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많이 줄께, 민주노총 탈퇴해"
    By 나난
        2010년 07월 20일 04: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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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대병원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하며 전임자 처우 보장과 임금 인상을 조건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건국대병원지부는 오는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민주노총 탈퇴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3년마다 동남아 여행 미끼도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19일 “건국대병원이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와 관련해 전임자 문제를 해결해주고, 임금을 인상해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건국대병원은 노조에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에 가입할 경우 △임금 인상 △전임자 임금문제 해결 △3년마다 생일자 동남아 여행 △100명 자동승급 △종합건강검진항목(위내시경, 대장내시경) 추가 등을 보장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전임자의 경우 현재의 3명을 그대도 유지시킨다는 내용이다.

    이에 건국대병원지부는 지난 16일 대의원대회 장소를 공개하지 않은 채 전체 대의원 35명 중 33명을 버스에 태워 강원도 철원 모처에서 대의원대회를 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건국대병원지부가 이날 ‘민주노총 탈퇴, 한국노총 가입’ 내용을 담은 조직 형태 변경 건을 상정해 처리했으며, 오는 21~22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현재 건국대병원 현장에는 “민주노총에 있으면 조합비의 50%를 올려야 하고, 이후 전임자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20만원씩 추가로 조합비를 납부해야 한다”, “산별노조가 임금 2%를 가이드라인으로 정해놓고 있어 임금인상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건국대병원 측은 ‘대의원대회에서 조직형태 변경 건이 결의되면 곧바로 찬반투표가 진행될 예정인데, 민주노총에서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병원에 들어와 막으려 할 것이고, 투표함을 뺏길 우려가 있으므로 경계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사회적, 비도덕적 행위 중단 촉구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노조 집행부를 회유하고 상급단체 변경을 강요하는 행위는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을 가로막고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양심과 지성을 짓밟는 반사회적이고 비도덕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건국대병원지부에 대해서도 “재단 측과 병원 측의 종용에 좌지우지되어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포기하려는 집행부의 행태에 대해서도 규탄한다”며 “노동자의 양심으로, 조합원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 이 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건국대병원의 민주노총 탈퇴 강요 행위는 타임오프를 명목으로 노조무력화를 시키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며 “하지만 타임오프 상한선을 적용하더라도 현재의 전임자 3명과 동일한 것을 볼 때 실질적인 문제는 임금인상 등 실리적인 면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은 오는 2015년까지 800병상을 증축할 계획이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내년부터 임금인상이 어려울 것이기에 올해 인상액을 최대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 부분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사무처장은 또 “보건의료노조의 규약은 조합원 개별 탈퇴만 인정할 뿐 집단탈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지부의 결정은 조합원의 선택권을 봉쇄하는 것은 물론 잘못된 정보를 통해 탈퇴를 종용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금 할 말 없다"

    보건의료노조는 “대의원대회 의결이나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한 집단탈퇴는 노조 규약 위반 사항”이라며 “탈퇴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건국대병원 이사장과 지부에 대해 항의공문과 함께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한편 정경섭 건국대병원 지부장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지금은 할 말이 없다.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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