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13일 오전 11시경 ‘전교조 명단’ 공개에 대한 법원의 강제이행금을 직접 내겠다며 전교조 본부를 찾았다. ‘전교조 없는 세상’을 원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사재를 ‘전교조 발전’을 위해 납부한 꼴이 되어버렸다. 조 위원은 이날 전교조 조합원들의 집단적인 성토를 받으며, 돈만 내고 10분 만에 본부 사무실에서 쫓겨났다.
“오시려면 연락을 해야 하지 않느냐”. 사무실 앞에서 유일하게 조 의원을 맞은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의 반응은 싸늘했다. 조 의원 측은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에게 사무실 방문의 뜻을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전교조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조 의원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곳곳에서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정치 쇼하려고 왔느냐”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조전혁 의원이 강제이행금 납부 이후, 전교조 로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자, 조합원들이 로고를 손으로 가리는 등 반발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
▲전교조 총무부장에게 강제이행금을 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
조 의원은 불쾌한 듯이 잠시 전교조 조합원들을 쳐다보더니 “정치 쇼는 전교조가 더 잘하지 않느냐”라며 화를 냈다. 조 의원은 탁자로 이동해 한 손에 들고 있던 보자기를 펼쳤다. 거기에는 470만원 상당의 지폐 뭉치와 돼지저금통 3개가 있었다. 그는 지폐의 경우 자신이 현재 소지하고 있는 돈, 돼지저금통은 지지자들을 보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돈 얼마인지 모르겠다"
조 의원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지지자들이 돼지저금통과 함께 보낸 편지들을 직접 가져오기도 했다. 보좌관이 돼지저금통의 배를 가르자 10원, 100원짜리 동전들이 탁자 위에 쏟아졌고, 조 의원은 보자기에 지폐 뭉치와 동전들을 담아 전교조 총무부장에게 납부했다. 하지만 그는 오늘 가져온 전체 금액을 묻는 질문에 “정확히 잘 모르겠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조 의원이 10분 만에 일부 강제이행금 납부를 마무리하자, 전교조 조합원들은 그를 반강제적으로 사무실 밖으로 쫓아버렸다. 하지만 조 의원은 ‘회심의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무실 밖으로 쫓겨나온 그는 대형 전교조 마크를 배경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했지만, 조합원들의 강한 반발로 아예 건물 밖으로 내쫓겨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조 의원이 가져온 돼지저금통에서 나온 동전들 (사진=손기영 기자) |
▲조 의원 지지자가 돼지저금통과 함께 보냈다는 편지 (사진=손기영 기자) |
기자회견 장소조차 잡지 못해 길거리에서 기자들과 만난 조 의원은 “전교조가 제 통장을 압류해 금융거래가 완전히 정지되었다. 얼마 전 식당에 갔는데 계산조차하지 못했다. 이는 국회의원에 대한 명백한 업무방해이다”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는 또 “결국 돈을 내는 방법은 이 방법밖에 없다. 1달에 1번 씩 제 발로 찾아와서 (강제이행금을) 갔다내겠다”라며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전교조 명단’ 공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데, 법원의 결정은 실망스럽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엄민용 전교조 대변은 “자신이 납부한 금액조차 알지 못한 채 이뤄진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방문은 정치적인 쟁점을 만들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정치 쇼에 불과하다”라며 “이번 주 중에 나머지 강제이행금에 대해 ‘강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전교조의 확인 결과, 이날 조 의원은 4,819,520원을 납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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