳이 서로간의 차이를 없앨 필요는 없으며, 동일한 억압을 겪을 필요도 없고, 여성끼리의 결속을 위해 굳이 반(反)남성 정서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다섯 번째는 ‘남자’로 “남성들이 자신들의 의식과 사회 전체의 의식을 변혁시킬 책임을 맡아야만 성차별적 억압은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외에 저자는 ‘권력을 바라보는 시각 바꾸기’, ‘일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기’, ‘여성교육’, ‘폭력을 종식하기 위한 페미니즘 운동’, ‘혁명적 양육’,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 종식시키기’, ‘페미니즘 혁명’ 등에 대해 말하고 혁명적 이데올로기를 위해 “성차별적 억압이나 다른 형태의 집단 억압에 고통받는 비주류 사람들의 경험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힌다.

                                                      * * *

    지은이 – 벨 훅스(bell hooks)

    미국 뉴욕시립대 영문학 교수이자 작가이며,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운동가다. 본명은 글로리아 왓킨스(Gloria Watkins). 그녀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이름에서 따온 필명인 ‘벨 훅스’는 관습에 따르지 않고 소문자로 표기한다. 이것은 자신의 이름보다는 자신이 쓴 글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의도이며, 자신의 이름을 대문자로 써서 고유명사화하면 그 자체로 특권을 갖게 될까봐 염려했기 때문이다.

    벨 훅스는 1952년 켄터키 주 홉킨스빌의 노동자 계급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인종이 분리된 흑인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고등학교 시절에는 미국의 학교들이 인종을 통합하면서 그 역시 흑인과 백인이 통합된 학교로 옮기게 된다. 백인교사와 백인학생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고등학교 시절은 벨 훅스에게 주변부로 밀려나가는 불행했던 경험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1973년에 스탠퍼드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에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1983년에는 산타크루즈대학교에서 작가인 토니 모리슨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나는 여자가 아닙니까 : 흑인여성과 페미니즘(Ain’t l a Woman : Black Women and Feminism)』 출간 이후 줄곧 꾸준한 활동을 벌여 30여 권의 책을 출간했고, 수많은 논문을 발표했으며,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등장했다.

    벨 훅스는 교육, 예술, 역사, 섹슈얼리티, 매스미디어, 페미니즘에서의 인종, 계급, 젠더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인종, 계급, 젠더 간의 연관성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억압과 지배의 시스템이 어떻게 생산되어 영구화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옮긴이 – 윤은진

    중앙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펍헙번역그룹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창조적 벼룩에서 유연한 코끼리로』,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나도 세상을 바꿀 수 있어!』, 『여왕의 연인』 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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