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사무실 집기도 반납하라"
    By 나난
        2010년 07월 08일 01: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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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유급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 이후 노조 전임자의 활동 제한을 넘어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봉쇄하는 일이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타임오프 매뉴얼이 노조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8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1일 그동안 노조에 지원하던 차량과 각종 소모품에 대해 반납할 것을 노조에 요구했다. 여기에 월 50만원의 유류보조카드 지원 역시 끊었다.

    같은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유류지원 중단을 넘어 단체협약상 보장돼 온 노조 사무보조원마저 지원을 중단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창원의 S&T중공업은 지난 6일 8명의 노조 전임자에 대해 무급휴직처리를 통보했으며, 부산의 S&T대우는 노동조합에서 사용하던 전화기, 정수기, 복사기에 대한 지원 중단을 노조에 통보했다. 이미 회사 측은 공장 밖 외부 수신 전화를 차단한 상태다.

    기아차, 노조간부 204명 무급휴직 인사명령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그룹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기아차는 지난 1일 김성락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을 비롯해 204명 지부지회 간부에 대해 무급휴직 인사명령을 내렸다. 이에 일과시간에 진행해 오던 특근협의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퇴근 후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기아차지부는 “전임자의 무급휴직 인사명령으로 특근협의에 임할 간부가 없는 데다 일과시간에 정상적으로 이뤄지던 특근협의에 대해서도 회사 측이 봉쇄해버린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회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의 특근 거부로 인해 1만여 대의 생산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맞대응했다.

    이에 기아차지부는 “공장별 출하사무소에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출하대기 중인 차량이 다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K5차종에 대해 하루 300대 한정물량만 배정해 주고 더 이상 추가 배정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출하시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기아차의 경우 전임자 무급휴직 인사명령과 그로 인한 노사 협의 봉쇄 이외에도 노조 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원 역시 차단되고 있다. 대의원 활동 무급처리, 조합 업무 차량 보험해지, 지부지회 사무실에서 외부로 거는 전화 차단, 판매 및 정비 분회사무실 철거 통보, 각종 사무기기 반납 요청 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 이외에도 케피코,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메티아, 엠시트, 아이에이치엘, 다이모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 또 다른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들 역시 지난 1일 이후 전임자 무급처리를 시작으로, 대의원 활동, 각종 회의시간에 대해 무급처리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아울러 그간 노조가 사용해 온 전화와 인터넷 통신을 끊고, 복사기, 에어컨, 자판기, TV 등 단체협약 상 노조 측에 지원돼 온 각종 집기 및 차량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타임오프, 노조탄압 수단으로 악용"

    특히 현대하이스코의 경우 지난 1일 노조에 지원하던 차량을 견인차를 이용해 회수해가기도 했으며, 케피코의 경우 지난 1일과 2일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유급으로 인정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 전임자 활동과 무관한데다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조합원 교육시간마저 타임오프 잣대로 제단하고 있는 것이다.

    엠시트의 경우 공장장 허락하에 진행된 교섭 보고대회까지 무급처리했으며, 다이모스, 현대하이스코 역시 조합원 교육에 대해 무급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이에 금속노조는 “노동부가 주도해 개정된 새 노조법과 타임오프제도는 일부 사용자들에게 노조탄압의 적극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특히 이 같은 탄압이 재벌 대기업 계열사들 위주로 집중되고 있는 것에 새 노조법과 타임오프제도 마련 배후에 재벌 수뇌부가 깊숙이 개입돼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이는 금속노조 임단협 진행사업장 절반 수준인 90곳 가까이가 노동기본권 단협조항을 현행대로 유지해주겠다고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태도”라며 “금속노조의 7월 투쟁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을 직접 겨냥하는 방향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재벌그룹사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노조활동 탄압과 관련해 오는 9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본사 앞에서 야간문화제를 개최하고, 해당 행위를 규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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