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받은 함안 전금자 청국장
    2010년 06월 30일 09: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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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재(實在)하는 것으로 만드는 일은 어떤 사람들이 어떤 동기에 의해서 행하는 것일까? 모든 새로운 것들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태어난게 아니다. 그 시점까지 매우 주의 깊고 사려 깊게 세상을 들여다 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관된 관점으로 사물의 흐름을 살피는 사람의 눈에서 인식이 되고 그 자각속에서 ‘새로움’은 잉태되는 것이다.

‘최초는 영원하다. 최초란 오직 한번만 존재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이안해리슨이 쓴 책 《최초의 것들(The Firsts)》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 오색청국콩

필자는 지난 4월부터 6월중순까지 경남 함안농업기술센터와 함께 ‘함안이야기농업학교’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이야기농업’을 주제로 특강과 실습을 하는 과정에서 농가 현장을 둘러보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5월 어느 날 함안 법수면에 위치한 토우리명가를 방문하였다. 차 한잔 나누고 전통발효식품 체험관을 살피는데 알록달록 다섯가지 파스텔색깔이 눈길을 잡아 끈다.

“이게 뭐지?”

오색청국콩이었다. 입에 넣어보니 구수한 청국장맛과 콩맛, 단맛이 달달한게 어우러져 먹기에 아주 좋았다. 마치 초코볼 같은데 맛은 훨씬 풍미가 깊었다. 독하지 않은 단맛과 가볍지 않은 구수한 맛은 초코렛맛이 따라올 바가 아니었다.

그 맛에 매료되어 토우리명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청국장(淸麴醬)

된장의 하나로 전시에 단기숙성으로 단시일내에 제조하여 먹을 수 있게 만든장이라하여 전국(戰國醬), 또는 청나라에서 배워 온 것이라하여 청국장(淸國醬)이라고도 한다. 콩을 삶아 질그릇에 담고 짚으로 싸서 따뜻한 방에 두면 납두균이 번식하여 진이 생긴다. 이때 볏짚이 지닌 균의 활성이 좋고 나쁨에 따라 맛이 달라지게 된다. 콩이 잘 떴으면 마늘,생강,굵은 고춧가루, 소금등을 섞고 절구에 잠깐 찧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쓴다. 청국장은 주로 고기, 두부, 고추 등을 넣고 끓여서 찌개를 만들어 먹는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

청국장은 물에 불리고 삶은 대두(메주콩)를 따뜻한 곳(40℃ 정도)에 두어 발효시켜 담근다. 바실루스(bacillus)라는 막대기 형태의 세균이 발효의 주역이다.

바실루스 균주가 증식하면서 균체로부터 단백질 분해효소가 만들어 진다. 대두의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대두에 비해 청국장의 소화 흡수율이 훨씬 높아진다. 아미노산이 더 분해되면 암모니아가스가 된다.

청국장 발효 특유의 냄새중 하나가 바로 이 암모니아 가스이다. 암모니아 냄새로 인해 잡균의 증식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 청국장 발효가 일어나면 대두가 갖고 있던 원래의 유익한 물질과 더불어 대두에는 없었던 새로운 물질들이 만들어 진다. 고분자핵산, 갈변물질, 단백질분해효소(혈전용해제), 끈적끈적한 점질물질 등이다.

또한 대두가 분해되면서 그것을 먹이로 미생물이 증식하고, 각종 항암물질, 항산화물질, 면역증강물질과 같은 생리활성물질이 만들어 진다. 청국장을 먹는다는 것은 결국 수백억마리의 청국장 발효균주, 각종 효소, 생리활성물질을 먹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청국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서의 영양적 가치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다만 끓일 때 나는 냄새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내게는 그 냄새가 입맛을 돋우는데 사람마다 미각의 차이인듯 하다.

내가 결혼하고 나서 얻은 큰 즐거움중의 하나는 장모님의 청국장이었다. 매년(20년 가까이) 평택 장모님이 온갖 정성을 다해 만들어 주시던 청국장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이야 워낙 연로하셔서 못하시지만 몇 년 전 까지 참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어른이 청국장 보내주실 때 장만 보내셨겠는가? 딸자식, 사위자식 온 식구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가길 비는 마음도 바리바리 함께 꾹꾹 눌러 보내셨을 것이다. 그렇게 장모님의 정성을 받아먹고 살았으니 큰 복이지 싶다. 두부, 김치, 돼지고기 살짝, 어느 날인가는 그냥 갖은 양념으로 청국장만 걸죽하게 끓여서 맨밥위에 얹어 쓱쓱 비벼먹기도 했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청국장은 노화방지, 당뇨병, 변비, 빈혈예방에 도움이 되고 청국장의 주재료인 콩이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청국장을 열을 가하지 않고 먹는 것이 생리활성 물질이 파괴되지 않아 우리 몸에 훨씬 유익하다는 연구들이 잇따르자 말린 청국장이 한때 흐름을 타기도 했다. 하지만 먹기가 불편하다는 세간의 평들이 있어 토우리 전금자 여사는 간편하고 맛있게 끓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5분 청국장을 개발하였다.
멸치, 다시마, 새우, 양파, 버섯으로 맛을 낸 국물에 콩을 삶아 청국장으로 발효시키고 동결건조하여 만든 기술은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이 5분청국장은 냄새도 덜하다. 찌개 전체를 5분청국장으로 해도 되고 된장찌개나 각종 찌개를 끓일 때 입맛에 맞게 보조 양념장 개념으로 적당량 첨가하면 영양만점에다 맛까지 아주 우수한 간지나는 찌개가 된다.

   
  ▲ 말린 청국장콩이다. 여기에다 갖가지 옷을 입히면 오색콩이 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말린 청국장콩에 감귤, 땅콩, 홍국, 클로렐라 등을 코팅한 오색콩을 개발했다. 초코볼처럼 만들어져 먹기 좋다. 단맛도 일정 정도 가미가 되어 영양간식으로 손색이 없다. 아이들이 먹기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는 맛이다.

넘어지지 않는 오뚜기

   
  ▲ 함안은 부여나 경주에 비견되는 유서깊은 역사도시다. 함안 도항,말산리 고분군 전경이다. 아라가야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100여기의 대형고분들과 1,000여개의 소형고분들이 즐비하다.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비옥한 들판, 아라가야의 왕릉 고분군과 수박, 하우스참외(메론)가 망망대해를 이루는 경남 함안이 그녀의 고향이다. 고향을 떠나 학업과 직장생활, 결혼, 슈퍼마켓운영 등으로 15년간 힘든 도시생활을 접고 1980년에 남편의 고향인 이곳 함안 법수면에 정착했다. 어느 인생 구구절절하지 않으랴만 토우리명가 전금자여사의 살아온 일생 또한 파란만장 그 자체다.

그러고 보면 우리네 인생, 사는것 자체가 사건이요, 고단함이요, 눈물샘 자극하는 파노라마 그 자체다. 여러 농가를 다니며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꼭지를 틀면 한결같이 눈물바다…. 그러면 나도 마찬가지….
찡한 사연 하나하나 고비고비, 인생구비 목숨구비 가슴을 저미니 말이다. 그래도 결론은 사람의 일생은 살아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니 다가오는 시간들을 아주 정성스럽게 맞이하고 보낼 일이지 싶다. 그래 내 인생도 그리 살자고 매번 다짐하고 마음에 새기곤 한다.

   
  ▲ 살아온 인생, 눈물로 회한에 잠기는 전금자여사(좌측), 어렵고 긴 터널 지났어요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우측)

큰아들을 10살 때 물에서 잃어버리고….
오래된 일이지만 생각만해도 어미가슴에 묻어버린 자식에 대한 회한으로 인터뷰 내내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남편은 20여년을 온갖 병으로 시달리다가 결국 7년전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애 셋을 낳고 살던 시골 아낙에게 닥친 삶의 무게는 천근만근 감당하기 어려웠다. 남편은 늘 중한병으로 아파서 병 수발해야 했고, 아이들 키워야 하고, 먹고 살아야 했다.

“참으로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 나왔어요”

평생을 여자몸으로 혼자 사업도 하고 농사도 짓고 애들도 키우다시피 하니 온갖 구설수가 따라붙고 이런저런 일들로 이유를 붙이며 사람들은 흘낏거린다. 만만하게 보고 우습잖게 보기도 하고…

   
  ▲ 손은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녀의 손에서 거칠지만 세상을 이겨낸 힘이 느껴진다. 손마디 하나도 사고로 잃어 버리고, 마디마디 울퉁불퉁 남자손 같지만 그 안에 흐르는 강인한 생명력에 경의를 표했다. 저 손으로 맛을 내고 간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땅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정성으로 두손을 모아 하늘에 빌었다.

하지만 전금자 여사는 당당하게 일을 만들기 시작한다. 하여 오늘날의 토우리명가를 일구어냈다.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두가지다.
하나는 전금자씨 보고 ‘간이 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쌍하다’는 말이다.

그럴때 마다 “왜 니들이 나를 불쌍하다 하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불쌍하지 않다. 너희가 보태준게 무어냐? 나는 내 인생 초지일관 최선을 다해 살았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넘어져도 넘어져도 또 일어날 것이고 아니, 아예 안 넘어질 자신이 있는데 왜 나를 불쌍하다 하느냐 다시는 그런 소릴 말아라”

여자의 몸으로 일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고는 “그 여자 참 간이 크네” 라고 참견을 하면 "니가 내 간 큰 것 봤나?" 라고 맞받아 치곤 했다. ‘간이 크다’는 말은 업신여기는 말이었다. 남자들이 하면 아무 일도 아닌 것도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여자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을 괜히 빈정거리며 시비 거는 시선이 분명했다.

아이들 데리고 먹고 살겠다고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이런저런 시선들이 부담스러웠고 불쾌했다. 그래서 더 당당하게 받아치면서 “내 어찌되는지 두고봐라”고 일갈하며 지내왔다.

“내 성질 참 더럽지요?^^” 이야기를 하다가 내게 묻는다.

혼자 몸으로 가족 꾸려야 했고 온갖 풍파 이겨내야 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웃음 짓는다. 그렇게 옹골차게 살지 않으면 세상이 인정해주질 않아서다.

1996년부터 5명의 농업인들이 합심하여 좀더 맛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자체 개발한 밀쌈장, 메주쌈장, 찹쌀고추장, 청국장 등을 시판했다.

5분 청국장 세상에 태어나다

어느 날인가 농업기술센터 생활개선 계장이 전금자 여사 집에서 저녁을 먹고는 “이 맛있는 청국장을 누구나 집에서 쉽게 물만 부어 끓여 먹을 수 있는 청국장을 개발하면 잘 팔릴 것 같은데요. 전사장님이 한번 개발해보세요” 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그날 저녁 청국장 끓일 때 쓰는 육수에 콩을 삶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올랐고, 그 새벽에 집에 있는 멸치와 다시마, 양파, 버섯 등을 넣고 육수를 내고 그 물에 콩을 삶아 보았다. 그렇게 5분 청국장은 태어났다.

2001년 5월말 ‘5분 청국장’이 탄생했고 이것은 전국 아이디어 벤처농산품 전시회에서 불티나듯 팔려나갔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농협 경남도지부 하나로마트에 납품하게 되었고 신문에 ‘5분청국장’이 소개되고 주변의 권유로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이후 제품의 품질향상을 위해 청국장 건조방식을 ‘열풍건조’에서 ‘동결건조’방식으로 업그레이드 했고, 5분청국장의 인기에 힘입어 된장과 간장 고추장까지 매출이 올라가는 행운을 누렸다.

   
  ▲ 좋은 콩 종자를 골라 직접 농사를 짓는다. 농약을 치지 않고 생산해서
정성스럽게 도리깨질을 한다.

토우리의 특장점

모든 장(醬)의 원료인 콩은 직접 농사를 짓는다. 부족한 물량은 인근 지역에서 계약재배방식으로 수매를 한다. 1등품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다. 좋은 콩은 모양에서 차이가 난다. 보기에 좋고 야물진 것으로 최선을 다해 농사짓고 수매를 한다

종자중에서도 ‘생산량이 많이 나오는 놈’보다 ‘장맛이 좋은 놈’을 골라서 재배한다. 또 콩알의 빛이 좋아야 하고 약을 치지 않고 재배한 것들로 준비한다.

‘소비자맞춤형 장’을 개발중에 있다. 전통과 고유의 맛을 유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들의 기호와 요구에 부응하는 맛과 컨셉도 추구하는게 토우리의 방침이다.

장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소금과 물이다. 5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쓴다. 또 물은 참숯으로 정화작업을 거친 정갈한 물을 사용한다.

장담그기 철 전경 한가지.
빈장독 옆에 참숯과 물이 가득한 항아리, 그 옆에는 빈독 다시 참숯항아리… 일렬로 대열을 이룬다. 물이 정화되면 퍼서 옆 빈독으로 옮긴다. 다시 빈독이 되고 빈독은 참숯과 밑물로 채워지고….
좋은 소금과 정화된 물, 그리고 전금자 여사의 손맛과 하늘의 도움으로 토우리명가의 장은 익어가고 세월도 익어간다.

   
  ▲ 토우리명가 전통식품 발효체험관 앞마당

   
  

도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토우리명가의 우리콩 전통 장담그기는 인기가 많다. 토우리명가는 장담그기철 이전에 미리 도시민들의 주문예약을 받는다. 그 물량을 토대로 한해의 장담그기, 메주쑤기가 결정이 된다.

도시민들은 매년 회원에 가입하여 회비를 내면

가. 본인만의 장독을 가질수 있다.
나. 메주빚기, 장담그기, 숙성 등 전단계에 걸쳐 직접참여 혹은 체험이 가능하다.
다. 원할 경우 농사체험과 농촌문화체험도 가능하다.
라. 장담그기는 물론 청국장, 고추장, 밀쌈장 담그는 방법도 배운다.
마. 모든 발효식품은 체험하고 가져갈수 있다. 평소 장독관리는 토우리에서 해준다.
바. 회비를 내면 간장과 된장을 합당하게 공급받는다.

   
  ▲ 45년된 간장의 맛에 취하고, 그 뜻에 감동하고, 그 이야기에 매료되다. 일종의 씨간장인데 입안 혀끝에 닿는 느낌은 맛이 아니라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금자 여사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유산이기 때문일까?

   
  

장익는 소리를 들으며

엄청난 긴 터널을 지나온 내 인생

도시민들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전통의 맛을 널리 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을

늘 같은 자리에서
나를 지켜주는
장독에게 약속합니다

살아있는 미소가 명품을 만들고
남에게 폐끼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장익는 장독에
눈을 감고 귀를 대봅니다

제 삶도 그 안에서 행복하게 익어갑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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