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현장이 허니문보다 달콤해요"
By mywank
    2010년 07월 15일 07:28 오후

Print Friendly

“지치지 말고 함께 싸우자.” 엄경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장이 조합원들에게 독전의 발언을 날렸다. 그러자 사회를 보던 이재후 조직국장(아나운서)이 "점점 모성애를 자극하는 얼굴로 변해가는 것 같다."고 받았다. 

노사 공정방송위원회 설립, 전임자 인정,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KBS본부는 15일로 파업 돌입 보름째다. 사측의 전방위적인 탄압과 무더위로 지칠 법도 하지만, 조합원들은 투쟁의 고단함을 끈끈한 연대의 힘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그들은 동정을 자극하는 ‘몰골’이었지만, 투쟁을 멈추지 않는 ‘기골’도 만만치 않았다

   
  ▲15일 오후 KBS 신관 앞마당에서는 KBS 본부 전국조합원총회가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오후 4시부터 여의도 KBS 신관 앞마당에서 열린 3차 전국조합원총회는 ‘2단계 총력투쟁’을 선언한 KBS 본부의 장기 투쟁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전국에서 올라온 지역방송총국 조합원들을 비롯해, 이날 마이크를 내려놓고 ‘투쟁의 현장’에 동참한 정세진, 홍소연, 김태규, 오태훈 등 KBS 본부 아나운서 조합원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날 전국조합원총회가 열린 KBS 신관 앞마당은 지난 8일 엄경철 본부장의 제안으로 ‘개념광장’이라는 별칭을 얻은 바 있다. 이곳은 청원경찰을 동원한 사측의 물리적인 방해를 뚫고, KBS 본부가 회사 내에서 유일하게 확보한 공간이다. 최근 KBS 본부의 각종 파업 투쟁이 진행되는 등 이곳은 ‘개념 있는’ 조합원들의 투쟁 근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BS 본부는 지난 14일 ‘휴가, 출장, 개인적 사정 등으로 아직 파업에 참여하지 못한 조합원은 15일 0시부터 전원 파업 대열에 합류한다’는 ‘총파업 지침 4호’를 내렸다. 그래서인지 이 지침을 전달받고 신혼여행지에서 투쟁의 현장으로 달려온 조합원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지지 발언을 하고 있는 우석훈 2.1 연구소장 (사진=손기영 기자) 

언론노조 KBS 충북지부 조합원인 김선영 기자는 이날 “신혼여행을 갔다가 파업 지침을 받고, 곧바로 돌아왔다”라며 “열기가 뜨거운 KBS 본부 파업 현장은 허니문보다 달콤하다”라는 발언을 해, 조합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KBS 본사와 지역방송총국 조합원들은 자유 발언을 통해, 각 지역의 파업 소식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이날 전국조합원총회에는 우석훈 2.1 연구소장이 나타나 조합원들에게 투쟁을 격려했다. 그는 “KBS에 블랙리스트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최근 다른 방송사들은 우리 집에 찾아왔지만 KBS는 오지 않았다”라며 ‘블랙리스트 사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공중파와 광장이 막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TV를 보면 재미없고 광장에는 못 나가니까, 사람들이 제 강의로 오는 것 같다”라며 “국민들이 준 ‘권한’을 잘 행사하면 KBS는 진정한 ‘국민의 방송’이 될 것이다. 그날까지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라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

   
  ▲전국조합원총회가 열린 KBS 신관 앞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청경들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엄경철 본부장은 이날 3차 전국조합원대회 대회사를 통해 “술도 3차까지 가면 맛이 가는데, 여러분들은 아직 생생하고 열정적인 모습이다. ‘30차 총회’까지 해봐도 될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진 뒤, “이 파업이 언제까지 갈지 걱정하지 말라. 우리에게는 길이 보이고 길이 열려 있다”라고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이날 전국조합원총회는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10분가량 진행되었으며,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 500여 명이 참여했다. KBS 본부는 이날 오후 7시부터 KBS 본관 앞에서 시민문화제도 개최하고 있다. 한편 사측은 이날 KBS 본부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전국조합원총회에 동참하려는 인천지역 대학생들 100여명을 신관 앞에서 가로막아 양측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