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개 빼주지 말고, 미련 버려라”
        2010년 07월 12일 03: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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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8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에 내몰리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야권연대의 필요성 등을 줄곧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더 이상 당당하게 주장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경기도지사에는 유시민 국참당 후보를 지지하는 등 민주당(및 국참당)과의 ‘야권연대’를 추구했다. 선거가 끝난 후 민노당은 이런 선택이 정권심판을 바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해 자당의 대외적 위상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진보 구청장을 탄생시키는 등 자당후보를 기대 이상으로 지방 정부와 의회로 진출시키는 데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 김세균 교수(사진=레디앙)

    민노당이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진보신당에 비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음은 분명하다. 이에 고무되어서인지 이후 민노당의 주요 인사들은 야권연대를 일시적인 선거전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던 자신들의 발언을 뒤엎고, 모든 것에 우선하는 당의 전략적 방침으로까지 격상시키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야권연대를 주장해온 이정희가 차기 당 대표직을 맡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것도 지방선거에서 거둔 성과에 힘입은 것임에 틀림없다.

    민노당의 ‘야권연대’, 일시 전술에서 영구 전략으로?

    7.28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민노당 후보는 현재 4명이다. 민노당은 민주당에게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당신들을 도운 만큼, 연대의 대의를 살려 나가기 위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은평을 선거구만은 우리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해 왔다.

    민노당의 이런 요구는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입을 벌리고 있는 언감생심의 요구이다. MB의 대리인인 이재오가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는 은평을 재선거는 ‘정권심판’과 관련하여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 민주당은 은평을 후보를 타 당에게 양보하는 것을 애초부터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현 민주당 지도부는 설령 타 당에게 양보하고 싶어도 당내에서 그걸 관철시킬만한 정치적-도덕적 지도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아마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양보하겠다고 민노당을 설득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차기 총선에서 당선 가능한 서울 지역에 적어도 한, 두 자리 정도는 보장하겠다고 약속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약속이란 공개되면 ‘밀실야합’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면’ 약속에 불과하고, 나중에 지키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른 핑계를 될 수 있는 부도 어음이 되기 십상이다.

    밀실야합 또는 부도어음

    민주당은 은평을의 경우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단일화’안을 제안했다. 이 안을 민노당이 받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민노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적은 것은 둘째 치고 그 안에 따라 민주당 후보나 국참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정해질 경우 민노당이 그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이든 아니든, 민노당이 다가오는 7.28 재보궐선거에서도 진정으로 야권연대를 지속시키길 원한다면, 연대의 대의를 위해 자당후보를 모두 사퇴시키거나, 아니면 은평을 후보만이라도 사퇴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야권연대의 프레임에 매여 있는 한 민노당에겐 그 외의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민노당이 그런 통 큰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자당 후보를 사퇴시킬 경우 민주당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고 공언해 온 민노당 지도부가 대내외적으로 입을 타격이 크다. 허풍을 친 것과 같기 때문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민주당이 내세운 후보가 진보세력에게는 고사하고 다른 야권 정당들에게도 야권 단일후보로 받아들일 만한 자격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타 정당들이 자신의 후보를 사퇴시킬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줄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이유를 들어 타 정당들에게 자당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런 요구는 다른 정당들로 하여금 민주당의 패권적 작태에 굴복토록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나중에 줄지 모르는 떡고물이라도 받아먹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기꺼이 민주당의 2중대가 되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지 않은 한, 그런 굴욕을 받아들일 정당은 없을 것이다.

    기꺼이 ‘2중대’가 되겠다면 모를까…

    실제로 민노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당 후보를 사퇴시킨 것은 정권심판을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대의를 위해 용단을 내렸다”는 칭찬을 받을만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도 야권연대의 명분을 내걸고 사퇴시키는 것은 민노당에게 ‘쓸개도 없는 정당’이라는 오명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자당 후보가 완주하는 것도 문제다. 완주는 그처럼 야권연대를 열심히 주장하는 정당이 야권연대를 스스로 부인하는 자가당착적인 행동이라고 비난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노당은 자당 후보를 완주시키기도 어렵고, 사퇴시키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궁지에 처해 있다. 민노당은 앞으로 이 궁지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확실한 것은 민노당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연대의 프레임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지 않은 한 해답을 찾기 어려운 궁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으로부터 모종의 약속을 받아내고 민주당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민노당에게 최악의 선택이다. 그런 선택은 진보정당으로서의 민노당의 정체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비난을 받든 말든 자당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서 최적격이라는 이유를 내걸고 그냥 완주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그러나 야권연대에도, 진보연대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그런 선택이 민노당에게 최선의 선택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런 선택은 민노당이 자당 중심주의의 오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과 같다.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민노당은 민주당에 대해 “야권연대를 원한다면, 민주당은 자당 후보부터 먼저 사퇴시켜라”라고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타 진보정당들에 대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진보 단일후보’를 추대하자고 제안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진보적 개편을 바라는 노동자대중 및 사회각계 각층의 인사들에게 진보 단일후보의 당선을 위해 함께 힘을 합치자고 호소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른 진보정당 후보와 겹치는 선거구는 은평을밖에 없고, 다른 3곳은 민노당만이 후보를 내고 있다. 다른 진보정당들에게 진보 단일후보를 추대하자고 하면서 4곳 다 민노당이 독식하는 것이 무리임을 민노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안 중심 진보대연합을 향해

    그런데 진보단일후보를 내기 위한 이런 노력은 현재 분열된 채 각개 약진하고 있는 진보세력들을 연대의 길로 나서게 하고, 대안 중심의 진보대연합을 구축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민노당은 이런 노력이 은평을에서 자당후보를 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중요성을 지님을 인정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또 있다. 진보세력이 우리 사회에서 위력 있는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게 되면 차기 총선과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야권연대에 더욱 목맬 세력은 민주당 등 자유주의세력이다. 진보세력이 가만히 있어도 그들이 먼저 진보세력에게 연대하자고 호소해 올 것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진보세력의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들은 더 많이 양보하면서 진보세력에게 연대를 요청하게 될 것이다. 그 제의에 응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 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그 때 그 제의에 응하더라도 최소한 진보세력이 현재 민노당이 빠져들고 있는 궁지에 처하는 일은 결코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민노당은 야권연대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지금은 야권연대를 두고 고민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대안 중심의 굳건한 진보대연합을 이룰 수 있는 최선의 방도를 찾아내고, 그 방도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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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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