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니 클리프가 본 레닌
        2010년 07월 02일 07: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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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레닌 평전은 이미 수많은 곳에서 발간된 것이지만 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토니 클리프의 『레닌 평전』(토니 클리프, 책갈피, 21,000원)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4부작으로 나온 토니 클리프의 『레닌 평전』은 러시아와 유럽의 다양한 사료와 문헌을 꼼꼼히 살펴보고 주의 깊게 분석한 바탕 위에서 1960년대 이후 이른바 ‘아래로부터의 역사학’ 같은 사회사적 연구 성과도 흡수해 레닌의 리얼리티를 살렸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레닌의 모습은 옛 소련의 스탈린주의적 해석과도 다르고 최근 슬라보예 지젝이나 일부 자율주의자들이 새롭게 해석하는 레닌의 모습과도 다르다. 이 책은 레닌을 신성시하지도 악마화하지도 않고 그의 정치적 장점과 위대성뿐만 아니라 오류와 한계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3권까지 나온 이 책 중 1권은 레닌의 어린 시절부터 1905년 혁명 이후 반동기를 거쳐 볼셰비키가 대중정당으로 성장하는 1914년까지를 다룬다. 당시 러시아의 사회적 조건과 노동자, 볼셰비키, 레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볼셰비키당이 대중정당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다.

    나로드니키인 레닌의 형이 차르 암살 시도에 연루돼 사형당한 사건이 끼친 영향과 레닌이 그 영향에서 벗어나 마르크스주의자로 성장하는 과정, 러시아 사회민주당을 건설하기 위해 쏟은 노력, 볼셰비키와 멘셰비키의 분열, 노동운동의 성장과 1905년 혁명과 그 과정에서 레닌이 한 기여를 재미있고 생생하게 묘사한다.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는 부제가 붙은 2권은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난 1914년부터 볼셰비키가 권력을 장악하는 1917년 10월까지를 다루는데, 특히 1917년 2∼10월의 혁명기간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은 레닌의 장점과 정치적 위대성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오류와 한계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스탈린주의 신화와 사뭇 달리 볼셰비키당은 레닌의 ‘명령’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았고 심지어 10월 혁명 직전에도 레닌은 무장봉기에 반대하는 핵심 측근들의 ‘사보타주’에 부딪혔다. 그렇지만 레닌은 당과 함께 계급에게 배우고 계급을 이끌면서, 당이라는 중간 톱니바퀴를 이용해 노동계급 대중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움직여 역사의 수레바퀴를 전진시켰다.

    3권 ‘포위당한 혁명’은 1917년 혁명 이후 권력을 잡은 볼셰비키와 레닌을 다룬다. 무명의 정치 세력에서 극적으로 부상해 권력의 정상에 오른 볼셰비키와 레닌은 경제 파탄과 내전, 14개국 군대의 침략에 직면한 엄청나게 광대한 후진국에서 노동자들을 이끌고 국가기구를 운영해야 했다.

    많은 볼셰비키와 노동자들의 영웅적이고 헌신적인 희생으로 어려운 시기를 견뎌 냈지만, 러시아의 후진성과 농민의 보수성이라는 암울한 현실에 직면한 데다 국제 혁명도 지체되자 볼셰비키와 레닌은 점차 무기력해지고 현실을 통제할 수 없게 됐다. 레닌과 그의 당이 불가항력의 상황에 직면한 이 시기는 레닌의 삶에서 비극적 시기였다.

    그렇지만 레닌이 프로메테우스처럼 투쟁한 이 기간 내내 미래가 볼셰비즘의 것이라는 그의 신념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비교적 소규모였던 러시아 프롤레타리아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제 노동계급이 자유와 노동자 권력을 위한 투쟁에서 무엇을 쟁취할 수 있는지를 어렴풋이 보여 준다.

                                                      * * *

    저자소개 – 토니 클리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1917년에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났다. 1930년대에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가 됐고 트로츠키 지지자가 됐다. 팔레스타인에서 소규모 혁명 조직을 건설하다가 제2차세계대전 기간에 영국군에 의해 투옥된 직후 영국으로 이주했다. 1950년대에 소련과 동유럽을 깊이 연구한 후 이 사회들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라고 주장하며 정설 트로츠키주의와 결별했다.

    그가 창설한 ‘사회주의 평론 그룹’은 1960년대에 ‘국제사회주의자들’이 됐고 1970년대에는 ‘사회주의노동자당(SWP)’으로 발전해 영국에서 가장 큰 급진 정당이 됐다. 자서전 ≪쟁취해야 할 세계(A World to Win)≫가 출간되기 직전인 2000년에 4월에 사망했다.

    레닌 평전 4부작과 트로츠키 전기 4부작을 포함해 많은 책을 쓴 저술가이자 저널리스트였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마르크스주의에서 본 영국 노동당의 역사≫(책갈피, 공저), ≪여성해방과 혁명≫(책갈피), ≪당 건설을 향하여 : 레닌 1893~1914≫(북막스), ≪새천년의 마르크스주의≫(북막스), ≪로자 룩셈부르크≫(북막스), ≪소련 국가자본주의≫(책갈피) 등이 있다.

    역자 – 이수현

    고려대학교 법대를 졸업했고, 현재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레닌 평전 2 :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책갈피), ≪자본주의의 대안과 사회주의 가치 논쟁≫(책갈피), ≪좌파의 재구성과 변혁 전략≫(책갈피), ≪마르크스주의에서 본 영국 노동당의 역사≫(책갈피), ≪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책갈피)[공역] 등 1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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