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온한 혁명가 '기타 잇키'의 생애
        2010년 07월 10일 10: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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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잇키’는 1936년 일본 전역을 뒤흔든 ‘2·26사건’의 정신적 지도자였다. 변경인, 사회주의, 아나키즘, 민주주의, 국가주의, 천황주의, 개인주의, 낭만주의 등 온갖 사상의 용광로에서 자신의 이념을 정리한 혁명가이지만 군국주의자의 배후로 낙인찍힌 사람이다.

       
      ▲책 표지 

    『기타 잇키』(마쓰모토 게이치, 교양인, 65,000원)는 그의 이야기다. 이 책은 1936년 일본 전역을 뒤흔든 2ㆍ26 쿠데타의 정신적 지도자 기타 잇키의 삶과 사상을 끈질긴 추적과 철저한 고증으로 되살려낸 탁월한 전기이자 독창적인 역사서이다.

    쿠데타의 배후라는 이유로 역사의 무덤에 깊숙이 매장당한 기타 잇키는 박정희와 5ㆍ16 쿠데타의 사상적 배경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저자는 그를 30년에 걸쳐 연구했으며 200자 원고지 7천 장에 담아내 그의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기타 잇키는 가장 격정적인 ‘천황 신앙’ 파괴자였다. 국체론이라는 이름의 천황 절대주의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고 해체한 사람이었다. 발행되자마자 모두 압수되어 금서로 묶인 《국체론과 순정사회주의》는 사회주의와 국가주의를 결합한 사상서이자 천황 주권론에 맞서 국민 주권론을 제시한 이론서였다.

    그는 스스로 ‘동양의 루소’라 칭했던 광기의 천재였으며 사회주의 사상을 자양분으로 삼아 스스로가 곧 국가의 체현자이기를 갈망한 국가사회주의자였다. 인간은 모두 고귀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정신적 귀족주의자이자 계급 차별을 타파하고 하층을 상층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고상한 평등주의자였다.

    그는 천황 신화를 거부했고, 천황 숭배라는 미신에 빠진 일본을 야만의 나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사회주의 이념의 원조였지만 히틀러의 나치즘이나 무솔리니의 파시즘과는 무관한 독자적인 ‘파시즘 혁명가’였다. 그는 일본의 중국 침략을 비판하으며 중국과의 전쟁이 결국 2차 세계대전을 불러와 일본이 패망할 것이라 예언했다.

    그러나 그는 쿠데타의 지도자라는 이유로 처형당한 뒤로 사이비 혁명가 혹은 극우 파시스트라는 오해를 받으며 역사 속에 묻혀버렸다. 그러나 저자는 기타 잇키가 좌익과 우익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은 혁명가였다고 말한다.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에 대한 개념마저 명확하지 않은 한국의 지적 풍토에서 사회주의에서 자유주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을 아우르는 기타 잇키의 사상적 행보는 조금 낯설다. 그러나 기타 잇키의 사상적 역정은 삶과 사상과 행동의 관련성을 고민하는 데 시금석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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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마쓰모토 겐이치(松本健一)

    문예 평론가, 작가, 역사가, 사상사가.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역사와 사상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일본 근대사와 동아시아 사상사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좌도 우도 아닌 일본을 그려내는 지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우익’ 을 최초로 ‘사상’의 측면에서 다룬 학자로 알려져 있다.

    1946년 군마 현에서 태어났다. 1968년 도쿄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호세이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문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레이타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71년에 출간한 《청년 기타 잇키》로 큰 주목을 받았다. 파시스트 혹은 사이비 혁명가로 불리며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기타 잇키를 천황제 일본과 격렬하게 대결했던 혁명 사상가로 새롭게 평가함으로써 놀라운 충격을 주었다. 이후 30여 년에 걸친 그의 기타 잇키 연구는 2004년에 출간된 《기타 잇키(評傳 北一輝)》로 완결되었다.

    천황제 신화를 폐기하고 천황을 혁명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던 가공할 상상력의 소유자, 좌와 우를 아우르며 ‘마왕’으로 불렸던 ‘카리스마’ 기타 잇키의 삶과 사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쓰모토 겐이치는 《기타 잇키》로 2005년 “역사서로서 뛰어난 문학성을 획득”하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바 료타로 상’을 받았다.

    또 “위험한 혁명 사상가를 중심에 둔 보기 드문 독창적 근현대사 연구”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기타 잇키론》 《일본 우익 사상의 기원과 종언》 《일본의 내셔널리즘》 《다케우치 요시미 ‘일본의 아시아주의’ 정독》 《마루야마 마사오 ― 8ㆍ15 혁명 전설》 《평전 사이토 다카오》 《미시마 유키오의 2ㆍ26 사건》 《쇼와 천황》 《해안선의 역사》 등이 있다.

    역자 – 정선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국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개화기 신문 논설의 서사 수용 양상》 《심연을 탐사하는 고래의 눈》 《근대의 어둠을 응시하는 고양이의 시선》 《한국 근대 문학의 수렴과 발산》 《시작을 위한 에필로그》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동양적 근대의 창출-루쉰과 소세키》

    《일본 문학의 근대와 반근대》 《가네코 후미코》 《지도의 상상력》 《일본어의 근대》 《생활 속의 식민지주의》 《창씨 개명-제국주의 일본의 조선 지배와 이름의 정치학》 《일본 근대의 풍경》(공역) 《삼취인경륜문답》(공역) 《일본 근대사상사》(공역) 《조선의 혼을 찾아서》(공역) 등이 있다.

    역자 – 오석철

    일본 주오대 문학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석사를 마쳤다. 전공은 미디어론과 문화 연구이다. 옮긴 책으로 《삼취인경륜문답》(공역) 《도쿄 스터디즈》 《왜 다시 친미냐 반미냐》 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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