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방만한 사업정리가 ‘갈아엎기’?
        2010년 07월 15일 09: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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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방만한 사업정리가 ‘갈아엎기’?언론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이중잣대’ 덫에 빠지지 않는 일이다. 언론 비판의 잣대가 원칙을 잃어버리면 신뢰 추락의 원인이 될 뿐이다. 적당한 눈속임으로 여론을 흔드는 것도 금물이다. 언론은 여론을 선도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여론 선도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것은 선동이다. 본질을 물타기 하는 선동….

    조선일보가 7월15일자 지면부터 새로운 기획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기획시리즈 제목은 <지방정부가 국가재정 거덜낸다>이다. 정부 재정이 파탄 위기에 몰렸다는 점은 전문가들이 꾸준히 지적했던 사안이다. 문제는 정부 재정을 파탄 위기로 내몬 원인이다.

    최근 성남시가 ‘채무지급유예’ 선언을 하면서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성남시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시선을 모았다. 벌써부터 다른 지방정부들도 심각한 재정위기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조선일보 7월15일자 3면.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지적한 것처럼 지방정부가 국가재정을 거덜낸다는 게 본질일까. 조선일보는 3면에 <전임자 사업 ‘갈아엎기’ 공사 중단 속출>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6.2 지방선거로 당선된 단체장과 시의원들이 새로운 공약을 추진하면서 전임자들이 추진하던 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집행된 수십억~수천억원의 투자금들이 날아갈 위기에 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전임 정부의 사업을 갈아엎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의문이 남는 것은 전임 정부 사업 갈아엎기의 ‘달인’은 이명박 정부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참여정부 색깔빼기에 주력했다. 그러다보니 적지 않은 예산이 이미 사용됐던 국책사업들도 흔들렸다. 대표적인 경우가 세종시 원안 백지화 문제이다. 세종시 원안 폐기는 결국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의도한데로 세종시 원안이 백지화됐다면 정부부처 이전을 뼈대로 하는 세종시 추진을 위해 국가가 사용했던 ‘국민 혈세’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 조선일보 7월15일자 3면.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좌초위기도 이명박 정부의 참여정부 색깔빼기가 주요 배경이다. 유형 무형의 금융 손해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한다. 조선일보가 전임자 사업 갈아엎기를 비판하고자 했다면 이명박 정부의 무분별한 전임정부 ‘색깔빼기’를 지적했어야 옳다.

    더욱 문제는 조선일보 기획은 정부 재정 파탄의 본질을 물타기 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1면에 <빚더미 지자체 230조 신사업 괜찮겠습니까>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빚더미 지자체가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면 그것은 비판받을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선심성 공약이고 무엇이 빚더미 지자체를 이끌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는 3면에 <교실 지을 돈으로 무상급식…임플란트 지원에 2000억원…>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 기획시리즈 첫 번째 ‘선심 공약에 멍드는 재정’이라는 기획에서 비판의 초점으로 삼은 무상급식, 임플란트 등은 우연인지 아닌지 모두 야당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이다. 조선일보는 교실 지을 돈으로 무상급식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을 펼치고자 하겠지만, 야당 지자체장들은 중앙정부가 불필요한 토목예산을 조금만 아껴도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해법을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는 예산 먹는 하마인 ‘토건경제’의 폐해에 눈을 돌려야 한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우리나라는 지자체 예산의 절반 정도를 중앙정부가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들의 재정이 부실에 빠지면 곧바로 국가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지자체발 국가 재정위기 가능성이 상존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 경향신문 7월15일자 1면.

    조선일보 주장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중앙정부의 재정위기는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정부가 엉뚱한 정책을 쓴다면 지방정부는 직격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 재정위기의 본질에 대한 진단은 논쟁의 대상이다.

    경향신문의 진단을 살펴보자. 경향신문은 15일자 1면에 <감세정책, 돈줄 말리고 지방채 남발, 목줄 죄고>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지방정부 재정위기의 심각성은 공유했지만, 원인 진단은 조선일보와 달랐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년여 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감세정책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지방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일부 단체장들이 호화청사 신축 등 과도한 개발 정책에 몰두해온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 경향신문 7월15일자 3면.

    경향신문은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는 경기부양 명분으로 지방채 발행을 독려, 지자체의 재정악화를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행안부는 지난해 2월 전국 지자체에 대해 재정지출을 늘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에 투자하도록 권고했고, 이에 따라 지자체들이 재정 형편이 어려운데도 앞다퉈 지방채를 발행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진단은 조선일보와는 초점이 다르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재정파탄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지방정부를 위험에 빠지게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조선일보가 기획시리즈를 이어간다고 하니 다양한 관점에서 정부재정 파탄의 문제를 접근하길 바란다. 물론 경향신문이 지적한 부분도 의미 있게 짚어볼 대목이다. 조선일보가 야당이나 다른 언론이 지적하는 것처럼 무분별한 개발사업, 토목경제의 폐해를 날카롭게 지적한다면 이번 기획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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