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사람인 건 아시나요?”
    By 나난
        2010년 07월 14일 03: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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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닝은 기아차가 만든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기아차 노동자입니다.”

    지난 13일 7명의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가 농성 투쟁을 하던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는 동희오토 사내하청 소속으로는 이청우 조합원 혼자 남았다.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등 9명이 경찰의 ‘불법집회’ 딱지로 연행됐기 때문이다.  

    농성, 연행, 단식

    이청우 조합원은 현재 "불법적 폭력 연행"을 규탄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이 씨와 금속노조 등이 농성을 펼치고 있는 본사 앞 인도에 ‘불법 무질서 NO, 준법 선진문화 ON’, ‘불법 집단이기주의 근절’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고 때아닌 ‘질서유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농성 조합원들을 대중들의 시선으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서다. 

    이 씨와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에 들어간 이유는 하나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임을 인정하고 해고자를 복직시키라는 것”이다. 100만 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기아차 성장에 날개를 단 모닝의 연구개발에서부터 제작, 판매, AS까지 기아차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

    때문에 이 씨는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 역시 “기아자동차 서산공장 노동자”라고 강조한다. 그는 동희오토는 “노동자를 모아 기아차의 지시에 따라 볼트를 조립하고, 이를 관리하는 행위를 할 뿐”이라고 말한다.

       
      ▲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12일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사진=금속노조)

    충남 서산에 있는 동희오토는 기아차에서 만드는 모닝의 완성차 조립 대행업체로 작업장 노동자 100%가 비정규직이며, 살인적 저임과 해고 천국으로 ‘악명’ 높은 회사다. 

    지난 2004년 노조 설립 이후 동희오토는 폐업과 해고로 노조를 무력화했다. 조합원 수는 한해가 다르게 줄어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100여 명이 해고됐다. 그리고 2008년부터 현재까지 9명의 해고자가 남아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장기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잔인한 회사 대응

    이들은 수차례에 걸쳐 정몽구 회장에 직접 교섭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 설 수 없다는 심정으로 이들은 또 다시 지난 12일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농성 투쟁을 하고 있다. 

    회사의 대답은 예상대로 ‘잔인’했다. 농성하는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를 위해 참여산 사람들에게 밤새도록 물을 뿌리는가 하면 경적을 울려대기도 했다. 사람들은 “여기에 사람이 있고, 비정규직도 사람답게 대접해 달라”며 소리쳤지만, 소방호수의 방향은 더욱더 이들에게 가까이 조준됐다. 그리고 경찰은 결국 9명의 노동자를 연행했다.

    당시 지나가던 시민들도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앉아 있는데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경찰 역시 방관했다. 이 씨는 “회사 측의 만행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우리를 설득했다”며 “경찰은 ‘집회신고된 것도 아니고, 여기는 현대기아차 소유의 땅’이라며 불법을 운운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회사 측이 뿌려대는 물을 맞으며 “비정규직도 사내하청 비정규직과 외주업체 하청 비정규직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고 하소연할 상대도 없다”며 “더구나 해고노동자로서 더욱 막막하다”고 말했다.

    “물을 맞으며 자존심도 상했어요. 저들이 진짜 우리를 사람 취급하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물을 맞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녹록치 않은 현실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된 지난 2008년부터 2년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겹도록 한결같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 현대기아차가 직접 교섭”, “노동탄압 중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농성을 시작한 지난 12일. 이들의 농성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엔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 7명을 제외하고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등 최소한의 연대만 이뤄졌을 뿐이다. 그는 “농성을 시작하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외롭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다행히 회사가 탄압해줘서 동지들의 시선을 끌었다”며 씁쓸해 했다.

    “장기투쟁 사업장의 바람은 동지들이 저희를 잊지 않고 많이 찾아주는 것입니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근로시간면제로 인해 탄압받고 있지만, 조금만 더 어렵고 낮은 곳에 있는 노동자들을 보듬어 이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승리하는 싸움을 만들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는 농성을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며, 오는 29일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자신의 집 마당에서 쫓겨난 비정규직”
    금속노조, 동희오토 조합원 연행 비판…“천박한 노사관만 남아”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이던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조합원 등 9명이 연행된 것과 관련해 “자신의 집 마당에서 쫓겨났다”며 “연행자 즉각 서방”을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대법원에서도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실제 사용자라는 것을 인정했고, 교섭에 임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며 “정몽구 회장은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낭떠러지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 금속노조가 14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이던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 등 9명에 대한 경찰의 연행을 규탄했다.(사진=이은영 기자)

    장인호 금속노조 충남지부장은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04년 노조설립 이후) 5년이 넘도록 투쟁을 전개하며 해보지 않은 것이 없다”며 “하지만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으며,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상언 기아차지부 화성비정규직분회장은 “최저임금에 뼈 빠지게 일하며 ‘비정규직도 인간답게 대접해달라’며 노조를 만들자 계약해지로 길거리로 내몰았다”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무슨 죄를 지었느냐”고 반문했다.

    김현미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현대기아차가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 주위에 ‘질서유지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선진문화를 운운할 게 아니라 상식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며 “선진은 없고 천박한 노사관만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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