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이 원칙”
    “노조 자주성, 재정독립이 핵심"
    By 나난
        2010년 07월 13일 05: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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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을 전후해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노동계는 ”전임자 임금지급은 노사자율이 원칙“이라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로 노조가 재정자립에 나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개정 노조법에 이어 타임오프 매뉴얼을 통해 기존 전임자의 유급활동을 차단했다. 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한 타임오프 상한선까지의 유급 활동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노사정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 vs 사정

    13일, 한국노총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성천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타임오프 제도시행에 따른 교섭 쟁점 및 노사갈등 해소방안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차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노동계는 물론 노동․법률 전문가 역시 나서 현 근로시간면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정경은 근로시간면제자에 한한 유급 인정을 주장했다.

    전운배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이날 토론에 나서 “노조의 자주성의 핵심은 사용자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이라며 “사용자가 노조 활동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노조활동이 위축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용자가 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노조활동이 위축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면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미래가 없다고 본다”고 일갈했다.

       
      ▲ 한국노총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성천 의원실이 13일 공동주최로 ‘타임오프 제도시행에 따른 교섭쟁점 및 노사갈등 해소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이은영 기자)

    그는 이날 토론회 발제에서 김인재 인하대 교수와 김선수 변호사가 “근로시간면제제도가 노조활동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며 “제도가 탄생한 배경부터 보면 정부의 독단이 아닌, 모든 주체(노사정)가 참여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임자에 대한 회사 측의 급여 지급과 관련해 “법이 이미 재정됐기에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했을 경우 사용자의 지배개입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됨을 시사했다.

    "전임자 입금, 부당노동행위 아냐"

    하지만 김인재 교수와 김선수 변호사는 “노조전임자 등이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것이 노조의 적극적인 요구나 투쟁 결과로 얻어진 것이면 그 급여지급으로 노조의 자주성이 저해될 위험은 거의 없기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날 발제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노조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인식이 인정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산업평화를 이루기 위해 부담능력 범위 내에서 노조전임자의 급여를 지급했다고 해서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말했다.

    김 교수 역시 “개정 노조법 제24조 제4항은 예외적으로 법령상 노동조합의 업무와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에 대해 일정한 한도에서 유급으로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즉 노조전임자가 조합활동으로 인해 근로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노사합의에 의해 정해진 시간에 대해서는 노조전임자의 임금청구권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김기덕 변호사 역시 “기본적으로 노조활동에 대해 사용자가 지배개입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보는 것이지, 노조활동을 지원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부당노동행위로서 개정 노조법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지급과 관련해 “개정 노조법 2항에서는 재정 전임자는 급여를 받지 말라고 명시하고 있고, 4항에서는 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동의한 경우, 즉 전임자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체결한 경우에는 타임오프 한도까지는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자율의 문제"

    한편, 전 정책관은 근로시간면제한도의 법적 성질에 대해 “강행 규정”이라며 “면제한도를 초과한 단체협약은 시정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단협을 체결하고 사용자가 임금을 주지 않았다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즉, 단협 체결 이후 임금 지급 여부에 따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판단 기준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선수 변호사는 “근로시간면제 한도 규정은 사회질서에 관한 것으로서 사적 자치의 한계를 벗어나는 강행규정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여부나 범위는 원칙적으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단체협약에 기해 노조전임자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형준 한국경총 정책본부장은 토론에 나서 “전임자에 대해 (수나, 임금 지급 여부 등에) 변동이 없도록 법을 개정해놨다면 아마 갈등이 없을 것”이라며 “법이 개정되며 의도한 부분이 있기에 법 시행 전후의 변화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타임오프와 편의제공은 별개"

    노동계가 “타임오프로 인해 노조활동이 무력화되는 데다, 개정 노조법과 노동부 타임오프 매뉴얼로 인해 전임자 활동이 축소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다.

    특히 이 본부장은 노동계가 타임오프 시행으로 인해 “전임자의 활동이 축소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전임자가 근로시간면제자로 대체된 게 아니”라며 “면제자에 대해 유급 활동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보완되는 것으로, 현장에서는 전임자를 풀타임 면제자로 대체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유지관리업무와 관련해서도 그는 “당연히 노조가 부담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부담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정책관은 최근 타임오프 매뉴얼을 명문으로 기본적인 노조 유지를 위한 편의제공 등에 대해 “사용자가 잘못된 해석을 하고 있다”며 입장차를 보였다. 그는 “과도한 편의제공이나 운영비 제공은 부당노동행위지만 집기나 장비 등의 지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일부 경영자가 (이번 기회에)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타임오프와 (노조) 편의제공은 별개의 문제이며, 근로시간면제자가 아닌 노조 간부는 타임오프 제도로 인해 활동이 위축되거나 금지되는 게 아니”라며 “타임오프 총량 안에 일반 조합원 교육이나, 간부의 활동은 포함되는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노조탄압 위한 사측의 자의적 해석"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타임오프 제도 시행 이후 난관에 부딪힌 노사 교섭 상황도 소개됐다. 한국노총 화학노련의 100인 미만의 한 사업장은 현재 전임자 1명이 2,000시간의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사용하며 활동하는 것에 합의했으나, 노동부가 체결된 단체협약에 대해 구체 조항을 거론하며 수정내지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심재호 화학노련 정책국장은 “노동부는 개정한 전임자 조항에 ‘임금’ 문구가 없음에도 조항삭제를 요구하는 데다, 근로시간면제자가 누구인지 3배수로 특정해서 넣을 것을 요구했다”며 “여기에 노동관계법령에서 별도로 보장하고 있는 유급시간은 한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개정조항에 대해 삭제하던가 아니면 근로시간면제자는 제외한다는 구체적인 문구까지 제시하며 이미 합의된 단협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따른 200인 미안 사업장에서는 근로시간면제한도에 있어 3,000시간 한도에 합의했으나, 면제시간 사용방법에서 사용자 측이 사용계획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어 단협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심 국장은 “회사는 사용계획서 제출이 노동부 지침이라고 하지만 노동부는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답변을 했다”며 “노동부 매뉴얼에도 근로시간면제 한도 사용방법에 대해 ‘사전 명단통보’ 정도로만 언급돼 있는데, 사측이 지나치게 자의적 해석을 하며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노골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인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선수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가 발제에 나서 근로시간면제제도의 문제점과 법적 쟁점에 대해 지적했으며, 김기덕 법무법인 새날 변호사, 전운대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이형준 한국경총 정책본부장이 토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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