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을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By 나난
        2010년 07월 12일 03: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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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이 백혈병 등 희귀암에 걸린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명목으로 산업재해를 은폐하려 한 것이 알려져, 고 박지연 씨 사망 이후 불거졌던 삼성 백혈병 논란이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31일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박지연 씨의 어머니 황금숙 씨는 “삼성이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민주노총과 만나지 말 것”을 전제로 “위로금을 줬다”고 폭로했다.

    12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삼성일반노조는 서울 영등포 공공운수노조준비위 회의실에서 ‘삼성의 산재은폐 규탄 증언대회’를 열고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반올림은 “산재를 은폐하고 진실을 파헤쳐지는 것이 두려운 삼성은 피해가족들에게 위로금 명목의 돈으로 산재소송을 취하시키고 진실을 덮으려 한다”고 말혔다.

    삼성, 박지연씨 사망 하루 전에 와서…

    반올림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황 씨는 “지연이가 죽기 하루 전인 3월 30일, 삼성의 이 아무개 부장이 찾아와 ‘최대한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 신경 쓰지 말고 자기만 믿으라’고 했다”며 “위로금을 주는 대신 산재신청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민주노총과 만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 반올림과 삼성일반노조가 12일 ‘삼성의 산재은폐 규탄 증언대회’를 공공운수노조준비위 회의실에서 개최했다.(사진=매일노동뉴스)

    위로금을 미끼 삼아 노골적으로 산재신청을 막은 것이다. 지난 3월말 고 박지연 씨 사망을 전후해, 삼성 백혈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었다. 각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정당에서도 비판을 제기하며, 삼성이 곤경에 빠졌던 시기였다.

    지연 씨의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 생활고를 겪던 황 씨는 어쩔 수 없이 삼성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지난 4월 1일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다른 피해유가족과 함께 제기한 산업재해 불승인에 대한 행정소송도 취하했다.

    당시 삼성 측은 전화번호 변경, 이사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 씨는 “급한 마음에 돈으로 합의를 하고 빚을 갚았지만 지연이의 목숨 값을 돈으로 합의한 것이 후회스럽고 비참하다”며 “지연이의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지금이라고 하겠다”며 삼성의 산재신청 포기 종용 행위를 폭로했다.

    그는 삼성이 직업병이 아니라면서도 개인적으로 위로금을 지급한 것에 대해 “겉으로는 개인질병이라고 하지만 양심이 있으니 합의해 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사하고 전화번호도 바꿔라"

    삼성LCD에서 일하다 종격동암을 얻고 지난해 7월 23일 사망한 고 연제욱 씨의 동생 연미정 씨도 이 같은 삼성 측의 태도를 폭로했다. 연 씨에 따르면 삼성 측은 지난해 제욱 씨의 가족이 산재신청의 뜻을 밝히자 “회사에 담당자가 있다”며 회사를 통해 신청할 것을 요구했다.

    연 씨는 “당시 회사 담당자를 만나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했지만, 3개월이 지난 올해 초 불승인이 나왔다”며 “당시 산업안전관리공단은 역학조사도 없이 회사 측이 제출한 작업환경 관련 서류만을 검토하고 ‘불승인’을 내렸다”고 말했다.

    돈을 통한 회사 측의 산재신청 포기 종용은 이때부터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됐다. 연 씨의 가족이 재심사 청구의 뜻을 밝히자 삼성 측 관리자들은 지난 5월 27일 “2억 원”의 위로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 씨의 가족이 반올림을 통한 행정소송 뜻을 밝히자 “소송에 들어가면 2~3년이 걸릴 거다. 그간 생활은 어떻게 할 거냐”며 생활고를 미끼로 협박했다.

    당시 삼성 측은 “돈을 드리는 것만으로도 아드님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이라며 반올림과 만나지 말 것과 소송을 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위로금 지급의 뜻을 전했다. 현재 연 씨 가족은 반올림과 함께 산재신청 재심사 청구를 신청한 상태다.

    이외에도 삼성은 지난 2007년 사망한 황유미 씨 가족에게도 위로금을 명목으로 접근했다. 유미 씨가 투병 중이던 지난 2005년 황 씨는 회사 측에 산재신청 협조를 부탁했다. 하지만 삼성반도체 김 아무개 과장의 입에서 돌아온 말은 상상 밖의 대답이었다. “아버님이 삼성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어요?”

    "삼성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어요?"

    황 씨는 “결국 유미의 치료비 8천만 원 중 회사 지원 3천만 원을 제외한 5천만 원을 보상금으로 받기로 하고, 유미는 사표를 썼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 뒤 유미 씨의 백혈병이 재발하자 삼성 측은 “돈이 없다”며 “500만 원으로 해결하자”고 요구했고, 당시 치료비로 인해 생활고를 겪던 황 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5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생활고를 이용한 삼성 측의 치졸한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7년 유미 씨가 사망하자 “장례 이후에 보상해주겠다”던 삼성 측은 장례가 끝나자 돌연 입장을 바꿔 “유미 씨의 병은 삼성과 상관이 없으며, 개인질병이기 때문에 산업재해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씨는 당시 삼성 측의 태도에 대해 “장례기간에 혹시라도 유미의 시신을 들고 삼성에 행패를 부릴까봐 나를 속인 것”이라며 “장례만 치르면 끝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3월 고 박지연 씨의 사망 이후 삼성 백혈병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되자 더 노골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산재신청 취하를 요구했다. 삼성LCD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을 얻은 한혜경 씨는 병 발병 이후 연락조차 없던 회사 측에게서 뜬금없이 연락을 받았다.

    혜경 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는 “지난 6월 10일 삼성 측 인사관리자로부터 ‘위로금을 주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인사관리자는 김 씨의 집안 사정에 대해 시시콜콜 물은 후, 산재신청에서 빠져줄 것을 요구했다.

    "잘못 없으면 왜 돈으로 입막으려는가?"

    김 씨는 “위로금을 이유로 산재취소를 종용했다”며 “지금도 (딸아이는) 빨래를 쥐어짜듯 뼈가 아파도 수술조차 못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삼성 측은 돈 몇 푼으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고 비통해 했다. 김 씨 역시 “삼성이 원인제공을 했으면 어떻게든지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며 “아파도 수술도 받지 못하면 안 된다. 삼성이 책임져야 한다”며 힘겹게 말했다.

    이날 반올림은 “삼성이 주장해왔듯 피해자들의 병이 삼성과 무관한 개인 질병이라면 도대체 삼성은 무엇이 두려워 돈으로 피해자들의 입을 막으려 하느냐”며 “백혈병을 얻고 사망한 피해자들은 유해요인들로부터 노동자의 몸과 삶을 보호하지 않은 삼성의 직무유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삼성 백혈병 등 희귀암 피해자들과 유가족, 반올림 등은 이날 증언대회 이후 산재인정 및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촉구하고자 근로복지공단 산재심사실에 항의면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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