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리더, 반MB를 선택했다"
        2010년 07월 09일 03:13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이변은 없었다. 민주노동당 4기 지도부선거에서 이정희 후보는 5,208표(31.7%)를 얻어 2위 장원섭 후보(2,600표, 15.8%)에 두 배 앞섰다. ‘압도적 지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9명의 후보가 출마한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향후 이정희 후보와 장원섭 후보와의 결선투표가 남아 있지만, 두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얻은 표의 차이가 크고 두 후보 간 노선의 차이가 없어 부각될 쟁점도 없다. 여기에 지난 3기 지도부 선거에서 대중적 인기와 지명도가 높은 강기갑 체제를 출범시켜 당을 안정시킨 민주노동당이 대중적 지지를 얻는 이정희 후보를 대표로 뽑지 않을 이유도 없다.

       
      ▲4기 최고위원단 당선자들이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고 있다.(사진=정택용 기자 / 진보정치) 

    민노당 독자노선 강화론 승리

    이정희 후보의 1위 당선으로 당장 민주노동당은 외적으로 ‘젊고 신선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사형’의 강기갑 대표보다 논리정연한 이정희 후보가 대표로 당선될 경우 민주노동당에 인식되고 있는 ‘과격성’의 이미지도 한층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강기갑 대표도 최근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변화를 기대한 바 있다.

    강기갑 대표로부터 이어져온 민주노동당의 대중성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분당 전의 민주노동당이라면 이정희 당대표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만큼 민주노동당도 대중정당으로 향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정희 후보가 예상대로 1위로 당선되고 관심을 모았던 2위 싸움에서 장원섭 후보가 당선됨으로서 민주노동당은 2012년까지 “당의 독자노선 강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반MB연대 추진”이라는 현재의 주류 흐름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정희 후보와 장원섭 후보 모두 지난 선거과정에서 위와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아울러 관심을 모았던 2위 다툼에서 ‘반MB연대’의 장원섭 후보가 ‘진보대통합’의 김성진 후보에 승리를 거둠으로서 지난 3기 최고위원단에서 강기갑 대표-오병윤 사무총장체제가 이정희 대표-장원섭 사무총장체제로 승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병윤 사무총장과 장원섭 후보가 정치색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당내외적으로 ‘반MB 연합’ 노선이 재천명되는 셈이다.

    이번 개표 결과로 보면 민주노동당 독자성 강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반MB 지향 노선과 진보대연합 우선을 강조하는 노선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는 대략 2대 1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정희 후보가 전국적으로 고르고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점은 ‘반MB 연대’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이러한 흐름에 더욱 탄력을 붙여줄 것으로 보인다. 우위영 대변인은 “각 후보의 출신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정희 후보가 전국적으로 높고 고른 지지를 받은 것이 1위 당선의 원동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현 "변화 열망 보여줘"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위원장은 “젊은 리더십으로 변하는 진보정당에 대한 당원들의 요구가 높다는 것이 반영되었다”고 평가하며 “많은 당원들이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의 맏형으로서 대중투쟁에 앞장서면서도 한 편으로는 변화해야 한다는 열망을 갖고 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현재 당 외부에서 진보대연합의 흐름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선택은 다시 한 번 진보진영 내 ‘반MB연합’세력과 ‘진보대연합’세력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7.28재보궐선거에서 이정희 후보는 “반MB연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진보대연합과 반MB 연대가 충돌할 경우 MB심판으로 간다”는 것은 당내 주류적 흐름이다. 김창현 위원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이 보여주었던 야권연대의 흐름과 진보연합에 대한 바람도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임 광역위원장 출신의 한 당원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진보대연합 흐름보다 당 발전 강화를 주장하는 세력이 이번 지도부 선거에서 힘을 얻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3기 지도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시스템인데, 약하지만 진보연합을 주장하는 후보가 3명이 들어갔어도 다수파가 다수결 구도로 가면 당론이 바뀔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말했다.

    민경우 새세대네트워크 기획위원은 “이번 선거는 이정희로 대표되는 신선하고 젊은 세대교체론이 부분적으로 통했다는 측면과 함께 진보대연합도 당이 못 받아들이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당이 6.2지방선거 결과를 안이하게 해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에 “반MB연대와 진보대통합, 이 두가지 논점 자체가 낡은 의제였다”는 것도 민 기획위원의 해석이다.

    정성희 당선 주목돼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이번 최고위원회의 구성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예상대로 장원섭, 김성진, 이영순, 우위영 후보 등 각 정파에서 대표성을 띈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었다. 여기에 최은민 후보의 당선과 함께 ‘당 독자강화’를 주장했던 김승교 후보를 제치고 가장 강력하게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주장했던 정성희 후보가 당선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민경우 기획위원은 “지방선거에 대한 비판적 흐름이 당 내에 분명히 있다는 것과 당권파를 경계하는 의미 있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고, 당의 한 관계자는 “진보대통합에 대한 당원들의 열망”이라고 해석했다. 정성희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당내 주류와 각을 세웠다는 점이 당선의 배경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또 다시 당권을 놓고 조직선거가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가하는 당내 시선도 있다. 지역의 한 당원은 “3기 지도부 선거처럼 이번 선거 역시 정파를 기반으로 한 조직선거를 치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정희 후보가 대표가 되는 것은 세대교체와 대중적 측면에서 나쁘지 않으나 강기갑 대표가 겪었던 어려움을 이 의원이라고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도부 선거에서 과반투표에 미달해 하루 연장투표를 치렀다. 투표종료가 예정되어 있던 7일 민주노동당의 최종투표율은 48.53%에 그쳤고 하루 연장한 8일 투표율 역시 52.77%에 그쳤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선거에 큰 쟁점이 없었고 당원들에겐 3기 지도부가 잘해 4기 지도부도 잘 뽑힐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라며 “또 하나는 당의 기층과 현장인 지역분회와 위원회가 분당 이후 아직 조직이 복원되지 않은 곳이 많아 당원관리가 촘촘하게 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이는 4기 지도부의 조직적 과제”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