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에 선거방침 결정? 황당한 정당
        2010년 07월 13일 11: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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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보궐선거는 분명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와 다르다. 어떠한 사정에 의해 비워진 각급 의원, 단체장 등의 자리에 새로 몇 명을 뽑아 채우는 과정으로 재보궐선거를 통해 극적인 정국의 반전을 이룬다거나 한 방에 유의미한 세력으로 떠오르기는 어렵다.

    하지만 진보신당의 경우 바로 그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의 전환점을 만들어 냈다. 지난해 4.29재보궐선거 당시 원외정당이던 진보신당은 울산북구에 조승수 의원을 출마시켰고, 우여곡절 끝에 조 의원을 당선시키며 원내정당 시대를 열었다. 단 1석에 불과하지만 분명 당시 재보궐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던 것이다.

       
      ▲ 진보신당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사진=정상근 기자)

    그런데 거기까지. 이후 재보궐선거에서 진보신당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지난 10.28재보궐선거와 이번 7.28재보궐선거 모두 진보신당은 단 한 곳에도 후보를 내지 못했다. 지난 10.28선거에서는 그나마 임종인 안산상록을 무소속 후보 캠프에 합류하며 ‘사진발’이나마 받았지만 이번 7.28재보궐선거에서는 그것도 없이 아예 지워졌다. 깨끗이.

    정당의 사정에 따라 선거에 출마를 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 재보궐선거에 대해 “중간 심판”이란 정치적 해석이 오고가지만 사실 규모나 투표율에 미루어 평가는 제각각이며, 특히나 이번 재보궐선거가 지방선거 직후에 열리는 상황에서 각 당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무리하게 후보 전술을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황당한 진보신당 내부 논의

    그런데 이번 7.28재보궐선거에 대해서는 진보신당 내에서 이뤄지는 논의 자체가 황당하기 그지없다. 공식후보 등록일이 시작된 13일까지 진보신당은 재보궐선거에 대한 어떤 방침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중앙당은 지역당협에 공을 넘기고, 지역당협과 광역시당은 이를 다시 중앙당에 넘기고 있다. 배구 경기를 비유해서 말하자면, 리시브와 토스만 있고, 아무도 스파이크를 때리지 않는 기묘한 상황이다.

    상황을 돌아보자. 이번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8곳 중 한 곳도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진보신당은 지난달 23일 대표단회의를 통해 은평을 재선거에 “적극적으로 대응”키로 하고 “후보 발굴을 위해 노력”키로 했다. 제한적인 당력과 이번 재보궐선거의 상징성을 감안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노회찬 대표가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했고 이것이 대표단회의에서 관철되었다. 이후 나름의 후보발굴작업을 거쳤다지만 결국 실패했다. 대표단회의를 통해 결정된 방침에 대해 대표단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결국 후보등록일까지 진보대연합에도, 반MB연합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객(客)’으로 스스로 전락시켰다.

    결국 후보발굴의 가능성이 낮아진 진보신당 중앙당은 지난 7일 대표단회의에서 주말까지 후보 발굴을 못할 경우 은평을 선거에 대한 판단을 은평당협과 서울시당에 맡긴다고 공을 넘겼지만 서울시당은 “최소한의 기준은 정해줘야 한다”며 다시 공을 되받아 넘겼다. 당 내에서 핑퐁게임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선거는 이미 시작되었다. 각 당은 각자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후보를 공천하고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것이 ‘반MB연대’이든, ‘진보연합’이든 국민들에게 분명한 상을 보여주고 당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진보신당이 향후 “당 발전전략”을 세운다고 하지만 당장 이 판에-후보를 내든 내지 않든-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정당으로서 존재감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묻혀버리다

    당내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가 하면, 진보신당이 속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싶은데, 다른 당 눈치 보느라 그것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진보신당의 우유부단, 좌고우면을 비난하기도 한다. 

    진보신당은 끝난 14일, 대표단 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재보궐선거 방침을 정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든, 사회당과의 연대든 어떤 방침이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주도까지는 못하더라도, 상황 속에 플레이어는 돼야 할 텐데, 거기에 아주 묻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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