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조운동, 다시 이야기하자”
    By 나난
        2010년 07월 09일 0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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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노동운동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반성과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국노동조합협의회(이하 전노협) 건설 20주년 기념 토론회가 지난 6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민주노조운동의 이념과 계급”이었다.

    전노협 출범 당시 후원회 회장을 맡았던 장임원 김진균기념사업회 이사장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전노협건설준비위원장이었던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전봉준을 떠올렸다”며 당시 전노협 건설 당시를 회상했다.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많은 세월이 지났고 운동도 바뀌었다”고 말문을 연 뒤 “20년 전 19만 명으로 시작했던 전노협이 이제 80만 명 이상으로 확대되었지만 질적 발전은 양적 발전과는 또 다른 문제”라며 “87년 전노협의 큰 동력이 되었던 건강했던 노동운동의 에너지가 지금 소진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토론회가 지난날 건강했던 노동운동의 힘, 자본․국가 권력에 맞섰던 높은 헌신성과 치열함, 변혁지향성의 정신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고 기대한다”는 말로 토론회를 열었다.

    노동조합의 역사적 사명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

    안태성 역사학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조직의 이념”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전평과 전노협, 민주노총의 이념을 사회주의, 자유와 평등의 사회,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로 각각 정리하면서, 각 시기별 강령들을 비교․분석했다.

       
      ▲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전국노동조합협의회 건설 20주년을 맞아 ‘민주노조운동의 이념과 계급’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 참세상)

    특히 그는 전평과 전노협 시기를 “자본과 국가를 ‘지양하기’ 위한 ‘사회혁명’ 지향적 운동”이라고 평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자본과 국가가 지양되는 새로운 사회가 아닌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가 아닌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자본과 국가를 ‘지양하기’ 위함이 아닌 ‘수선하기’의 차원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노동조합이 자본과 국가를 어떠한 관계로 보느냐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며 “주체가 대상을 협력의 대상으로 보느냐, 투쟁의 대상으로 보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노동조합의 역사적 사명에 대한 재인식을 촉구했다.

    계급형성의 미스매치 현상 극복해야

    한편 조돈문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 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노동계급 계급형성과 계급의식 변화”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조 대표는 해방 60년 기간을 해방공간의 전평시기와 1948년 정부수립 이후의 어용노조시기,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의 민주노조시기, 이렇게 세 시기로 구분했다.

    그는 “현 단계의 노동계급 계급형성의 가능성과 한계는 구조적인 조건 변화에 의해 새로운 과제들을 맞게 되었다”며 “노동계급이 국가와 자본의 공세 하에서 방어적 투쟁에 매몰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변혁지향성을 변혁적 계급존재양식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며 “노동조합 조직률하락은 비정규직의 확산이라는 노동시장 변화와 서비스산업 팽창이라는 산업구조 변화에서 기인하는 바도 크므로, 서비스산업 노동조합 조직화를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의 공공성-사회적 책임성 담보 문제를 사회적 의제화하는 데 공공연맹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민주노조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한편 현 노동계급의 상황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이데올로기적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급 역시 사회정치의식의 보수화를 겪게 되어 이데올로기적 형성에 있어서 전평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민주노총 부문은 미조직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계급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민주노총이 계급조직으로서 변혁지향성을 지니며 사회운동노조주의를 구현하면서 이데올로기적 대항기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의 역할에 대해 평가했다.

    조 대표는 아울러 “비정규직은 계급적대의식과 반신자유주의의식 수준은 높으나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고, 정규직은 노동조합 조직률은 높으나 의식 수준이 낮다”며 이를 위해 “비정규직 주체 형성과 정규직 노조운동의 계급성 복원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김미정 부원장은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문제점으로 운동전체가 표방하는 이념이 없다는 점을 꼽으며, 그 원인으로 IMF 이후 고용안정투쟁에 집중한 것을 들었다. 그는 “대다수 노동자를 조직된 노동자가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한편 ‘임금인상’의 의미와 ‘투쟁’의 의미를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보현 연구교수는 안 연구위원의 발제와 관련해 “이 땅의 노동자계급의 상태가 나빠진 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이념과 괴리를 보여 온 ‘행동’과 ‘성과’에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한편, 조 대표의 ‘민주노총 성원들이 높은 계급의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앞으로의 실질적 대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민주노총운동의 지향이 왜 자본주의 체제 내에 머무르게 되었는지 질문해봐야 한다”며 97년 외환위기로 민주노총이 노사정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을 강행했던 부분에 대해 “이는 민주노총 지도부 스스로가 계급적 단결의 구심역할을 포기해 버린 것 아니냐. 타성에 젖은 것은 오히려 지도부와 활동가”라면서 민주노총 지도부와 활동가 층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한석호 전 민주노총 조직실장은 “이념과 계급을 다시 이야기하자는 주제에 동의한다”며 “담론으로는 이념과 계급을 주장하면서, 실천에서는 조합원 경제주의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전체 노동자계급, 전체 인민을 아우를 수 있는 계급적 헤게모니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그 중심에 ‘연대’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날의 토론회는 노동자역사 한내, 김진균 기념사업회, 성공회대 민주자료관에서 주최했으며 사회는 이승원 노동자역사 한내 사무처장이 맡았다. 발제자로는 안태성 역사학연구소 연구위원, 조돈문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 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가 맡았고, 토론자로 김미정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부원장과 김보현 성공회대 연구교수, 김태연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집행위원장, 한석호 민주노총 전 조직실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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