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저항 초라하나, 멈추지 않겠다"
    By mywank
        2010년 07월 10일 10: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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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필자는 중앙대 독문과 3학년생으로 지난 4월 8일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교내 신축공사 현장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지난 5월 학교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았다. 필자 이외에도 같은 이유로 징계를 받은 중앙대 학생은 김주식(퇴학, 철학과 4학년), 김창인(무기정학, 철학과 2학년), 표석(유기정학, 국문과 3학년) 등 모두 4명이다.

    이번 3보1배는 노영수 씨와 그를 지지한 박효진 씨(중앙대 철학과 3학년, 징계자 아님)가 함께 했다. 징계 처분 취소를 촉구하는 3보1배는 지난달 24일 익산을 출발해, 전주, 완주, 진안, 장수, 함양, 산청, 진주, 마산을 거쳐 지난 6일 창원 두산중공업 공장 앞에서 마무리됐다.

    한 사회가 젊은 이들의 ‘이유 있는 반항’에 대응하는 가장 조악하고 나쁜 방식을 보여준 이번 사태는, 자본이 그리고 기업이 대학을 비롯한 온 사회를 ‘장악’할 경우, 이 사회가 존재하는 가장 나쁜 방식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노영수 씨가 3보1배를 마치고 짧은 글을 보내왔다. 비록 초라한 저항일지는 몰라도 멈추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가 결실을 맺을 것을 바라며 보내온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저항의 싹을 자르려는 학교

    지난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이후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두산건설로부터 업무방해로 고소된 상황에서 학교는 저에게 퇴학처분을 내렸습니다.

    이후 부당징계에 항의하기 위해 두산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고 두산은 다시 저를 고발조치 하였습니다. 급기야 이제는 교내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합니다. 손배/ 고소/ 퇴학/ 고발/ 가처분! 이것들이 지난 한 학기 구조조정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두산으로부터 받은 집중포화의 내용들입니다.

       
      ▲’중앙대 학과 구조조정 사태’ 징계 철회를 촉구하며 삼보일보에 나섰던 중앙대 학생 박효진 씨(좌)와 노영수 씨 (사진=노영수 씨 제공) 
       
      ▲삼보일배를 벌이고 있는 중앙대 학생들.(사진=노영수 씨 제공) 

    학교는 소송을 해서 이겨도 다시 무기정학 처분을 하면 그만이라고 되레 큰소리입니다. 저도 대화로 풀어내기 위해 소송을 잠시 보류하고 노력을 했습니다. 사과를 하겠다고 했지만 학교는 사실상 백기투항에 가까운 안마저 거부하였습니다. 저항의 싹을 뿌리째 뽑아버리겠다는 재단과 박용성 이사장의 의지를 확인한 것입니다.

    그렇게 억지로 내몰린 3보1배입니다. 더 이상 학교에서 그리고 재단에 맞서 설자리가 없었습니다. 학교의이미지 제고를 위한 행사를 뒤쫓으면서 대학본부의 부당한 징계를 알려내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3보1배를 준비했습니다.

    1인시위 할 것

    실제로 겪어본 12박 13일은 머릿속으로 그렸던 것 보다 더 무모한 것이었습니다.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차량들 틈바구니에서 때로는 차선을 넘나들며 위험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장맛비에 온몸이 흠뻑 젖기도 하고 뙤약볕에 살갗이 벌겋게 익기도 했습니다. 사지의 근육통으로 온몸에 파스를 도배하며 이를 악물고 견뎌왔습니다. 그렇게 악전고투하며 삼보일배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애초에 이 재단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것이 무모한 것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맨땅에 헤딩하기가 되더라도 스스로 대학이길 거부하는 대학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야한다는 의무감이 더 컸습니다.

    학교와 재단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합니다. 우리가 지나간 고행의 길에 그 어떤 반향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저항은 초라했지만 계속 싸워나가고자 하는 우리의 입장 또한 확고합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일인시위를 해볼 계획입니다.

    지난 2주간의 3보1배처럼 느릿느릿 가더라도 끈질기게 또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바꿔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래서 지게 된다하더라도 멋지게 지기 위해 당당하게 나서겠습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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