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노현 vs 우파들, 학생인권 충돌
    By mywank
        2010년 07월 05일 03: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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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노현 신임 서울시 교육감의 행보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에 ‘집회의 자유’ 보장 조항을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곽 교육감과 우파 진영 사이에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우파 신문·단체들은 학생들의 기본권에 관련된 문제를 ‘홍위병 만들기’ 운운하며 이념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으나, 곽 교육감 측은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는 7일에는 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를 발족시킬 예정이어서, 학생 인권 문제는 서울교육은 물론 사회적으로 주요한 쟁점으로 부상될 것으로 보인다.

    ‘집회의 자유’ 조항, 서울은 포함될까

    곽 교육감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취임준비위원회 공약이행 보고서’를 통해 오는 8월 중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2011년 4월 최종안을 확정(초안은 오는 12월 확정)한 뒤, 서울시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2011년 하반기부터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적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보고서에는 △체벌 전면 금지 △두발·복장 규제 완화만 서울시학생인권조례의 정책 과제로 제시된 상태이지만, 곽노현 교육감 측은 여기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안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기본 방침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곽 교육감은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초안에 ‘수업시간외 집회 허용’ 조항을 넣은 바 있다. 

    하지만 <조선>와 <동아> 등 우파 신문들은 곽노현 교육감의 취임 직후부터 학생인권조례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의 불을 댕긴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공포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유세 중 학생들과 만난 곽노현 후보 (사진=곽 후보 블로그)

    <조선>은 지난 2일 서울시학생인권조례 관련 내용을 1면 톱기사로 다루고, 같은날 사설에서 “인터넷 선동과 유언비어에 휩쓸리기 쉬운 10대를 ‘정치 주체’로 키우려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 학생은 정치꾼, 학교는 난장판이 되고 말 것”이라며 학생 인권에 대한 극단적이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 신문은 이어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이 인권을 앞세워 학생들을 특정 이념 세력의 홍위병으로 만드는 운동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라며 보편적 인권 보장의 문제를 정치적 이념 문제로 매도하기도 했다. 

    <동아>도 같은 날 사설에서 “아직 배우는 과정인 어린 학생들의 특성을 무시하고 초중고교생을 성인처럼 방임한다면, ‘인권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고 “복장 및 두발 자유화만 해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더구나 인권조례를 통해 학생들에게 집회의 자유 등을 허용하는 것은 훨씬 심각한 정치적, 이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우파신문들, 학부모 불안 심리 자극

    우파 성향의 교육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5일 오전 <PBC>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성적 판단이 조금 미숙한 학생들이 합법, 불법 이런 구분 없이 집회에 참여할 경우에 학교에서는 이것을 제재할 아무런 방법이 없다”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결국 지난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초등학교 무상급식 추진을 위해 우파진영과 ‘힘 겨루기’를 벌인 것처럼, 곽 교육감 취임 직후부터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싸고 양측의 ‘1라운드’가 시작된 셈이다. 

    ‘집회의 자유’ 보장에 대해 곽 교육감 측의 입장을 확고한 편이다. 당선자 취임준비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던 박상주 서울시교육청 비서실장은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학생인권조례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은 당연히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 기본적으로 학생들도 인간이고, 인간으로써의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올해 초 곽노현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장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게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최종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당시 자문위원회는 ‘집회의 자유’ 보장을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초안에 포함시켰지만,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반대 여론에 밀려 이를 삭제한 최종안을 선택한 바 있다. 곽 교육감 역시 ‘집회의 자유’ 보장을 최종안에 포함시키려면, 적지 않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곽노현 교육감, 정치적 부담 불가피

    안순억 경기도교육청 공보담당관은 “당시 조중동과 보수단체들이 ‘집회의 자유’ 보장안에 대해 악의적인 색깔 공세를 펼쳤다. 이 문제를 가지고 학생인권조례 자체를 문제시하려고 했다”라며 “외국의 경우 대부분 학생인권조례와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데, 이는 헌법이나 현행법,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통해 집회의 자유 등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체벌 금지 △야간학습·보충수업 선택권 보장 △두발·복장 자유 등이 담긴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최종안은 지난 4월 경기도교육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오는 8월 31일 기구가 폐지되는 도교육위원회의 위원들은 현재까지 심의·의결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도교육위원회가 폐지된 이후,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에 최종안을 다시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시도교육청이 교육 현안과 관련된 조례안을 추진할 경우 시도교육위원회, 시도의회교육위원회, 시도의회 본회의 순으로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업무 중복 문제 등으로 전국의 시도교육위원회는 오는 8월 31일 폐지될 예정이다. 결국 2011년 4월 학생인권조례 최종안을 마련할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서울시의회 본의회 심의·의결절차를 거치면 된다.

    진보개혁성향의 교육·시민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학생들의 ‘집회 자유’ 보장 조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태균 평등교육 학부모회 상임대표는 “학생이기 때문에 ‘집회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옳지 않다고 본다. 학생들은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이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쟁교육 등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게 한국 교육의 현실”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생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자신의 정당한 주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힐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우파 신문들이 학생들이 아직 미성숙해 정치적 선동에 휩쓸리기 쉽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데, 정말 말이 안 된다”라며 “4.19와 5.18 때도 중고등학생들이 참여했다. 학생들 역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주체들이다. 집회의 자유뿐만 아니라, 투표권까지 이들에게 주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학생들도 옳고 그름 판단할 수 있는 주체”

    곽노현 교육감은 오는 8일 혹은 9일경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생인권조례 등 교육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예정이어서 그의 발언 내용이 주목되고 있다.

    한편 6.2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이원희 전 교총 회장을 ‘반전교조 후보’로 추대한 우파단체인 ‘바른교육국민연합’은 지난 23일 곽 교육감을 선거법 위반 협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고 검찰이 조사에 나서는 등 곽 교육감에 대한 우파의 반격이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우파단체들이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유보한 혐의로 검찰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고발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교육국민연합은 “예비후보자 홍보물에 보도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된 것처럼 허위 게재하고, 여러 일간지에 후보자 공약평가 결과를 왜곡한 광고를 실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곧바로 해당 사건을 공안 1부(부장검사 이진한)에 배당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곽 교육감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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