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원유누출, 불편한 진실
By mywank
    2010년 07월 15일 07: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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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추 100년, 육상과 얕은 바다 석유 고갈

4월 20일 BP의 멕시코만 원유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90일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미국에서도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미시시피 삼각주 앞 바다, 깊이 1.5km 심해에서 석유시추 작업 중이던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호 폭발사고는 이후 원유 유출사고로 이어져 오늘까지도 원유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7월 14일 현재 이번 사고로 인한 미국 정부의 원유 유출 추정치는 최소 5천만 갤런~최대 1억 4천만 갤런에 이르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 원유 유출 사고인 엑슨발데스호 사고 유출량 1천만 갤런의 5배에서 최대 14배에 이르는 양이다. 2007년 일어난 우리나라 최대의 원유 유출 참사인 삼성-허베이 스피리트 원유유출 사고의 유출량이 331만 갤런 규모이니 이번 사고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원유가 아직도 계속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유정 입구에 점토액을 밀어넣는 TOP Kill 방식, 차단돔을 씌우는 방법, Top CAP을 씌우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었지만, 유출 원유의 극히 일부만 회수하는데 그치고 있고, 새로운 차단 돔 설치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으나, 최종적인 마무리는 별도의 감압유전을 추가로 설치해서 현재 유정의 압력을 낮추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0년간 인류는 석유를 사용하면서 ‘손쉬운 유전’을 거의 모두 개발했다. 육상과 얕은 바다에서의 시추는 이제 더 이상 적당한 장소를 찾기 힘들게 되었고, 이에 따라 기술적 어려움과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많은 지역에서 심해시추 – 통상적으로 300m를 기준으로 나누지만, 이번 BP 사고처럼 1km가 넘는 심해 시추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 가 진행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늘어난 심해시추는 이제 보편화되어 신규 개발 유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2008년의 경우 확인 매장량의 약 80%가 300m 이상 심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BP 사고를 통해 보듯 심해 환경에 적합한 기술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을 머무르고 있다. 이번처럼 최악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 수습과 방재대책이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사고의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만 의존하여 사업을 추진하다 이번과 같은 초대형사고가 생긴 것이다.

우연 아닌 필연적 사고, 그리고 피어나오는 쟁점

일부 언론들이 지적하듯이 이번 원유 유출사고는 결코 우연히 벌어진 사고가 아니다. 이번 사고가 미국 앞바다에서 벌어져서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조금 더 많이 받을 뿐이지, 이와 유사한 사고는 계속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1960년 이래 30여년간 세브론 텍사코(Chevron Texaco)가 석유개발을 하면서 원유찌꺼기와 폐공을 봉하지 않음에 따라 원주민들의 암발생 소송으로 유명한 에쿠아도르 아마존 강 유역 – 이 지역은 열대우림의 체르노빌(Rainforest Chernobyl)이라 불릴 정도로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다 – 사례, 송유관 유출사고로 50년 동안 20억 6600만 리터의 원유가 유출된 나이지리아 니제르강 삼각주 지역, 2006년 가스 유전 시추 중 압력차에 의해 내부 진흙이 매일 30,000㎥(올림픽 규격 수영장 12개 분량)의 진흙이 화산처럼 분출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도아조르(Sidoarjo) 진흙 화산사건 등 석유-가스 시추를 둘러싼 사건사고는 그 채굴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이야기이다.

많은 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고 있는 화석연료들이지만, 이들 뒤에는 이러한 사건사고들이 숨어 있고, 대부분 화석연료 사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제3세계 민중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화석연료의 환경적 피해가 단지 온실가스 배출에만 있지 않고 이러한 채굴-수송과정에서의 환경적 불평등에 의한 것임을 안다면, 기후변화운동의 방향이 더욱 폭넓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BP 원유 유출사고의 최대 피해자인 미국 내부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민의 58%가 ‘미국 에너지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대답을 했고,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응답도 31%나 되었다. 2008년 고유가 사태를 겪으면서, 석유위기를 실감한 바 있었던 미국민들이 BP 사고를 계기로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편승에 미국 내에서는 ‘석유의 대안으로서의 바이오에너지’, ‘석유의 대안으로서의 핵에너지’와 같은 다른 에너지산업의 약진(!) 전략까지 나오면서, 안그래도 바쁜 미국 내 환경단체들이 이들의 문제점과 대안 찾기를 위한 노력까지 하고 있는, 바야흐로 에너지 논쟁의 시대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과 무관하지 않은 사고, 그리고 석유정점

   
  ▲ MBC 화면.

그럼, 지구 반대편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이번에 사고가 난 딥워터 호라이즌호가 현대중공업이 제조한 시추선으로 이번 사고의 책임 문제로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소식은 잠시 언론을 통해 거론되었으나, 더 이상 보도되지 않고 있다.

또 각종 그래픽과 위성사진, 실시간 동영상으로 현지를 중계하고 있는 미국 언론의 보도량에는 못미치더라도 시시각각 진행되는 피해 상황에 대한 보도는 물론, 미국 내 각종 논쟁을 살펴볼 수 있는 보도는 찾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도 본질적으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정부가 ‘해외자원 자주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보면, 다양한 석유 시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초 현재 우리나라는 멕시코만, 예멘,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석유시추 사업을 진행중에 있다.

이미 12개 광구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32개 광구를 탐사하고 있고, 여기에는 공기업이외에도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멕시코만 일대에서만 4군데에서 탐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등 최근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0~70년대 이후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체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 5위의 원유수입국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탈석유 정책을 통해 기후변화 해결은 물론 석유정점(Oil Peak)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뒤늦게 ‘해외 자원개발’ 전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아직 석유정점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다는 것이다. 석유정점은 몇몇 다큐멘터리와 환경운동가들의 토론주제일 뿐 ‘탈석유’는 우리의 화두에 올라와 있지도 않다. 유조선 사고와 유전 사고로 인해 인근 생태계가 엄청난 피해를 받는 일은 인류역사상 반복되었던 일이다.

그러나 과거의 사고와 오늘날 BP 원유유출사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류의 기술이 아직 닿지 않는 곳 – 심해에서의 유전시추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이고, 이로 인해 더욱 큰 재앙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사고는 그나마 이제 인류가 쓸 값싼 석유가 얼마나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기회에 우리도 ‘탈석유’ 문제를 제대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시 ‘동시대, 공동의 경험’을 하지 못하는 우(遇)를 범하게 될 것이다. 마치 30여년 전 체르노빌 핵사고의 경험을 바탕으로 탈핵에너지로 방향을 틀었던 유럽과 미국의 경험을 받아들이지 못해 세계 최대의 핵발전 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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