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현장, 노조의 대응은?
    By 나난
        2010년 07월 17일 02: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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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지부장 김성락)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회사 측은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매뉴얼을 명분으로 작게는 전화선 차단에서부터 크게는 전임자 임금 지급 거부 의사를 밝혀, 이를 기화로 노조 활동 무력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월부터 투쟁에 들어간 금속노조는 기아차가 금속 투쟁의 구원투수가 돼 주길 바라고 있다. 금속노조는 올해 임단협 사업장 140여개 중 80여 곳이 ‘노동기본권 현행 유지’에 합의한 상황에서, 기아차의 파업 동참이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현재 미타결 사업장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관건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어깨 무거운 기아차 노조

    이와 함께 현대차의 경우 단협 유효 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에서 ‘타임 오프’가 어떤 방식으로 노사간 결판이 날 것인가는, 향후 다른 사업장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에서 노사정 모두에게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회사는 물론 정부와 경영계가 기아차지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전임자 문제라는 특수한 상황과, 휴가 기간, 회사의 노조 탄압 등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은 게 없는 상황에서 기아차지부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16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근 타임오프를 내세우면서 자행되고 있는 회사 측의 노조 탄압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기아차 소하리공장을 찾았다. 타임오프 시행 이후 갈등을 벌이고 있는 노사의 모습은 공장 문 앞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났다.

    금속노조 간부들과 동행한 홍 의원은 정문에서 출입을 막는 경비들과 약간의 실랑이를 벌인 후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타임오프 관련 노사 간 갈등을 겪기 이전에는 외부인의 노조 출입에 대해 회사 측이 이토록 경계하지 않았다.

       
      ▲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16일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를 방문해 노조 탄압 사례를 들었다.(사진=이은영 기자)

    노조 업무차량 회수도

    홍 의원과 만난 기아차지부 간부들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성락 기아차 지부장은 “(정부와 회사는) 타임오프로 기아차 노조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법 재개정을 해야 하지만 (당장) 안 되면, 고용노동부 매뉴얼의 문제점이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시간을 끌수록 (정부와 회사 측은) 노조를 무력화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회사 측은 노조 사무실의 외부 전화선을 차단한 상태다. 노조 업무차량의 회수 및 보험 일방해지, 복사기 회수 및 계약해지, 판매정비분회에서 사용하던 노조사무실 철거 조치 등도 취했다.

    다행히 홍 의원이 기아차지부를 찾은 16일 하루 전, 회사 측은 내부 소식지 ‘열린소식’을 통해 개인 컴퓨터, 사무용 비품, 에어컨, 정수기, TV, 팩스 등에 대해서는 지원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차량과 유류비, 지부, 지회가 아닌 판매, 정비 분회사무소 등에 대해서는 반환 요청을 접지 않았다.

    홍 의원은 “현장에서는 타임오프를 악용해 집기 및 노조 활동에 대한 지원 등을 차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하지만 “며칠 전 국회 토론회에서 전운배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에게 ‘시설물 반환, 기존 간부 활동 및 조합원 교육 등의 노조 활동은 타임오프 해당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아차 회사 측은 기존 전임 간부 204명에 대해 강제 무급휴직 발령을 내린 상태다. 회사는 또 무급휴직자에게 지급해온 4대 보험료 지급 중단은 물론 급여에서 적립하던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급여에서 자동 납부하던 차량구입비를 별도 납부하지 않을 시 구상권 청구 및 가압류 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전임 간부 204명 무급 휴직

    아울러 지부 및 지회, 지방 상집간부 숙소에 대해 계약 해지도 통보한 상태다.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조합원 교육시간과 총회시간의 무급처리는 물론 대의원대회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시간마저 무급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현장에서 바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소하리 공장 상도부스 로봇에서 고전압에 의한 발화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평소 같으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협의를 통해 2시간 만에 진화 및 해결됐을 일이 이날에는 사고 처리에 약 9시간이 걸렸다.

    안전사고 원인 파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 대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이 작성한 근로시간면제 근태 관리 매뉴얼에 따라 협의 구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지난 6월 30일 쏘울 병행생산과 관련된 노사 협의에 대해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모든 조합활동에 대해 무급처리가 불가피해, 근무시간외 시간을 협의시간으로 결정해 통보한다”며 협의시간을 퇴근 후인 오후 7시 35분으로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송성호 기아차지부 부지부장은 “사측 근태 매뉴얼에 따르면 일과시간 내 협의는 인정되지 않는다. 때문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협의할 대상자가 없다”며 어려움을 토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여전히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를 엄격하게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는 법 취지와 배경에는 과거 노동조합에 대해 전임자 급여를 포함한 경비원조를 해오던 일체의 잘못된 관행과 부적절한 행위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관행이 위법한 행위를 적법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 기아차지부 정비지회가 16일 중식집회를 열고 타임오프 문제점과 2010년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을 촉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 사진= 이은영 기자

    조퇴 후 노조활동하면 조퇴 전 근무도 무급

    이에 기아차 내에서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송 부지부장은 “(현장에서는) 매뉴얼이 곧 법인 동시에 노조탄압의 수단”이라며 “회사 측 매뉴얼에 따르면 조퇴 후 노조활동을 할 경우 조퇴 전 근무에 대해서도 무급처리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조합원이 4시간 근무 후 조퇴하고 집회에 참석할 경우, 근태관리 매뉴얼에 따라 ‘생산에 방해를 줬다’는 이유로 4시간 근무까지 무급처리되는 것이다.

    그는 “만도의 경우 노사 협의를 통해 ‘노동기본권 현행유지’에 합의했음에도 회사는 7월 1일부터 전임자 임금을 무급처리했다”며 “기아차의 경우 노사 합의에 따른 전임자가 138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18명으로 축소하라는 것은 노조를 해체하라는 것과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기아차지부는 홍 의원에 국회 차원의 토론과 매뉴얼 문제점 등의 수정을 요구했다. 김 지부장은 “현대기아차그룹 즉, 양재동 본사는 교묘하게 기아차와 현대차를 분리시킨 뒤 칼날을 기아차에 겨누고 있다”며 “노조법을 재개정하지 못하면 단위사업장은 물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까지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홍 의원에게 “국회에서는 현대기아차그룹을 상대로 한 문제 지적 등 타임오프 관련 문제의 해결 방안을 검토해 노동계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 의원은 “오는 19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고용노동부 차관을 불러 타임오프 문제성을 지적하고, 노동부 고시와 매뉴얼의 법적 근거가 없음을 확인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회사, 노조 활동 부분 교섭 거부

    아울러 그는 “장기적으로는 노조법 재개정해야 하지만 노동부 고시나 매뉴얼에 지역적 특성 등이 반영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불합리한 점을 조속히 해결하도록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아차지부 정비지회는 중식집회를 갖고 타임오프의 문제점을 규탄하는 한편, 사측에 성실 교섭을 촉구했다.

       
      ▲ 사진=이은영 기자

    한성규 정비지회장은 회사 측이 타임오프를 명목으로 모든 노사 협의를 무급처리하며 실질적으로 무력화한 것에 대해 “사측은 유인물을 통해 잔업거부도 불법이라고 하지만 기아차 노조는 단 한 번도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불법 선전전을 통해)현장과 노조를 갈라치기 하는 데에는 ‘기아차 노조를 말살하겠다’는 음모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회사 측이 노조의 8차례 요청에도 불구하고 교섭에 임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회사 측은 조합활동 조항만 빼고 교섭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며 “임단협을 지키는 것이 노조를 지키는 것이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금속노조 파업에 대해 “분노가 치밀지만 싸움을 시작하면 노조 깃발을 걸고 끝장내는 싸움을 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경영진에 기회를 준다. 21일까지 지금까지 잘못된 것 인정하고 노조 요구를 가지고 임단협 교섭석상에 나오는 것만이 파국을 막고 기아차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 역시 중식집회에 참가해 국회 차원의 노력을 다시 한 번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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