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일의 투쟁과 절망 그리고 희망
    By 나난
        2010년 07월 23일 05: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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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10월, 교섭에도 임하지 않던 회사는 조합원 35명을 해고하더니 2008년 경영난을 이유로 120여 명을, 2009년엔 1,000여 명을 해고했다. 무급휴직 상태에서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해고. 300만 원의 위로금을 미끼로 회사는 공장을 떠날 것을 강요했다.

    "투쟁하는 나날, 1000일 특별한 의미 없어"

    그래서 시작됐던 농성이다. 오늘(7월 25일)로 GM대우차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GM대우 부평공장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지도 1,000일이다.

       
      ▲단식농성 중인 신현창 GM대우비정규직지회장.(사진=금속노조)

    신현창 금속노조 GM대우비정규직 지회장은 “새로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1,000일이 되도록 노조를 지키고,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만큼 1,000일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계약해지를 통한 비정규직 해고는 갈수록 늘었다. 2006년 당시 2,500여명에 달하던 비정규직 규모는 현재 500여 명 정도로 감서된 것으로 추산된다.

    약 3년간 1,500여 명이 공장을 떠난 것이다. 2007년 당시 120여 명이었던 노조 조합원은 현재 21명만이 남아 노조의 깃발을 외롭게 지키고 있다. 게다가 이 중 19명이 해고자다.

    지난 2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심판청구에 대해 “GM대우의 계약 해지는 정당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노조가 주장하는 것은 “해고자를 복직시키고, 노조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GM대우는 요지부동이었다. 노조 설립 이후 가해진 집단 폭행과 지도부 해고, 업체 폐업, 정리해고, 온갖 고소 고발, 농성장 침탈 등. 일상적으로, 지속적으로 ‘자행’되는 일들이다. 

    미대사관 시위, 고공농성, 인수위 방문 등

    회사는 비정규직 문제는 하청업체 소관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거듭된 교섭 요청을 거부했다. 집회와 선전전을 벌일 때마다 회사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한 겨울 40m 철탑 위에서 165일을 보냈다. 마포대교와 한강대교 시위, 주한 미 대사관 앞 1인 시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방문 등 안 해 본 일 없이 3년을 보냈다.

    신 지회장은 “절박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도 절박하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3년을 끊임없이 싸워왔듯 농성 1,000일이 또 하나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명의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공장으로 돌아가자”는 것. GM대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할 당시에도 그랬듯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GM대우 상반기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2.5% 늘어난 371,841대를 기록했다.

    신 지회장은 “회사가 맘만 먹으면 해고 조합원들 받아들일 수 있다”며 “현재 남아 있는 19명의 해고자를 복직시키는 것은 어려운 문제도 아니”라고 말했다.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 역시 “GM대우의 경우 경영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지난 2006년 정리해고자 1,609명에 대해서도 복직을 시킨 바 있다”며 “해고된 비정규직 역시 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지회장은 회사가 이들을 복직시키지 않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자를 복직시킨다는 것은 결국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아울러 하청업체가 대부분 계약해지된 상태에서 결국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역시민단체와 연대

    결국 경영난을 이유로 한 구조조정만이 목표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해고 노동자들 역시 복직을 포기할 수는 없다. 노동자로서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설립한 노동조합이었고, 이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을 뿐이었다.

    이에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12일부터 릴레이 단식농성을 진행하며 1,000일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5일부터 이들과 함께 매일 아침 출근 선전전도 펼치고 있다.

       
      ▲12일 GM대우자동차 남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사용자성 인정, 해고자 복직을 위한 릴레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사진=금속노조)

    하지만 모든 장기투쟁사업장이 모두 그렇듯, 이들 역시 1,000일을 오는 동안 사회로부터 잊혀져갔다. 21명만의 고독한 싸움이 이젠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 신 지회장은 “비정규직 투쟁은 ‘그들만의 투쟁’으로 비춰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신 지회장은 “연대가 정말 중요하다”며 “비정규직 문제는 당사자들만 풀 수 없는데다 소수가 남아 싸우는 상황에서는 더욱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규직 노조와 논의하며 계속 싸움을 만들어 내고, 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비정규직 투쟁은 모두의 투쟁이고, 누군가 저항하지 않으면 확산되지 않을 것”며 연대와 관심을 호소했다.

    연대와 관심 호소

    이상우 실장 역시 “자본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과 별개로 우리 내부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는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조직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1사1조직을 적극 추진하며 연대를 강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GM대우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소속됐던 하청업체가 모두 없어진 상황에서 원청이 책임지고 이들을 복직시키고,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며 “완성차 공정의 인력수급에서 도급이 존재할 수 없는 법적 판결 등을 바탕으로 법적 대응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165일간의 고공농성을 벌였다.(사진=GM대우비정규직지회)

    금속노조는 GM대우뿐만 아니라 자동차 사업장을 중심으로 불법파견이 횡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조직적 대응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이 실장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직접고용과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며,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인단을 모집해 투쟁과 함께 법적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00일간 숨 가쁘게 달려왔던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늘도 여전히 “해고자 복직”,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GM대우 부평공장 앞에 섰다. 줄어든 조합원 수만큼이나 지치기도 했고, 버겁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온 1,000일이라는 날만큼이나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바람만큼은 더욱 커졌다. 이에 신 지회장은 “1,000일 투쟁을 계기로 힘을 내 다시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려 한다”며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같이 투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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