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타임오프 시행…현장 갈등 불가피
    By 나난
        2010년 06월 30일 06: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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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일 노조 전임자의 유급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적용을 앞두고 노사정이 들썩이고 있다. 전임자 처우 보장 등 ‘노동기본권 현행 유지’를 관철시키려는 노동계를 사-정 동맹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타임오프 시행 이전, 단체협약을 통해 전임자 처우를 보장받기 위해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 왔다. 그리고 합의 또는 의견 접근까지 이룬 사업장 역시 상당부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와 사용자 측 역시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정부는 합의 사업장을 색출(?)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정보력을 동원하고 있으며, 타임오프 상한선을 초과해 전임자 활동을 보장한 사용자에 대해서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용자 역시 교섭 해태, 단체협약 해지 등을 통해 전임자 활동을 봉쇄하고 있다.

    정부, 관리-감독 나서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7월 1일 타임오프 한도가 적용되면 “현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게 노사정의 공통된 생각이다. 타임오프 적용으로 임금 지급 등 실질적인 전임자 활동에 제약이 들어오는 데다, 6월 30일까지 임단협을 맺지 못한 사업장에서의 노조 측 압박은 더욱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타임오프와 관련해 단협 체결 현황을 면밀히 관리․감독, 위반 사업장 유무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1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단협 체결현황 모니터링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7월에는 공공기관과 대기업까지 규모가 확대된다.

    특히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노사 간 ‘노동기본권 현행 유지’에 합의한 사업장이 발생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타임오프제 위반 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정부의 관리․감독은 이미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주에 위치한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다스 노사는 지난 24일 ‘노동기본권 현행 유지’ 등의 내용을 담은 임단협에 잠정합의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돌연 “법을 어길 수 없다”며 합의서 서명을 거부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정부의 개입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7월 1일 이후 다스의 경우와 같이 정부의 관리․감독 레이더망에 걸려 합의 사항을 번복하는 사업장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총과 노동부는 ‘노동기본권 현행 유지’에 합의한 사업장 관리․감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동계는 "이면합의서를 체결하는 사업장도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총, 상황점검반 구성

    노동부는 최근 종전에 체결한 단협이 유효하더라도 7월 1일까지 타임오프 관련 노사합의가 되지 않으면 전임자 급여를 지급하지 말 것을 사용자 측에 주문하기도 했다. 그간 단협이나 노사 협의를 통해 노조가 운영해오던 식당, 매점, 자판기 등의 수익사업도 금품제공으로 간주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밝혔다.

    이에 7월 1일 이후 임금지급 중단을 선언한 사업장은 실질적인 행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기존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고 조합원 교육 등 노조활동에 대해 임금 차감도 예상된다. 경총은 지난 25일 대기업 인사노무담당 긴급회동에서 노조전임자에 대한 편법 급여 지원을 막고 타임오프가 제대로 지켜지도록 단체교섭 상황점검반을 구성하고 운영하기로 했다.

    다이모스의 경우 오는 7월 1일부터 노조에 대한 경비지원 중단은 물론 조합원 교육시간 보장과 교섭위원, 대의원 활동까지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노조에 통보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전임자 급여와 차량 유류비 등 각종 경비 지원 중단의 뜻을 밝혔다. 임단협 해지를 통한 노조 활동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가스공사의 경우 지난달 11일 단협 해지 이후 공사 측은 전임자에 대한 업무복귀 명령과 조합비 공제중단 조치를 내렸으며, 서울도시철도노조도 노조 중앙전임간부 7명에 대해 노조 파견을 해지했다. 한국발전산업의 전임자 12명 역시 지난 5월 24일부터 임금지급이 끊긴 상태다.

    하지만 타임오프 시행에 따른 노조활동 축소는 사업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김태진 공공운수노조(준) 사무처장은 "상급단체 파견전임자에 대한 복귀 명령 등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회사 측은 자체 매뉴얼을 통해 전임자 처우 대응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기아차는 29일 ‘타임오프 관련 근태관리 매뉴얼’을 전체 공장의 부서 및 팀별 근태관리자에게 발송했다.

    "현장 혼란 엄청날 것"

    해당 매뉴얼은 노동부의 매뉴얼과 같이 노조 전임자가 아닌 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해서만 유급을 인정하고 있다. 아울러 회사 측과 “사전 미(승인) 합의가 되지 않았을 경우 무급처리”되는 것은 물론 해당 조합원은 인사상 불이익도 받을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 매뉴얼에 따르면 무급(부재) 미입력 조치시 해당 근태관리자가 패널티를 적용받는 가하면, 조합원 교육, 대의원대회, 총회, 각종 위원회 등 조합 활동에 대해서도 무급처리 된다.

    기아차는 해당 문서에서 “개정 노동법은 노사 모두 준수해야 하는 강행법규로서 어떠한 변칙이나 편법적 방법으로 회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법에 위반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태관리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기아차의 이 같은 매뉴얼이 현대․기아차 계열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속노조 내 ‘노동기본권 현행 유지’에 의견을 모은 사업장 81개 중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 사업장이 대부분 “원청 눈치보기”에 교섭에도 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영철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기아차가 이미 지침서까지 발송한 상황에서 그룹 계열사에서도 이 같은 매뉴얼이 적용될 수 있다”며 “7월 1일 이후 상황은 손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장 혼란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사 간 ‘현행 유지’에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임오프 시행 이후 정부의 관리․감독과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임금 지급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놓고 사업장에서는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뉴얼 해석공방 계속될 듯

    하지만 이미 단협이 해지된 사업장을 제외하면, 8월에 7월분 임금이 지급된다는 측면에서 당장 7월 1일부터 논란이 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임금 지급 중단은 8월 초부터 발생하는데다 향후 노사 합의에 따라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며 “7월에는 전임자 처우 보장 요구안을 담은 임단협 갱신은 물론 합의서 유지를 위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사무처장과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역시 “7월은 정부와 사용자 측이 기존 전임자의 유급활동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복귀 명령 등을 내리면 이에 맞서 노동계는 항의하고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 국장은 노동부 매뉴얼을 놓고 노사정 간 해석 공방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임자 처우와 관련해 “타임오프 상한선을 초과해 활동을 보장하더라도 법률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이 존재한다”며 해석의 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7월 투쟁의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7월 ‘노동기본권 현행 유지’ 타결 사업장과 미타결사업장을 하나로 묶어 공동 투쟁에 나선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정부 눈치 보기로 교섭이 해태될 경우” 7월 투쟁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민주노총 각 산별연맹은 물론 노동계 전체가 7월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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