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멈춰 KBS를 바꿀 것"
    2010년 07월 01일 12: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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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멈춰 KBS를 살려내겠습니다"

KBS 기자 PD 등 주요 KBS 종사자들이 1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KBS 새 노동조합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엄경철)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민주계단에서 조합원 4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의 첫 시작을 알렸다. 이번 파업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을 거쳐 단체행동권을 획득한 KBS 사상 첫 합법파업이다.

KBS본부의 조합원은 기자 220명, PD 510명, 영상제작국 소속 50명 등 모두 900명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파업에 동참함에 따라 일일 TV·라디오 뉴스와 프로그램, 예능의 <남자의 자격> <1박2일> 등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 1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총파업 출정식 직전에 KBS 청경들이 취재기자와 조합원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 (사진=미디어오늘/이치열 기자)

   
  ▲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430여명이 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계단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했다. (사진=미디어오늘/이치열 기자)

엄경철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출정식에서 "감격스럽다"며 "지난 2년간 KBS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가슴아파하고 눈물흘렸던 일들을 많이 봐왔다. 보복인사에 지방전출에, 그래도 그런 동료들은 보호받지 못했다. 새 노조와 단협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KBS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엄 본부장은 "파업투쟁 승리해서 KBS를 살려내도록 하자"고 외쳤다.

전날 정년퇴직을 한 전영일 전 KBS 노조 위원장은 "촛불집회 때 만들어졌던 ‘쥐코’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만약 KBS의 사장에 이병순 김인규가 없었다면 <시사투타잇>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런 내용을 방송하지 않았겠느냐"며 "나가서도 여러분의 투쟁과 함께 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정성호 KBS <미디어비평>팀 기자는 "입사 5년 차인데 밖에서 취재할 때 부끄럽고, 왜 기자가 됐는지 후회되기도 했었다"며 "KBS의 새 노조가 단비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 엄경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 (사진=미디어오늘/이치열 기자)

올초 폭설 때 눈을 맞으며 그대로 리포트를 해 관심을 받았던 박대기 KBS 사회팀 기자는 이날 북을 두드리며 파업을 독려했다. 박 기자는 출정식 직후 기자들과 즉석 인터뷰를 통해 이번 파업을 "적법하고 정당한 파업"이라고 규정한 뒤 "건강한 방송, 정치자본 권력에 굴하지 않는 방송을 만들고자 새노조가 만들어졌는데 이번 파업은 (이런 목적을 지키기 위해) 새 노조 존립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박 기자는 "KBS가 많이 신뢰를 잃었는데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파업 동참의지를 다졌다.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인상과 달리 수신료 인상 이후 다른 목적(종편 지원)으로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 우선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재호 KBS본부 비상대책위원회 쟁의국장은 "사측의 불이익 협박, 부당 지시, 유언비어 등 전화가 걸려와도 일체 응하지 말고, 계속 그런 협박을 할 경우 녹음해서 알려주면 개별적으로 고발조치할 것"이라며 "이미 보도국을 포함한 모든 기자와 PD 근무자들은 오늘 자정부터 업무에서 철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눈사람 기자로 주목을 받았던 KBS 박대기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KBS본부는 투쟁결의문을 통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붕괴되고, 저널리즘 정신이 무너지는 KBS는 더 이상 국민의 방송이 아니다"라며 "이번 파업은 새로운 KBS를 잉태하는 산고의 시간이자 우리 스스로 새롭게 태어나는 대장정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KBS본부는 "왜 KBS 안에는 싸우는 사람이 없느냐"는 시민들의 물음에 "이제 우리는 파업으로 대답할 것이고, 끝질기게 싸워나가 KBS를 다시 국민 품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우리의 직업이자 자존심인 방송제작을 단호히 멈춘다"며 "방송을 멈추고 KBS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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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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