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권파 의제는 시대착오적이다"
    By 나난
        2010년 07월 09일 03: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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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이정희 의원이 5208표(31.7%)를 얻어 사실상 당선되었다. 그리고 장원섭 후보가 2600표(15.8%) 득표로 2위를 차지하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선거는 사실상 당권파의 승리로 끝났다. 이정희 의원 당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정희 의원은 08년 4월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의원으로 활동한 지 불과 2년 만에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는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이정희 의원의 당선은 지난 2년 여간 활동했던 그녀의 활동에 대한 응당한 평가이다.

    이정희에 대한 응당한 평가

    이정희 의원 당선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은 첫째, 민주노동당이 운동진영내의 역학구도를 중시하는 폐쇄적인 정당에서 국민적인 평판과 지지를 중시하는 대중정당으로 변모하고 있는 점 둘째, 고령화된 전통 진보세대 대신 젊고 참신한 인물로의 교체 셋째. 영호남의 생산직 노동자․농민 지지 기반에서 수도권으로의 지지 기반의 변화를 상징한다는 점 등이다.

    부정적인 측면은 위와 같은 변화가 기존 진보진영의 내부에서 이를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형태가 아니라 외부에서 수혈된 인사가 진보진영 내의 비현실적인 성향을 제압(?)하는 형태로 나타난 점이다.

    이는 기존 진보진영 특히 다수파였던 자주진영이 국민 대중에게 어필할만한 노선과 인물을 키우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대목이다. 따라서 향후 민주노동당의 근본 과제는 대중적 신망을 받는 노선과 세력을 만들어낼 풍토와 체질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정희 의원과 당권파가 제창했던 반MB는 시대착오적인 구호였다. 이정희 의원과 당권파는 반MB를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연합을 실현하기 위한 전술적 구호가 아니라, 그것 자체를 전략적인 차원으로 격상시켰다. 서울시장, 경기도 지사 선거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후보 사퇴 과정은 반MB 연대에 부여한 비중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최고위원 선거가 치러졌다.

    반MB연대에 대한 태도가 그러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향후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범여권의 정치구도는 MB의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한나라당내에서 MB를 부정하는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성향의 후보나 박근혜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민주당에서 손학규 등이 대권 후보로 가시화된다면 반MB연대는 난처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선거의제

    반MB연대를 전략적인 기조로 보는 관점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진보진영의 독자 의제나 선거구도에 대한 고민을 결여하고 있는 점이다. 논리적으로 보더라도 반MB 자체가 전략적인 의제인데 진보진영의 독자 의제의 가능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로 인해 정작 박근혜가 ‘복지국가론’을 제창하고 민주당이나 일부 개혁진영은 사실상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빅텐트론’, ‘연합정치론’ 등의 담론을 내놓고 있는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은 이렇다 할 자기 메시지가 없는 것이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가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는 진보진영이 내놓아야 할 자기 의제를 내놓지 못하고(복지국가론 따위) 실천적으로 민주당 지지를 의미하는 반MB연대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최고위원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버젓이 주장하는 마당에 민주노동당 선거에 관심을 둘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반MB연대에 실천적인 귀결은 7.28 재보궐선거에서부터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동당은 이상규 후보로의 반MB 단일화를 요구하고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일련의 식자들은 금민 후보로의 진보진영 단일화를 주장한다. 아마도 이상규 후보는 적당한 시점에 사퇴하고 금민 후보는 완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러한 분열보다 더 큰 문제는 이상규 후보든 금민 후보든 7.28 재보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두 진영 모두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 체제는 모험

    이정희 후보의 당선은 민주노동당이 대중적 체질을 강화하고 현대적이고 젊은 정당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민주노동당이 내부의 혁신을 통해 대외로 자신의 역량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내부 혁신을 지체한 채 이를 모면하려는 입장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정희 의원은 진보정당의 수장이라기보다는 민주당, 친노 신당의 유능한 개혁파 정치인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정희 의원이 진보정당의 수장이 된 것은 이정희 개인에게나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보나 모험에 가깝다.

    민주노동당의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중적인 지지와 신망을 갖는 유력한 정치인을 만들어낼 노선과 체질이다. 이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민주노동당 시절의 심상정, 노회찬과 같은 정치적 유산을 유실하는 결과가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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