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은 객관적이지 않다
    By 나난
        2010년 07월 10일 02: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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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에서부터 2010년 천안함 조사 결과까지 과학적 진실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엄밀하고 투명하며 객관적인 과학적 활동을 둘러싸고 진실과 진리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과학’의 권위는 무엇에서 유래하는가. 도대체 ‘과학’이란 무엇인가. 실험과 관찰을 통해 획득한 지식이 과학인가. 그렇다면 실험과 관찰은 어떤 특징을 갖는 활동이기에 과학적 지식의 기초가 되는가. 과학자들은 왜, 어떻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합의에 도달하는가.

    『비판적 실재론』(앤드류 콜리어, 후마니타스, 18,000원)은 과학적 지식의 특성과 구조를 분석해 이런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실증주의 과학철학을 비판하고 과학의 사회적 성격을 강조하는 협약주의 과학철학을 통해 과학적 지식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부인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상식적인 믿음을 부정한다.

    『비판적 실재론』은 과학철학의 합리적 핵심은 유지하면서 그것의 오류를 정정하고 극복하기 위한 기획으로 출발한 과학철학이다. 이 책은 구미의 학계에서 과학의 특성과 구조와 한계에 대한 철학적 해명을 넘어 여러 학문 분야의 연구에서 방법론적 지침으로 사용되면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혁신하는 다학문적이고 국제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비판적 실재론을 주도하고 대표하는 학자인 로이 바스카의 초기의 저작들을 종합한 것으로 제1부는 ‘초월적 실재론’을, 2부는 ‘비판적 자연주의’를 통해 이를 해석한다. 바스카의 철학, 자연과학 철학 일반을 다루고 있는 저서들을 논리적으로 보충하고 체계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비판적 실재론’에 대한 단순한 해설서를 넘어 이를 충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바스카는 과학적 경험에서 발생된 ‘실재’를 찾아 나가며 이를 ‘경험으로부터 실재로의 (사유 속에서의) 도약’으로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귀납과 연역뿐 아니라 가추와 역행 추론으로 불리는 다양한 사유 방법들을 동원한다.

    바로 이것이 ‘과학적 방법’이며, 통계나 모델 구성이나 실험 등은 다양한 사유 방법을 경험적으로 체현하는 것들이다. 이때 과학자들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추정하여 사유 속에 재구성한 실체들과 세상에 존재하는 실체들 자체는 구별되며 유사할 수도 있고 상이할 수도 있다.

    버스카는 비판적 실재론을 중심으로 실증주의와 협약주의, 나아가 해석학적 철학과 대척점에 섰다. 그에 의하면 ‘경험’은 인간의 인식 영역의 ‘범주’이며, 경험주의적 존재론은 인식의 범주와 존재의 범주를 혼동하는 범주 오류, 또는 ‘인식적 오류’에 빠져 있다.

    바스카는 ‘경험적 영역’, ‘현실적 영역’, ‘실재적 영역’을 통해 사회를 재구성한다. 이는 각각 실재적인 것, 현실적인 것, 경험적인 것을 통해 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비판적 실재론을 통해 인간의 과학이 본래 비판적이며 자기 비판적이라고 파악한다.

    국내에서는, 바스카를 비롯한 비판적 실재론의 과학철학에 대한 소개는 간헐적이었지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후마니타스가 국내 처음으로 로이 바스카의 ‘비판적 실재론과 해방의 사회과학'(Reclaiming Reality, 2007)을 번역 출간했으며, 전 지구적 지재권 협상의 전개 과정을 비판적 실재론의 방법을 통해 분석한, 수전 K. 셀의 ‘초국적 기업에 의한 법의 지배'(2009)를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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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앤드류 콜리어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방고르대학교와 사우샘프턴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지냈다. 실재론과 사회주의의 입장에서 과학철학, 현상학, 정신분석학, 정치철학 등을 연구했다.

    『랭 : 철학과 정신치료의 정치학』, 『과학적 추론과 사회주의 사상』, 『사회주의적 추론』, 『존재와 가치』,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 『기독교 신앙에 관해』, 『객관성의 옹호』, 『마르크스 : 초심자 길잡이』 등의 저서와 『초월 : 비판적 실재론과 신』등의 공저서와 『비판적 실재론 : 독본』 등의 공편서가 있다. 2004년에는 오랫동안 암으로 투병해 온 그에게 비판적 실재론의 입장을 공유하는 학자들이 ‘객관성을 옹호한다’를 헌정하기도 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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