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통령님, 이렇게 좀 해보세요"
        2010년 07월 01일 08: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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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공공기관을 망친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공기업의 수익경영, 정부 정책의 획일적 반영 등을 강요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오히려 공공기관 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망치는 정부의 경영평가

    지난 달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번 경영평가를 계기로 ‘공공기관 선진화’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고, 보수언론들도 더욱 공공기관 개혁에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했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개혁,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방향이다. 지금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공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이끌기 보다는 정부의 선진화정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목표인 ‘공공서비스의 보편적 제공’ 과제는 사라지고, 효율성, 상업성, 노사관계 무력화가 핵심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장면 (사진=청와대)

    예를 들어, 한국철도공사는 기관평가에서 C등급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관장 평가는 전체 96개 공공기관 중 5개 기관만 선정된 우수등급이었다. 사실상 이는 작년 11월 철도노조 파업에 허준영 공사 사장이 강경하게 대응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의 본연의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보다는, 정부의 편향된 노동정책을 얼마나 강행했느냐가 평가의 기준인 것이다.

    공공기관 대안평가 연구 진행

    이에 오래 전부터 공공기관을 제대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평가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았다. 공공기관이 본연의 목표에 충실한 기관으로 혁신되기 위해서는 현행 경영평가틀에 대한 비판을 넘어 새로운 대안평가틀이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사회공공연구소, 참여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시작한 연구가 최근 완료되었다. 이번 연구는 현행 경영평가의 불합리한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공공기관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규정하는 대안평가틀을 개발하는 시도이다.

    연구팀은 당위성 수준에서 논의되던 공공성을 직접 구체적 분석틀 영역에서 다루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공공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였고, 그것을 평가지표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

    공공기관의 세가지 공공성 역할

    대안평가틀은 평가 내용에서 재무적 효율성과 수익적 성과만을 강조하는 ‘상업화’를 벗어나 필수서비스의 적절한 제공 여부를 따지는 공공성을 주목한다. 대안평가틀이 다루는 공공성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공공기관의 고유한 목표로서 공공성을 ‘필수서비스의 보편적 접근성’으로 정의하고 이에 따른 평가지표를 개발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평가지표들은, 공공기관이 요금의 사회성(모든 계층이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요금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공공서비스 인프라의 보편성(모든 국민들의 지역적 격차를 넘어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가 갖추어져 있는가), 지속가능성(에너지 환경변화, 지역 사회경제 환경 등에 조응하도록 공공기관 운영전략이 마련되어 있는가), 공공재정 방안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공재정 방안이 마련되어 있는가?) 등이다.

    둘째, 공공기관의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추계하여 평가한다. 공공기관의 자신의 직접적 기관 목표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사회경제적 후생효과를 창출한다.

    예를 들어, 서울지하철은 친환경적 가치 창출, 도심혼잡 절감 비용, 교통사고 비용 절감 등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공공기관의 간접적 효과를 추계하여 공공기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도록 한다. 이는 공공기관이 지나치게 기업회계적 재무평가에 구속당하는 것을 넘게 해 줄 것이다.

    셋째, 공공기관의 사회책임 역할을 평가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자신에게 권장되는 역할이 매우 크다. 차별없는 직장, 고용창출, 사람 투자, 건전한 노사관계, 지역사회 배려 등은 공공기관의 애초 목적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이 자신의 기관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병행할 수 있는 과제이다.

    이러한 역할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공공기관에 권장하는 과제라는 점에서 ‘공공권장정책’으로 평가될 수 있다.

    효율성과 공공성을 함께 다루는 통합평가모델

    대안평가틀은 공공성과 효율성을 함께 다루는 통합평가모델이다. 이 때 전체 평가지표 점수를 산정할 때, 대안평가틀은 공공성을 평가하는 항목과 비공공성 항목을 5:5로 가중치를 부여하였다.

    대안평가틀은 평가방식에서도 구성원에 대한 획일적인 통제가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공공서비스 제고를 위한 동기부여에 무게를 둔다. 경영평가 주기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해 잦은 경영평가로 인한 부담을 줄이고, 경영평가 성과급 차등 폭도 대폭 축소하되 기존 성과급 일부를 사회적 기금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대안평가틀 연구의 의의와 과제

    이번 공공기관 대안평가틀 연구는 현행 경영평가의 불합리한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공공기관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규정해 경영평가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 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시도이다.

    하지만 이번 대안평가틀 연구가 지닌 한계도 분명하다. 여전히 공공기관의 기관 목표인 ‘공공성’ 정의, 구체적인 대안 평가 항목, 이것들의 계량화 지표, 사회적 부가가치 추계 등이 사회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못하고, 이를 반영한 자료 인프라도 취약하다.

    공공성을 정의하기도 어렵지만 공공성 관련 기본 수치와 자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공공기관의 공공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것을 반증하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 연구는 대안평가틀의 예비 모델을 개발하는 시론작업의 성격을 지닌다. 처음엔 의욕만으로 시작했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대안평가틀 개발 및 실제 적용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감했다.

    그래도 진보운동에겐 힘들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한국사회의 공공성이 확장되기 위해서 그것을 구현하는 핵심조직인 공공기관이 제대로 혁신되어야 하고, 이를 추동하기 위한 대안평가틀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많은 관심과 후속 심화작업들이 이어지길 바란다.

                                                        * * *

    * 이 글은 사회공공연구소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대안평가’ 토론회(1일 10시. 여의도 국민일보 CCMM 1층 회의실)에서 발제하는 필자가 자신의 발제문을 요약해서 보내온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연구 작업의 결과로 이정희, 조승수, 김성순, 박선숙, 최문순, 유원일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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