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가 우리를 깨워줄 것이다
    한류 근원은 역사적 문화다양성"
        2010년 07월 23일 06: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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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원담 소장.(사진=이재영) 

    지난 7월 초순, 성공회대학교에서는 ‘인터아시아문화연구컨소시엄’(컨소시엄)의 첫 공동사업인 컨소시엄 회의와 섬머스쿨이 열렸다.

    ‘인터아시아문화연구컨소시엄은 아시아 9개국 22개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참가하여 설립하였으며, 이번 섬머스쿨에는 각국을 대표하는 15명의 학자와 26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학문적 종속성으로부터의 탈피와 아시아적 정체성을 갖는 학문의 정립이라는 취지로 설립된 컨소시엄은, 컨소시엄에 참가하는 문화연구 분야 학생들에게 공동학위를 수여하는 것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평등한 아시아의 모습 그릴 것”

    이 컨소시엄의 사무국을 맡게 된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의 백원담(중어중국학과 교수) 소장을 만나 컨소시엄과 아시아 문화 전반에 대해 두루 이야기를 나누었다. 백 교수는 “아시아가 평등한 관계성을 가지기 위한 사상적 준비”를 컨소시엄의 연구과제로 제시했다. “아시아은행, 시장통합, 공동통화를 정부나 자본이 원하는 대로 두어서는 안 되고 민간이 원하는 상을 그려나가고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백원담 교수는 컨소시엄의 목적이 ‘문화연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실천적 아카데미즘’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컨소시엄 참가자들이 현실문화의 구성 과정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면서 “현실과 늘 만날 수 있는 문화연구의 특성을 살려, 문화생산과 문화소비의 공동의 장을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지난 20일 오후 성공회대 백원담 교수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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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문화 공부하러 미국에 가는 현실

    – ‘인터아시아문화연구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을 소개해달라.

    = 이 컨소시엄의 목적은 공동학위를 위한 것이다. 아제적(亞際的, inter asia) 상호관계성을 중요시하는 아시아의 비판적 문화연구 학자들이 2006년 아시아 문화연구학회를 만들어서 <Inter-Asia Cultural Studies>라는 저널을 내고, 2년에 한 번씩 컨퍼런스를 열어왔다.

    그런데 이 학자들이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시켜 놓으면 학생들이 석박사 과정을 하러 다들 미국으로 간다. 이곳의 자료를 가지고 가서 미국에서 논문을 쓰고, 미국에서 학위를 받아야 돌아와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여기서 자생적으로 공부한 학생들은 자리도 못 잡는다.

    이거 안 되겠다 싶어, 우리 역량을 모아 함께 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9개국 22개 대학과 연구기관이 모이다 보니 각각의 조건이 달라서 추진이 쉽지 않다.

    인도의 참가 대학은 연구 분위기가 자유로워서 공동학위를 하는 데도 문제가 없는데, 동경대, 북경대, 대만대, 싱가폴 국립대 같은 국립대학들은 딱 제도화돼 있어서 그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컨소시엄에 대한 대학 당국의 동의 정도나 참가 수준에도 차이가 있다. 아직은 모든 참가 학교가 공동학점을 주고 공동학위를 주는 수준은 아니다.

    공동커리큘럼 교과서를 만들고, 교수와 학생들이 참가하는 섬머스쿨을 2년에 한 번씩 하기로 했다. 이번이 첫 번째 섬머스쿨이었는데,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가 컨소시엄의 사무국을 맡고 있어서 금년에는 성공회대에서 섬머스쿨을 열었다.

    성공회대가 이 컨소시엄을 주도하면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근본주의적인 아시아주의에 대한 것이다. 아시아 각국 서로가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아시아는 하나다’라는 식의 경향도 있어서, 이에 대응해서 ‘다른 아시아’를 서로 경험하게 하는 것을 일차적 과제로 삼으려 한다.

    – 아시아 대학끼리의 학술연구 교류, 학문적 종속으로부터의 독립을 컨소시엄 구성의 목적으로 보면 되겠나?

    = 아시아적 정체성을 갖는 학문의 정립이 중요한 취지다. 그리고 새롭게 구성되고 있는 아시아를 새롭게 연구하는 것도 큰 과제다.

    우리 안에 내재된 학문적 오리엔탈리즘

    – 미국에 학문이 종속돼 있어서 생기는 문제 중 미국 박사만 교수가 된다든지 하는 외의 문제점은 어떤 게 있는가?

    = 우리 안에 내재된 오리엔탈리즘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우리 스스로 미국화(Americanization)된 잣대를 만들지 않느냐. 학문도 마찬가지다. 요즘 중국에서 표절 문제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표절 문제에 관련하여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사회적 자원들을 가져다 쓸 때 모든 것에 카피라이트를 표기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지식의 소유가 너무 분명하다 보니 생동감 있는 재구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서구의 지적재산권은 자본의 논리가 관철돼 있는 것인데, 동아시아적 학문의 전통은 끊임없이 남의 것을 외우고 전하는 술이부작(述而不作)이다. 학문적 정체성을 찾는 것은 ‘미국 박사’처럼 외화된 형태보다도 권위지에서 논문을 인정받겠다거나 1년에 몇 편의 논문을 써야 한다는 등 우리 스스로에게 내재된 문제가 더 중요하다.

    – ‘탈서구’, ‘아시아적 시각’, ‘스스로의 관점’이라는 것에 대한 공유가 있는 것인가?

    = 학문의 주체화 전략이다. 그리고 여기에서의 학문은 실천적 아카데미즘이다. 학제 간을 넘나들고, 국가 경계를 넘고, 현실과 늘 만날 수 있는 문화연구의 특성을 살려 이론과 실천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학문의 형태를 만들려 한다.

    – ‘문화연구’라 할 때, ‘문화’는 무엇인가?

    = 문화연구의 실제적인 출발은 문화유물론(cultural materialism,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창시한 마르크스주의적 문화비평-편집자)인데, 토대결정론이 아니라, 사상 제도 일상이라는 문화영역과의 상호규정성을 밝혀내고 이에 대해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아시아에서의 문화연구는 포스트 식민주의적 시각에서 시작됐는데, 주로는 냉전이 체제화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다.

    90년대 들어서는 미디어 등 일상의 미시를 연구하기보다는 그것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하는 연구가 이루어진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 때 <문화과학>이 만들어진다. 교육 등 이데올로기적 재생산 과정보다는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저는 주로 문화정치학적 차원의 공부를 한다.

    – 그렇다면 컨소시엄에 주로는 인문학자나 사회과학자가 참가하겠지만, 꼭 그렇게 국한되지도 않을 거 같다.

    = 우리는 굉장히 넓게 생각하고 있고, 영역을 확대하려 한다. 문화경제, 문화정치 등 정치나 경제가 문화화하는 것에 관심들이 많다. 반대로 문화가 산업화하는 것도 있고, 문화와 정치 경제의 긴밀한 관계성을 규명하려 한다.

       
      ▲사진=이재영

    문화는 흐른다, 현실문화에 직접 개입하겠다

    – ‘아시아’라는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아랍도 포함되나?

    = 아랍은 포함되지 않는다. 인도까지다. 공간적 범주로서의 아시아는 계속 확대되지만, 공간적 범주로서만 아시아를 볼 수는 없다. 장역 자체가 유동하는 장역이다. 우리 안에 내재하는 아시아도 있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문화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들은 우리 컨소시엄과는 달리 한다.

    – 컨소시엄에 사회문화활동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도 있던데?

    = 컨소시엄에 참가하고 있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문화활동가들과 연계돼 있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도 구로 지역에서 ‘우등불 문화예술놀이터’라는 것을 만들어 활동했다. 아이들에게 컴퓨터만 하게 하지 말고, 몸으로 하는 놀이를 가르쳤었다.

    한편에서는 학술적 차원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문화의 구성 과정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 문화생산과 문화소비의 공동의 장을 만들려 한다.

    한류도 마찬가진데, 어느 필리핀 학자가 “당신, <파리의 연인>, <대장금> 봤냐”고 물으며 ‘말걸기’를 하더라. 문화는 이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틈이 없어도 틈을 찾아 흐르는 게 문화다. 한류우드를 만든다고 한류가 지속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류가 문화적으로 우수해서 잘 나가는 것도 아니다. 한류는 중역(重譯, 다시 번역함)을 잘한다. 중국 것을 받아서 우리 것으로 만들고, 미국 것을 받아서 우리 것으로 만드는 해석력이 뛰어나다. 그것이 우리의 지정학적, 문화적 형질이다.

    그리고 사회민주화의 활력, 인터넷 쌍방의 활력, 월드컵의 활력이 끊임없이 관심을 일으킨다. 외국 사람들은, 소설보다 한국이 재밌다고 한다. 그런 식의 역동성이 한류와 함께 가는 것이지, 우리가 원래 ‘뛰어난 문화민족’이기 때문은 아니다.

    우리의 역정 자체가 문화다양성을 보여준다. 우리 나라에서는 중국화, 일본화, 미국화가 역사적으로 이어져 왔다. 국민국가 형성과정에서의 이러한 문화의 구성이 한류에 그대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한류들을 다른 나라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취사선택해 가져가는 것이다.

    한류의 근원은 역사적 문화다양성

    – 한류 상품의 기저에 한국의 사회문화적 토대나 역사적 역동성 같은 게 자리잡고 있어서 외국에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말인가?

    = 그런 측면도 있고, 대체문화적인 특성이 더 강한 것 같다. 중국은 사회주의 문화에서 자본주의 문화로의 이행과정에 있는데, 아직 새 문화가 제대로 형성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문화를 가져다 쓰는 것이고, 대만 홍콩처럼 문화산업이 발전된 곳에서는 새로운 문화상품을 가져가는 것이고, 동남아에서는 가까운 미래로써 한국을 소비하는 것이고, 일본은 세련된 노스탤지어를 소비하는 것이다. 각 나라가 각각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한류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다.

    – 처음 섬머스쿨을 해보니 어떻던가?

    = 아시아가 아시아를 만날 때는 공동의 언어가 없다. 26명 중 중국어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17명이 중국어가 가능한데, 중국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쓰려면 기술적인 문제가 생긴다. 제국의 언어인 영어를 공용어로 써야 하는지, 중국어를 쓰면 참가자들 안의 비대칭성이 커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문제가 있다.

    – 앞으로 어떤 주제를 연구하게 될 것 같은가?

    = 아시아 지역화의 사상을 계속 공부할 것 같다. 아시아가 평등한 관계성을 가지기 위한 사상적 준비를 해야 하는데, 과거부터 현재까지 제시되고 있는 여러 아시아주의가 굉장히 패권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응할 수 있는 관계의 대칭성을 갖는 사상을 공부하게 될 것이다.

    – 지금 아시아 지역화가 많이 진전됐다기보다는 지역화로 가자는 주장의 측면이 큰데, 아시아 지역화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인가?

    = 아시아은행, 시장통합, 공동통화를 정부나 자본이 원하는대로 두어서는 안 되고 민간이 원하는 상을 그려나가고 보여줘야 한다. 아시아의 복합적 정치공동체가 가능하려면 각각의 정치체제를 다 인정해야 하고,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역학을 만들어야 한다. 아시아 안의 비대칭성, 거대한 중국이라는 문제까지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체제로서의 지역블록화가 아니다

    – 유럽이나 미국에 대항하는 강력하고 단일한 공동체로서의 아시아를 꿈꾸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이냐?

    = 그렇다. 유럽에서든 아시아에서든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쟁체제로서의 지역블록화는 결국은 전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각 나라에서 민간 단위의 새로운 힘을 만들어서 공동대응하자는 것이다.

    – 컨소시엄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게 될까?

    = <레디앙>에서 논쟁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우리 사회에서 쟁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쟁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상상력의 한계가 보인다. 그들의 상상력이 국민국가 안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안에는 이미 200만 명이 넘는 아시아 신부들이 들어와 있고, 노동이 이동하고 있다.

    우리가 공동학제를 하려는 것은 식민지 시대부터 제도화된 학문, 학문의 제도화에 저항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지금 8만 명의 박사들이 거리를 떠돌고 있는데, 이것은 결국 신자유주의 문제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을 받아주지 못하는 신자유주의를 깨야 하는 것이다.

    아시아의 많은 경험들이 우리를 깨워줄 것이다. 그리고 고립된 영역으로서의 정치와 경제가 아니라, 확장으로서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봤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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