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오프, 대의원대회도 못열어"
    By 나난
        2010년 07월 14일 09: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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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을 이유로 단체협약 효력이 유효한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가 하면, 대의원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에 대한 협조도 하지 않는 등, 타임오프가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 무력화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일 전임자 6명에 대해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기존에 지급되던 임금은 “시혜적인 혜택일 뿐, 임금성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단협상 보장된 조합원 교육,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대의원대회도 거부해 한 때 논란이 일었다.

       
      ▲ 금호아시아나항공 로고.

    금호아시아나항공 노사 단협에 따르면 연간 8시간에 한해 조합원 교육을 유급으로 처리해야 한다. 분기별로 열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물론 대의원대회에 대해서도 보장된다.

    하지만 회사 측은 노조가 교육을 이유로 조합원의 근무협조를 요청하자 ‘(조합원) 개인사정으로 통보되지 않았다’며 실질적으로 근무협조를 거부했다. 당시 노조 확인에 따르면 교육 해당 조합원 30명 중 근무협조를 받지 못한 16명은 모두 ‘통보되지 않은’ 게 아니라 ‘근무에 들어간 상태’였다.

    회사 측은 지난 2/4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대해서도 “일정을 통보할 수 없다”며 거부해 개최하지 못했다. 여기에 2010년 임금협상은 준비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금협상안과 교섭위원을 결정해야 하는 대의원대회가 회사 측의 협조 거부로 2차례나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호아시아나항공 노사의 단체협약 효력기간이 2011년 8월 11일까지라는 데 있다. 지난 1일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됐다하더라도 기존에 맺은 단체협약 유효까지는 현 전임자의 임금을 보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조합원 교육 등 각종 노조활동이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타임오프가 오남용되며 노조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저녁 회사 측은 미지급된 전임자 임금을 오는 25일 지급하고, 조합원 교육과 산업안전위원회도 기존처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는 회사의 타임오프 오남용에 대해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자 일단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 권수정 지부장은 “노조가 12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각종 노조 탄압에 대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하자 11일 저녁 공문을 통해 임금 지급의 뜻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측은 (전임자 임금지급 등과 관련해) 노동위원회에 노사가 공동으로 질의를 하는 것을 전제로, 위원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임금을 주기로 했다”며 “회사 측도 (단협 효력이 유효한 상황에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지나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물러선 입장을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항공사라는 기업 이미지 때문에 노조의 기자회견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노동계를 탄압하는 상황을 볼 때, 아시아나항공 같은 경우가 꽤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여전히 대의원대회 개최에 대해서는 근무협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항공 노사 단체협상에는 △중앙위 △상집 △대의원대회 등에 대해 ‘유급으로 처리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단, 대의원대회 구성 요건에 대해서는 언급된 내용이 없다.

    이에 회사 측은 “대의원대회는 대의원으로만 구성돼야 한다”며 비전임 간부 등에 대한 근무협조를 거부했으며, 지난 6일과 14일로 예정됐던 대의원대회는 결국 무산됐다. 지난 1999년 노조 결성 이후 상집간부 전원이 전임자였을 때를 제외하면, 회사 측은 대의원대회 개최를 위해 회계감사, 비전임 임원, 상집간부에 대해 근무협조를 해왔었다.

    권 지부장은 “대의원대회는 근무협약이 되지 않으면 진행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기본적인 임금협상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용자들은 (타임오프를 악용해 일단) 있는 거 다 빼앗아보고, 노조가 싸우면 하나씩 원상복귀 시켜주던가, 아니면 그마저도 되돌려주지 않는다는 모습”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대의원대회와 관련한 근무협조 거부 역시 타임오프 악용의 한 예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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