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개혁 ‘괘씸죄’, 강용석 당선 숨은 배경?
        2010년 07월 21일 04: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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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 성희롱 논란이 벌어지면서 그의 국회의원 당선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강용석 의원의 발언 내용은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하게 할 정도의 내용이다.

    강용석 의원은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면서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대생이 지난해 청와대 행사에 참여한 것을 거론하며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면서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강용석 의원은 중앙일보의 왜곡 보도라면서 발언을 부인했지만, 중앙일보는 물론 조선일보까지 강용석 의원이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사실이라는 취재 결과를 기사로 전했다. 조선은 강용석 의원이 문제의 발언을 하고서도 자기가 한 말을 부인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어했다는 참석 학생 주장을 기사로 내보내기도 했다.

       
      ▲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20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중앙일보 ‘성희롱’ 기사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강용석 의원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엄벌을 요구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는 국회의원 신분이고, 한나라당 의원 신분 역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제명 결정을 내렸지만,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에 집중 포화를 맞은 강용석 의원의 국회의원 입성에 언론이 측면 지원을 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엄밀히 말하면 언론이 강용석 의원을 지원한 게 아니라 강용석 의원 경쟁자의 낙선을 유도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언론의 집중포화로 국회의원 자리를 물러나게 된 인물은 당시 통합민주당 소속의 정청래 전 의원이다. 그는 17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언론개혁’ 입법에 적극성을 보였던 인물이다.

    문화일보 외설 논란을 빚었던 연재시리즈 ‘강안남자’ 문제를 국회 상임위에서 공론화 한 것을 비롯해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신문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정청래 전 의원과 일부 신문과의 껄끄러운 관계는 18대 총선에서 표면화됐다.

    정청래 전 의원은 서울 마포구을이 지역구인 정치인인데 18대 총선에서 강용석 의원과 정면 대결을 펼쳤다. 당시 서울 지역 민심은 민주당에 절대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정청래 전 의원은 4년 간 다져놓은 지역구 기반과 의정활동 성과물 등을 통해 당선을 기대한 상황이었다.

       
      ▲ 지난 2006년 10월17일 국정감사에서 문화일보 기사를 비판하고 있는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 (사진=미디어오늘)

    실제로 정청래 전 의원은 선거 막판까지 선전했다. 하지만 언론은 그를 가만 두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등 언론은 정청래 의원의 ‘폭언’ 논란을 연일 이슈로 내보냈다. ‘정청래 괘씸죄’ 논란이 일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개혁에 적극성을 보였던 정청래 전 의원은 2008년 4월2일 서울 마포구 평생학습관에서 열린 녹색어머니회 출범식에 들어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서울 S초등학교 김아무개 교감에게 폭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문화일보는 조선일보는 총선을 앞두고 정청래 전 의원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수많은 후보가 출마하는 총선에서 특정 지역구 특정 정치인에게 집중적인 비판보도를 쏟아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청래 전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나름대로 선전을 펼쳐오던 선거 기류도 바뀌었다. 최종 결과는 강용석 한나라당 후보 45.94%, 정청래 통합민주당 후보 37.88%로 두 후보의 표 차이는 6000여 표 정도였다.

       
      ▲ 조선일보 2009년 3월14일자 10면.

    선거 막판 대형악재가 터졌지만 정청래 전 의원은 끝까지 선전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끝까지 호소했지만 낙선이라는 결과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강용석 의원 당선에 도움이 됐던 문제의 정청래 전 의원 폭언은 사실이었을까. 정청래 전 의원 폭언 논란의 제보자는 한나라당 쪽 선거운동원으로 드러났고 폭언을 둘러싼 팩트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정청래 전 의원 폭언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고,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는 반론보도를 게재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2009년 3월14일자 10면에 반론보도문을 게재했다.

    앞서 정청래 전 의원은 2009년 3월10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해명 글을 통해 "민감한 총선시기에 언론에 찍힌 국회의원은 이렇게 당해야 하는가? 부도덕한 언론은 상대방 선거운동원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쓰기하고 나중에 재판정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결과는 번복되지 않으니…마음이 참 복잡하고 심난합니다. 우울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정청래 전 의원은 언론과 맞선 정치인의 혹독한 대가를 경험했다. 본인이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보도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강용석 정청래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은 한국정치의 한계와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유권자들은 올바른 투표를 한 것인지, 그 결과는 타당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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