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테러양성학교’가 있다?
        2010년 07월 02일 07:0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책 표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미국에 ‘테러양성학교’가 있다? 신간 『아메리카 군사학교』(레슬리 질, 삼인, 18,000원)에 의하면 그것은 ‘팩트’다. 이 책은 바로 미국의 육군 아메리카 군사학교(SOA, The school of the Americas)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1년 9.11 테러와 1973년 9월 11일 칠레 쿠데타는 날자뿐 아니라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수천명의 민간인이 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이 사건에 투입된 테러리스트들이 사실은 미국이 양성한 자들이라는 점이다.

    오사마 빈 라덴은 1980년대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친소련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미국이 조직하고 훈련시킨 무자헤딘 게릴라 집단에 합류했던 인물이며, 피노체트 장군과 칠레 군부를 지원한 것은 미국이다. 그 주역들은 거의 모두 미군 교육기관에서 훈련을 받았고, 대다수는 바로 이 SOA출신들이다.

    1973년 9월 11일 & 2001년 9월 11일

    이 책은 바로 이 SOA를 통해 미국이 어떻게 억압적인 군사 기구를 설치했는지 보여준다. 1946년 파나마 운하 지역에 설립된 SOA는 중남미 국가들의 군대를 위한 미 육군의 거점이었고 SOA는 그동안 6만 명이 넘는 군인들에게 전투 기술과 반란진압 교리를 훈련시켰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이 SOA에서 양성된 인물들은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1976∼1983년) 기간 동안 살인과 납치, 고문을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로베르토 비올라,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엘살바도르의 엘모소테에서 1000명에 이르는 민간인을 학살한 아틀라카틀대대의 지휘관 도밍고 몬테로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이들에 대해 “일부 망나니”라고 책임을 그들에게 돌려버리지만 저자는 이곳에서 가르친 반란진압전의 억압적 전술들이 실제로 반군 진압이나 마약과의 전쟁에 사용되기보다는 가난한 농민과 민간인을 탄압하는 수단이 됐다고 주장한다. 논란 끝에 SOA에 대한 공개적인 조사가 시작되었고 그 후 미 국방부는 2001년 SOA를 ‘서반구안보협력연구소’로 바꾸었다.

    이 책은 저자가 국제 인권단체들이 흉악한 범죄의 주범으로 고발한 퇴역 콜롬비아 장성을 면담하고 직접 수업을 참관하며 SOA 훈련생과 그 가족들을 따라 풍요로운 지역 쇼핑몰에 가고, 콜롬비아와 볼리비아의 코카 재배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SOA감시단의 비좁은 사무실에서 SOA에 반대하는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눈 ‘르뽀’다.

    저자는 이 학교가 국가폭력을 제도화해 중남미를 파멸시킨 과정과 그것을 종식시키려는 활동가들이 사용한 전략을 밝힌다. 그는 아메리카군사학교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접근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학교의 임무와 훈련 방법을 묘사하며 훈련생들과 졸업생들과 장교들이 라틴아메리카를 휩쓴 더러운 전쟁과 관련하여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들추어낸다.

    미국, 테러리스트 양성소

    또 미 제국 건설에서 SOA가 담당한 역할을 평가하면서 중남미의 가장 똑똑하고 야심적인 장교들이 어떻게 선 아니면 악이라는 경직된 세계관을 주입받고 소비사회와 ‘미국의 꿈’에 유혹당하며 마약과 ‘반란’에 맞선 전쟁에서 미국의 대리인으로 편입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미국은 “‘테러리스트’, ‘독재자’를 양성해 왔다”는 것이며 그러한 관점에서 SOA는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SOA는 매년 600~800명에 이르는 경찰 간부와 군 장교들을 배출하면서 중남미 각국에 파견해 추가로 수백 명을 교육하지만 미군이 미국 안팎에서 훈련시키는 동맹국과 외국 군인들은 매년 10만 명에 이른다. ‘경찰국가’라 자부하던 미국의 실체는 이것이다.

                                                      * * *

    저자소개 – 저자 레슬리 질(Lesley Gill)

    레슬리 질은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교수를 거쳐 2008년 가을부터는 반더빌트대학교의 인류학과 교수로 일한다. 지은 책으로는 『가장자리에서 망설이기: 지구적 구조조정, 일상생활, 볼리비아 국가의 무장 퇴각(Teetering on the Rim: Global Restructuring, Daily Life, and the Armed Retreat of Bolivian State)』

    『불확실한 의존성: 볼리비아의 성차, 계급, 가사노동(Precarious Dependencies: Gender, Class, and Domestic Service in Bolivia)』『농민, 기업가, 사회변화: 볼리비아 저지대의 국경 개발(Peasants, Entrepreneurs, and Social Change: Frontier Development in Lowland Bolivia) 』이 있다.

    역자 – 이광조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해 1996년 CBS에 입사,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방송대상 라디오 저널리즘 부문, 한국방송프로듀서상 라디오 특집 부문, 통일언론상 대상, 통일언론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으며, 옮긴 책으로는 『남자의 이미지』(문예출판사), 『잔인한 이스라엘』(미세기)이 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