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주의 정치와 탈노동 정치를 넘어
        2010년 07월 05일 03: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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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유명한 햄릿의 대사이다. 그렇다. 2010년 여름 현재,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똑같은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죽느냐, 사느냐? 다시 말해,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체제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무기력한 수동적 객체로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2년 전 월스트리트로부터 시작된 세계적 공황으로 그 위기의 심도가 날로 깊어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체제를 끝장내는 데에 앞장서는 새로운 계급적 주체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오늘날 한국의 노동자-민중정치가 직면하고 있는 제1의 과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앞장서서 추진했고, 이명박 정권이 한층 더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후퇴시킨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반MB의 과제가 아무리 절실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을 흩트리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을 방해하는 민주노총

    그러나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어떤 조직보다 신자유주의반대투쟁에 앞장서야 할 노동자들의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즉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야권연대를 추구한 민노당 노선에 동조, 어떤 지역에서는 진보후보를 제쳐놓고 민주당 후보나 국참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민주당과 친노세력인 국참당이 신자유주의노선을 폐기한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민주노총의 이 같은 행태는 민주노총이 노동자계급을 한국정치의 당당한 주체로 내세우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진보정당 건설의 주력부대로 나설 때 내세운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정신에 스스로 먹칠을 한 것이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자유주의 반대전선의 강화를 위해 ‘진보대통합’을 강력하게 제창하지 않았던가?

    이는 사느냐, 죽느냐는 기로에 서있는 한국노동자계급이 사회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계급적 주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단순히 민주노총에게 이 문제를 맡기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그 누구보다도 한국 민주노동운동을 발전시키는 데에 앞장서온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지금도 살아있는 노동운동의 정신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할 노동자-민중정치의 이념으로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이를 위해서 이들은 무엇보다 진보정치가 민주당과 같은 자유주의 정치에 대한 독자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탈노동자화 경향을 보이는 진보정치를 노동정치 중심의 진보정치로 전환시키는 데, 나아가 노동자 자신이 직접적인 대중정치를 활성화시키는 데에 앞장서야 한다.

    자유주의 정치 & 탈노동 정치 넘어서야

    그리고 노동운동의 활동가들은 그 같은 노력을 현 시점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단순한 반MB를 넘어서 (신자유주의적 지배블록에 대항하는 새로운 대안적인 역사적 블록의 형성에 기여하는) ‘신자유주의 반대, 대안 실현을 위한 노동자-민중 중심의 진보대연합’의 구축을 위한 운동으로 집중해야 할 것이다.

    7.28 재보궐 선거, 특히 이재오가 출마하는 서울 은평을 재선거와 관련해서는 누가 대안을 추구하는 진보대연합의 구축에 가장 잘 기여할 수 있는 진보 단일후보가 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노동운동의 활동가들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

    오늘날 민주노동운동은 분열된 진보정치세력들을 하나의 단합된 힘으로 견인할 힘을 잃었고, 그 분열이 만들어낸 내상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민주노동운동은 노동자-민중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대중적 힘이었고, 또 지금도 그같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비록 지금 진보정치가 방향을 상실한 채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고 노동운동이 이를 견인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위기를 극복할 힘 역시 민주노동운동 내부로부터 나올 것임에 틀림없다. 그간의 한국 노동운동사가 증명하다시피, 한국의 민주노동운동이 지닌 잠재력은 거대하다.

    활동가들이여, 호명을 거부치 말라

    나는 민주노동운동이 지닌 이 잠재력이 머지 않아 노동자대중을 수동화시키고, 진보정치를 자유주의정치의 하위 정치를 전락시키는 일체의 시도들을 최종적으로 파탄시키고, 진보정치를 새롭게 재구성해 낼 거대한 힘으로 분출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력을 현실적 힘으로 전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운동 활동가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막중하다.

    나는 한국의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노동자계급을 노동정치 중심의 대안적 정치를 실현시키는 계급적 주체로 상승시키는 데에 앞장서서 기여해야 할 자신들의 과제를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분명 이들은 노동해방을 바라는 한국 노동자계급의 열망을, 노동운동과 기꺼이 연대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바램을, 그리고 그들에 대한 우리 모두의 신뢰를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노동운동 활동가들이여! 당신들은 노동운동의 대의에 복무하라고 노동자계급으로부터 이미 ‘호명’(호출)당한 존재이고, 거부하고 싶더라도 그 호명을 외면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 호명을 다시 한 번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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