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당한 KBS, 반MB론 힘만 키워줘
        2010년 07월 09일 11: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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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화가 ‘(제가 듣기로)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답니다 …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밝혀주십시오.’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KBS가 대뜸 김미화를 경찰에 고소해버렸다. 황당하다. 아니면 아닌 것이지 고소가 웬말인가? KBS는 언론 매체다. 언론 매체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표현의 자유이고 탐사고발 정신이다. KBS 자신도 수많이 의혹에 대해 탐사고발과 자유로운 표현을 해야 할 입장이다.

    그런 매체가 타인의 의혹제기에 대뜸 고소로 대응한 것은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이면 KBS의 보도프로그램이 권력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을 때, 권력이 명예훼손 당했다며 물리적으로 대응한다면 KBS가 할 말이 무엇일까?

       
      ▲ KBS는 지난 6일 <뉴스9>를 통해 김미화씨 고소 사실을 방송하기도 했다

    일개 방송인에 불과한 김미화에 비해 KBS는 거대 권력기관이다. 피해를 당한 것 같다는 개인의 호소에 거대 기관이 이렇게 위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KBS 같은 언론기관은 그런 개인들을 지켜줘야 할 입장이다. 이번처럼 찍어누르는 건 말이 안 된다.

    약자가 기관에 대해 억울함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의혹을 제기하지도 못하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소송당할까봐 무서워 의혹을 ‘쉬쉬’해야 하는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단 말인가? KBS는 김미화에 대한 물리적 압박을 그만 두고,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해명해야 한다.

    KBS의 명예를 부수는 건 KBS 자신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은 김미화가 처음 제기한 것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언론에서 지적한 문제다. 김미화가 새삼스럽게 KBS의 명예를 실추시킨 게 아니라, 수많은 언론이 그런 지적을 하도록 만든 지금까지의 상황 속에서 KBS의 명예는 이미 땅바닥에 떨어져있었다.

    윤도현, 정관용, 김제동, 김미화 등이 KBS의 프로그램에서 밀려날 때마다 소문은 커져갔다. KBS가 명예 실추를 막으려면 그들을 비롯해 비판적인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출연시키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권력을 비판하는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일이었다. 그랬다면 KBS의 명예는 지금쯤 흔들리지 않는 반석 위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KBS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명예 실추는 KBS가 자초한 것이었다. 지금 김미화에게 강압적으로 대응하는 것 또한 스스로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자살골이다. 권력에 대한 비판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할 언론매체로서의 명예를 스스로 부숴버리고 있는 것이다.

    예능 억압 논란 자체가 자살골

    연예인들은 방송사 앞에서 절대 약자이기 때문에 방송사에 대해 말 한 마디도 조심하는 것이 상례이다. 대한민국에서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김미화의 호소에 대해 ‘오죽하면 김미화가 그렇게 답답함을 호소했을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김미화가 갑자기 돌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연예계까지 억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 됐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김제동, 윤도현 등의 사례뿐만이 아니라 <개그콘서트>에도 외압 의혹은 계속 됐었다. 논란이 있었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대사가 실제로 프로그램에서 사라져 의혹은 더욱 커져갔다.

    KBS만의 문제가 아니다. MBC에서도 ‘빵꾸똥꾸’ 논란이 있었다. <무한도전>이 계속해서 좌파 방송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의혹이 안 자랄 수가 없었다. 네티즌은 정치인도 아닌 연예인들마저 억압당하는 분위기에 진작부터 분노를 쌓아왔다.

    지난 지방선거 때 나타난 젊은층의 깜짝 고투표율과 그런 분노가 무관하지 않다. 김제동, <개그콘서트>, <무한도전> 관련 기사들이 정치면이 아닌 연예면에 실려 젊은층들에게 알려졌고, ‘이건 정말 해도 너무 하잖아!’라는 반응을 초래한 것이다.

    이번에 김미화 논란도 그렇다. 코미디언 김미화마저 투사로 만들만큼 어처구니없는 세상이라는 탄식을 낳고 있다. 때마침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마저 알려져 이런 분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건 결국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자살골도 이런 자살골이 없다.

    퇴행하는 정치 지형

    이렇게 황당하고 유치한 사건이 자꾸 터지면, 황당하고 유치한 세력부터 몰아내고 보자는 여론에 힘이 실린다. 우아하고 수준 높은 이야기는 그 다음에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며 ‘묻지마 정권교체 대연합’론이 득세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민주대연합론이다. 이건 이미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에 완료된 구도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지금 민주대 반민주 구도로 싸울 때가 아니다. 민주주의하자는 사람들이 무려 10년이나 정권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라가 이 지경인가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비전 설정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전 정권과 현 정권 사이에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억압 말고는 경제, 교육 정책 등에서 별로 차이도 없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억압이 전 정권에 차별성을 부여하고, 돋보이도록 만들어 민주화 세력 10년 실정에 대한 반성을 가로막고, 민주대 반민주 구도로 정치지형을 퇴행시키고 있다. 이래서 네티즌과 같은 기층 민중을 위한 새 세상을 열어가자는 노회찬을 네티즌이 오히려 증오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현 정권이 꿈꾸는 ‘민간의 창의가 넘치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는 전 정권처럼만 해도 그리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다. 연예계에서까지 억압 논란을 일으키며 공분을 초래하는 건 ‘오버’다. 이런 황당한 논란은 민심이반을 부르고, 현 정권의 최대 정적인 노무현·민주당계에 힘을 실어주며, 한국의 정치지형을 퇴행시키므로 어느 모로 보나 자살골이다. 그러니, 김미화를 자유롭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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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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