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만원만 더 줘도 죽진 않겠어”
        2010년 07월 16일 04: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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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에서 연락이 왔다. 최저생계비 관련 1박 2일간 쪽방 체험을 한 번 해보라는 제안이 온 것이다. 원래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조금은 망설여졌다. 7월보단 조금 서늘한 시기에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쪽방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고충을 직접 느껴보고자 참여를 결정했다.

    두 끼 밥값 4,200원

    오늘(7월 15일) 쪽방 체험을 하는 장소는 서울역 게이트타워 뒤쪽에 있는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이다. 서울의 쪽방 촌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주거 체험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후에 도착해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와 있다. 참여연대 담당 간사님, 직접 체험을 하고 있는 젊은 학생들, 진보신당 용산구 황혜원 위원장과 당원들, 그리고 서울신문 기자까지 10여 명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최저생계비로 끼니를 때우는 조승수 의원(사진=조승승수 의원실) 

    우선 간단한 수칙을 듣고 두 끼니의 식대 4,200원을 받았다. 이곳 동자동에는 약 1,000여 명 정도의 사람들이 산다고 한다. 엄청난 규모다. 인근이 개발 예정지라는 말도 있고 개발이 불가하다는 말도 있다. 용산 참사를 겪은 지역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역인 만큼 괜스레 불안하기도 했다.

    오늘 체험을 할 쪽방은 4층짜리 건물의 4층에 있었다. 두 평이 안되는 좁은 공간에 TV와 밥솥, 상 하나를 비치해 놓고 있었다. 화장실은 층당 한 개로 공용을 쓰고 있었고, 옆 방 사람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릴 정도로 얇은 벽으로 되어 있었다.

    울산 북구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있지만 상당수가 6~8평 정도는 되는 집에 살고 있는 걸 생각하면 서울의 주거문제는 정말로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쪽방에서 월 20만원에서 25만원이라는 돈을 내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42만원 수입에 방세 20~25만원

    정해진 일정에 따라 올 해 65세가 되신 대전 출신의 몸이 불편한 남자 분을 만났다. 집 앞에서 만났는데 서울역 친구들(노숙자)이 찾아와서 소주 한 잔 걸치고 오는 길이라고 하신다. 20여 분 대화 중에 "힘들어"라는 말을 10번 정도 하셨다.

    심지어는 감옥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한다. 방은 지하방이었는데 월 20만원이라 그나마 저렴해서 힘들어도 참고 산다고 한다. “여기보다 나은 방은 월 25만원까지 하는데 내가 어떻게 들어가겠어? 42만원 중에 집세만 내도 반이 날아가는데.”

    42만원은 1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 중 현금 급여액을 말한다. 한 달에 504,344원이 나오는데 이는 현물도 포함된 것이며, 정확하게 실 수령액은 422,180원이다. 현물은 쌀, 옷, 교육비 지원 등이며 본인의 신청에 따라 결정된다.

    그는 기초생활 수급자이면서 1종 의료보호 대상자이지만 아픈 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하신다. 어제도 병원비가 5만원 가까이 나온다고 해서 치료를 받지 않고 왔다고 한다. 42만원 받는 현금 중에 집세 20만원을 제외하면 이 분이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만원만 더 줘도 죽지는 않을거라 한다.

    특히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다니고 있는데 병원비를 부담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그 달 생활은 불가능해진다고 한다. 어제도 병원에 갔다가 병원비가 5만원이 나온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

    "잠자다 조용히 죽을 수 있었으면"

    기초생활비 수급일은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매달 20일에 지급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급자들이 매달 10일이 지나면 돈이 바닥나게 되는데 결국 가게에 외상을 질 수밖에 없다. 외상이 장기화되면 눈치보여서 가게에 가기도 불편하다고 한다. "이렇게 살다가 더 아프지 않고 잠자다 조용히 죽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그 분의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방문을 나서는데 20대 후반 정도의 여성이 말을 걸어온다. 약간의 발달장애를 가지고 계신 듯하지만 자신은 동거를 하고 있고, 전철역에서 작게나마 벌이수단을 갖고 있지만 집세 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신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지만 전철역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걸 동사무소에서 알면 수급자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비밀’을 지켜달라고 두 번, 세 번 당부를 하신다. “만약 의원님이 최저생계비만 올려주시면 이 동네 사람들 전부가 의원님을 찍게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두 눈이 조금 충열된 것처럼 보였다. 지하방에서 부부가 살고 있는 자기와 같은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사랑방이 이 동네에 있다는 것이었다. 동자동 사람들의 등불 같은 존재인 ‘동자동 사랑방’은 2009년부터 주민들이 모여 별도의 기관 지원 없이 마을 사람들의 힘으로 만든 소중한 터전이라고 한다.

    팸플릿에 ‘도심 속의 외딴섬, 동자동. 그 섬에 사랑의 다리를 연결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서울역과 건너편의 높은 빌딩들, 바로 그 건너편에 있는 동자동. 동자동은 분명 섬이 맞는 것 같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는 여의도와 밤섬만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최저생계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34%

    사랑방에는 수많은 수급자들이 민원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통장 압류를 당한 수급자들이 이 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원래 수급자들의 통장은 압류를 할 수 없지만, 금융기관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가한 쪽방 거주민 한 분은 최저생계비 얘기를 많이 했다. 지금 돈으로는 사람이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되받아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최저생계비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40%는 되야 하는데 최근 5년간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심지어 지금은 34%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저생계비 인상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이 꼭 이루어져야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겠죠.”

       
      ▲쌀을 씻는 조승수 의원(사진=조승수 의원실) 

    그렇다. 정치권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딱히 방법이 없다.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해야만 한다.

    간담회를 마치고 6시가 넘어서 식사준비를 위해 인근 시장에 갔다. 쉽지 않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4,200원으로 두 끼를 해결하는 데는 많은 포기와 결단이 필요했다.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한 끝에 쌀 800원어치, 라면 1개, 볶음김치(포장), 어묵(포장), 그리고 200원짜리 계란 하나를 샀다. 내일 아침까지 먹을 밥을 하고, 한 공기 밥과 찌개를 남겨두었다.

    섭씨 40도, 침통 공간

    저녁을 먹고 나니 나른하다. 날씨가 덥기도 했지만 취사를 하고나니 실내는 찜통과 같았다. 준비해 온 전자식 온도계는 40도를 찍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7시 30분 경에 별도로 섭외한 홈리스 행동의 이동현 집행위원장과 금융피해자 연대단체(신용피해자들을 위한 단체) 해오름 관계자와 함께 노숙자들의 건강 실태와 대책, 그리고 노숙자이면서 신용불량자인 사람들에 대한 대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동현 집행위원장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매년 300명 이상의 노숙인이 사망한다고 한다. 대부분 질병과 상해로 죽게 되는데, 이들에 대한 명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더구나 이러한 노숙인들의 25% 정도가 명의도용을 당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접했다.

    서울역 인근에서 이러한 브로커들에게 속아 10억이 넘는 부채를 졌다는 노숙인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대포차(무등록 차량)들이 이들 노숙인들의 명의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심각한 사회문제다.

    밤 10시가 되자 누워서 잠을 청했지만 복도의 발자국 소리, 옆 건물에서 간간히 다투는 소리, 선풍기 소리 때문에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이 들었다가 깨기를 몇 번 반복하고 나서 새벽에 깊은 잠에 빠졌다. 7시에 일어나 간단히 씻고 어제 남은 밥 한공기와 끓여 두었던 숭늉으로 아침을 먹었다. 머리가 띵하고 몸이 뻐근하다. 체험 후기를 적으면서 어제 만났던 분들을 생각해본다.

    최저생계비 현실화가 급선무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이지만 사회 양극화로 보통의 시민들도 주거, 의료, 교육, 일자리, 노후에 이르기까지 어디 하나 안전하지 못하다. 아차하면 이곳 쪽방 사람들이 그렇듯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곳에서 만난 분들 모두가 원했듯이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는 일이 가장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도시가계 평균 소득의 34%인 현재의 최저생계비는 소위 선진화 물결 속에서도 오르지 않고 계속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최저생계비 심의, 결정도 3년에 한 번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다. 시급하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대책도 보완이 필요하다. 노숙인, 쪽방 사람들의 대부분이 만성 질환과 부상을 입고 있어 현재의 제도를 넘어선 특별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할 일이 많은 나라다. 매일매일 숙제가 생긴다. 오늘 동자동 쪽방에서 새로운 숙제를 하나 가지고 간다. 이 숙제가 해결이 될 때 우리 사회는 한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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